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산업계 전체가 ESG강화에 힘을 쏟는 가운데 건설업계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중 환경(Environment) 부문에 대한 투자와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탈석탄, 탄소중립 등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에서도 ESG경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영흥국산풍력상용화단지. 자료=GS건설
영흥국산풍력상용화단지. 자료=GS건설

수소·신재생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

건설업계의 ESG경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을 비롯해 DL이앤씨, 한화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탈석탄 선언 이후 그해 ISO 14001(환경경영 국제인증) 인증 범위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했으며, 신재생에너지 건설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 프로젝트로는 괌 태양광 발전소, 율촌 연료전지 프로젝트 등이 있다. 또한 사우디 법인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추가된 현지 인증을 별도로 취득하는 등 태양광·에너지저장설비(ESS) 중심으로 글로벌 신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수소에너지 생산 및 저장과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아온 설계 및 시공 기술력과 사업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운영사업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DL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프로젝트 수행 소식을 전했다. 이 회사는 10여년 전부터 탄소 포집 국책연구과제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는 탈탄소 공장의 기본설계부터 성능 보증까지 100% 자체 기술력으로 이뤄진다. DL이앤씨는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더욱 발전시켜 토탈 솔루션 제공 업체로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산파워 바이오매스 에너지 설비. 우드칩을 연소해 연간 240,000MW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DL이앤씨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산파워 바이오매스 에너지 설비. 우드칩을 연소해 연간 240,000MW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DL이앤씨

대우건설 역시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추진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충청북도와 음성군, 충북개발공사와 충북 수소연료전지 융복합형 발전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간당 전기생산량 200MW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현재 운영중인 연료전지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다. 발전소 본격 가동시 연간 약 1,700G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약 5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얻는 것으로 기존 화력발전소 대비 대기오염물질 및 연기, 악취, 소음, 진동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전력공급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은 감귤폐원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제주감귤태양광 사업, 강원도 영월에코위드 풍력발전단지 조성 시공 계약 등을 통해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2012년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전남 영암군의 94MW급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PM 업무, 올해는 전남 신안군의 204MW급 안좌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 PM 업무를 맡았다. 또 새만금 해상풍력과 제주 한림해상풍력 건설사업, 제주 가시리, 울진, 영양 양구의 풍력발전단지 등 국내 다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했다.

수처리·모듈러·폐기물 소각…친환경 사업 속속

신재생 에너지는 ESG경영을 강화하는 건설사의 공통된 추진 분야이며, 이외에도 각 회사별로 모듈러, 수처리 등 다양한 친환경 관련 신사업 공략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부터 태양광 개발, 배터리 재활용, 모듈러 사업 등 친환경 관련 신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수처리·모듈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2012년 스페인 기업 GS이니마 인수로 국내 건설사 최초로 세계 수처리 시장에 진출했으며 관련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양식 사업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 작년 초 유럽 선진 모듈러 업체 폴란드 단우드사와 영국 엘리먼츠를 인수하고 충북 음성에 모듈러의 일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자동화 생산공장도 건설하는 등 모듈러 시장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전통적 건설방식과 다른 탈현장 건설 방식이다. 공기 단축과 함께 건설 폐기물과 배출 가스를 기존 공법 대비 절반까지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올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스마트건설지원센터 2센터 사업 수주로 모듈러 건설시장에 진출했다.

수처리 부문은 한화건설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건설은 수처리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대규모 환경 융복합 사업 추진 및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한화건설 수처리사업 경쟁력의 원천은 직접 개발해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받은 PRO-MBR 공법 등 다양한 환경신기술과 특허기술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 총 사업비 7,290억원 규모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대규모 환경사업 수행 역량을 증명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2,000억원 규모 천안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특히 한화건설은 공사 시공을 넘어 수처리 시설의 지하화, 지상은 열린 공원과 함께 체육·문화·상업시설 등이 어우러진 다목적 공간으로 전환 등 대규모 환경융복합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소 에너지 사업부문에서도 부생수소를 활용한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대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는 등 경쟁력을 갖췄다.

지상이 공원 및 체육문화시설로 조성되는 대전 하수처리장 조감도. 자료 = 한화건설
지상이 공원 및 체육문화시설로 조성되는 대전 하수처리장 조감도. 자료 = 한화건설

SK에코플랜트는 사명까지 바꾸며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용어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삼고 친환경·신에너지 사업 본격 추진을 공표한 가운데 환경기업 M&A를 통한 친환경 사업 행보에 눈길이 모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6월 폐기물 소각기업 4곳, 8월에 추가로 3곳을 인수하며 하루 968톤(의료폐기물 제외)의 사업장 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용량 또한 하루 139톤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의료폐기물 소각의 경우 병원균의 2차 감염 우려로 규제가 엄격해 진입 장벽이 높으며 향후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롯데건설은 층간소음 제로를 위해 친환경 기술을 도입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초 기술연구원 산하에 소음진동 전문 연구부서를 신설하고 완충재와 신기술 개발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 제로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완충재는 ESG경영 강화에 따라 롯데케미칼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소재 EPP를 활용한다. EPP는 기존 층간 완충재 재료에 비해 내구성이 높아 스티로폼 부표 소재 대비 부스러기 등이 발생하지 않아 해양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친환경 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건설사 맞춤 ESG평가모델, 가이드라인 도입

신사업 추진과 함께 건설사 맞춤 ESG평가모델 개발 등 관련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건설업에 특화된 ESG평가모델을 개발했다. 기업신용평가사인 이크레더블과 함께 지난 2월부터 건설사 고유 특성에 맞춰 50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된 ESG평가모델을 만들었다.

이 평가모델은 친환경 자재구매, 온실가스배출, 환경법규 위반 등 환경부분 10개항목과 중대재해여부, 안전시스템, 근로조건준수 등 사회부분 30개 항목, 지배구조, 채무불이행, 회계투명성 등 지배구조 부분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건설이 건설업 특화 ESG 평가모델을 개발한 것은 포스코건설 협력사들의 ESG 경영역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의 일원으로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ESG경영을 정착시켜 건설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료=현대건설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료=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글로벌 수준의 ESG경영을 위한 내용을 담아냈다. 현대건설은 건설사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ESG 정보공개 방향인 ▲번영(Prosperity) ▲지구(Planet) ▲사람(People) ▲원칙(Principle) ‘4P 추진체계’를 토대로 구성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 안전·보건 이행력 제고, 밸류체인 역량강화 등 각 부문별 세부 추진 내용과 비재무성과를 반영했다.

특히 글로벌 수준의 ESG 경영 확대를 목표로 기존 GRI 포괄적부합기준(Comprehensive option) 적용 외 TCFD 권고안, SASB, WEF 메트릭스 등 글로벌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확대 반영하고 국제적 검증기준(AA1000AS)을 적용해 기업의 비재무정보 사항과 수록 내용의 신뢰성 및 품질을 제고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건설은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전사 차원의 지속가능경영 내재화와 체계적인 지속가능경영 전략 추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해 ESG 부문별 개선과제를 논의하고 중요 ESG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에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