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화평 기자] 삼성SDI(006400)가 조용한 행보 속에 LG화학(051910)을 제치고 시가총액 6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올라섰다.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1일 삼성SDI는 0.63% 내린 7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4조1,864억원으로 LG화학(50조8,971억원)보다 3조2,893억원 앞섰다. LG화학은 4.88% 하락한 7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삼성SDI는 시가총액 54조5,302억원으로 LG화학(53조5,089억원)을 1조원 이상 추월한 데 이어 이날 3조원 이상 격차를 벌려 배터리 대장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2분기 LG화학 시가총액은 60조원을 돌파해 삼성SDI보다 10조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에 잇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LG화학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졌다.

지난달 31일 삼성SDI 주가가 3% 넘게 오르며 LG화학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출처=삼성SDI
지난달 31일 삼성SDI 주가가 3% 넘게 오르며 LG화학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출처=삼성SDI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7월 화재 우려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9,000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또 8월20일 같은 차종 7만3,000대(2019∼2022년형)를 추가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볼트 전기차 리콜 비용은 총 18억달러(2조1,114억원)로 추정된다. 이어서 폭스바겐 전기차 ID.3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주가 상승률은 약 25%에 달한다. 이 같은 주가 강세의 원인으로는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하반기 호실적 전망이 꼽힌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한 3조3,343억원, 영업이익은 184.4% 늘어 2,95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삼성SDI는 올해 1∼7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PHEV·HEV) 배터리 사용량은 7.0GWh로 전년 동기 대비 86.9% 증가했지만, 순위는 두 계단 하락해 6위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2위), SK이노베이션(5위)보다 순위가 낮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37.1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보다 143.6% 늘었다. CATL(1위)과 BYD(4위)를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지속적인 팽창에 힘입어 점유율이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급증한 33.2GWh를 기록했지만 순위는 한 계단 낮아졌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147.8% 급증하면서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한 5위를 기록했다.

출처=SNE리서치
출처=SNE리서치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장기공급계약 체결, 합작법인 설립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으나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잠잠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설립 중이나 삼성SDI만 아직 없다.

다만 지난달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되면서 삼성SDI의 미국 투자가 가시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현재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미국 진출을 위해 후보지를 물색 중이며 조만간 부지 선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함께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이기 때문에 액체 누설에 대한 걱정이 없고, 내구성·내열성·불연성도 뛰어나 안전하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주행거리 800km에 이르는 고밀도 전고체 배터리 원천기술 개발 성공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젠5’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젠5는 한번 충전에 60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다. 니켈 함량을 88%로 높여 배터리 용량을 극대화했다. 삼성SDI는 젠5 배터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젠5 출시 등으로 상반기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라며 “내년부터는 공급 물량 확대로 자동차 전지 사업의 실적 기여도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