[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유통업계 1위 롯데가 가구업계 1위 한샘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1위 연합' 탄생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이베이코리아 등 굵직한 M&A를 놓친데다 이커머스 사업 부진 등으로 롯데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한샘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투자(IB)업계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004990)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한샘(009240) 공동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IMM PE에서 검토 중인 한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신설 사모펀드(PEF)에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한샘 매각 대금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업계에선 롯데가 약 5,0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한샘 인수 검토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로 가구, 인테리어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유통업계 내 '리빙' 카테고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4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샘도 올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이 1조 1,2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32.9% 증가하며 수혜를 톡톡히 봤다.

이 가운데 올해 롯데가 한샘과 협업을 크게 늘리면서 유통업계 3사 리빙 대전도 본격화한 바 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각각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 리바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는 한샘과의 협업을 주 무기로 리빙 카테고리에 주력한 것이다. 이미 한차례 신세계-까사미아, 현대-현대리바트, 롯데-한샘 구도가 자리잡은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구 시장이 지난해에만 전년대비 1.5배 성장하면서 유통기업에 리빙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이미 가구업계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한샘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금액이 크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롯데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롯데 B2C 노하우+계열사 시너지 '기대'

롯데의 한샘 인수가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양사가 낼 시너지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오랜 시간 유통 대기업의 자리를 이어온 만큼 롯데의 B2C 노하우는 한샘과 잘 맞아떨어질 수 있단 평가다. 한샘 역시 B2B보다 B2C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기존 협업을 진행했던 롯데쇼핑은 물론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최근 메가스토어를 통해 체험형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데다 가전 구매 고객층이 가구 고객층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보수적인 기업 정체성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어 인수 이후 향후 시너지 모색 방안에 있어서도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할 수 있다. 양사 모두 최근 2~3년새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거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잘 알려진 기업 중 하나다. 실제 롯데가 지난해 출범한 '롯데온'의 부진 원인으로도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자주 거론됐다. 역사가 길고 기업 규모가 큰 탓에 여전히 보수적 경향은 남아있단 평가다. 

하지만 한샘의 몸값이 작지 않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는 단순히 시너지 효과 때문만은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롯데에게 올해와 지난해는 '최악의 해'로 꼽힌다. 지난해 출범한 이커머스 사업 '롯데온'이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롯데온 살리기'의 회심의 카드로 꼽혔던 이베이코리아도 결국 경쟁사에 뺏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와 오프라인 점포 위기까지 닥치면서 물러날 곳 없을 정도로 내몰린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샘은 롯데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당장 내세울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구업계 1위 한샘은 값이 비싸더라도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작은 회사를 인수해 키우기에는 유통업계 경쟁이 빠른 속도로 심화된 탓에 이미 경쟁력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플랜B'인 셈이다. 

다만, 롯데와 한샘 '1위 연합'을 두고 제조업계에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제조사와 유통사의 차이에서 오는 품질 저하, 브랜드 이미지 변화 우려다.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에 집중하는 제조사가 유통사 품에 안길 경우 확대된 B2C 시장 경쟁력을 갖는 대신 마진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제품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단 설명이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와 유통사는 영업 마인드가 달라 본래 제조사가 갖고 있던 브랜드 색깔과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유통기업에 인수된 많은 제조사들의 사례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자주 지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