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GS그룹이 바이오는 물론 모빌리티 전반의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과감한 인수합병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휴젤
출처=휴젤

바이오에 손 뻗다
GS그룹이 포함된 다국적 컨소시엄인 아프로다이트는 최근 휴젤의 최대주주 리닥(LIDAC)이 보유주식 535만5,651주(총 발행주식의 42.895%) 및 전환사채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환가능 주식수 80만1,281주를 포함한 총 615만6,932주(총 발행주식수의 46.9%)에 대한 양수도 대금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2018년 한국콜마(161890)의  HK이노엔 인수금액인 1조3,100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다. 

휴젤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겪던 2015년 국내 보톡스 시장을 장악한 바 있다. 시장 지배력이 50%를 넘는데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이익률이 무려 40%에 달하는 등 강력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았다. 점유율 25%를 자랑하는 톡신제 보툴렉스와 히알루론산 필러, 코스메틱 등의 사업을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만 780억원을 올렸다.

GS그룹은 컨소시엄을 통해 휴젤을 품은 후 아직 명확한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바이오 사업을 교두보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글로벌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바이오 사업에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처=GS
출처=GS

포트폴리오 다각화

GS그룹의 컨소시엄을 통한 휴젤 인수는 그룹의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GS그룹은 GS리테일이 보유한 화장품 소매점 등을 활용해 휴젤과의 시너지를 내는 방향이 유력하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입지가 탄탄한 휴젤을 기점으로 보톡스와 필러 사업 중심의 '파이 키우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GS그룹은 이 외에도 최근 인상적인 광폭행보를 거듭하는 중이다. 바이오를 넘어 모빌리티, 물류, 플랫폼 서비스 전반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GS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이동의 모든 것'을 노리기도 했다. GS칼텍스를 중심으로 도심 물류 인프라 실험에 나서는 한편 마이크로 허브 모빌리티 청사진까지 거침없이 나아갔다. 매물로 나온 요기요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매쉬코리아의 지분 일부를 사들인 상태다.

이 외에도 펫프렌즈, 당근마켓에도 투자했다. 바이오와 물류 및 모빌리티, IT 플랫폼 서비스 전반에 각자의 야전사령부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허태수 회장. 출처=GS
허태수 회장. 출처=GS

광폭행보의 행간은

GS그룹은 전통적으로 GS칼텍스를 주력으로 하는 굴뚝 산업 이미지가 강했다. 정유와 건설, 유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기업'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짙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한편 정유의 GS칼텍스에는 ESG 드라이브를 걸고, 모빌리티 거점 사업의 전략을 일부 덧대고 있다. 나아가 유통에서는 GS25 을지스마트점으로 대표되는 혁신 유통의 청사진에 모빌리티 및 물류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분위기다.

4세 경영 경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각 분야, 혹은 신사업 분야로의 거침없는 진격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말 그대로 정교한 설계를 자랑하는 것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바이오 산업 진출의 경우 업계에서는 '놀라운 파격'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GS그룹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면서 그린 바이오에 대한 믿음을 꾸준히 보여온 바 있다. 미국에도 벤처 투자법인 GS퓨처스를 설립해 현지 산업바이오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인디바이오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는 등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럼에도 힘의 선택과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산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다소 광범위한 영역에 무차별적 진출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금융통' 허태수 회장의 냉정한 계산을 바탕으로 각 영역에서의 각개전투가 유기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허태수 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후 GS칼텍스 의존도를 낮추고 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한편, 아래 계열사들의 신사업 진출을 유연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각자의 퍼즐이 착착 들어맞아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GS그룹의 브랜드 가치 제고도 이뤄질 전망이다. 정유 사업을 중심으로 전통산업의 틀에 매어져 있다는 프레임을 벗어나 IT 플랫폼 및 바이오, 물류 모빌리티 전반의 힘있는 경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면서 재무적 판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휴젤 인수전에 무리하게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닌 컨소시엄의 형태로 참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각 산업의 유기적인 연결고리, 즉 ESG 및 신사업 중심의 모빌리티와 IT 플랫폼 전략을 기존 주력 사업과 신사업 진출의 중간지대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로드맵까지 가동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