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바이든 미 행정부와 빅테크가 사이버 보안 확보에 나선다. 최근 벌어지는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고, 네트워크 안보를 국가 안보로 삼겠다는 각오다.

백악관 회의
아마존의 앤디 제시,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선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CEO들이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집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들과 만난 가운데 크리스 잉글리스 백악관 국가사이버보안국장,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등도 회의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에너지 기업인 서던컴퍼니, 금융 기업 JP모건체이스 CEO, 손해보험사인 트래블러스 컴퍼니스의 CEO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 의회가 데이터 침해 대응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성사된 회의라 특히 시선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경제에 대한 사이버 보안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핵심 안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전 행정부 말기 최소 10개 연방기관 및 100곳의 기업이 러시아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됐다. 보안 전문가 양성 등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ㅌ테크 기업들도 화답했다. 구글은 앞으로 5년간 100억달러를 투입해 IT 보안 및 데이터 전문가 10만명을 양성할 것이라 밝혔으며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의 서비스 인프라 보안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5년간 200억달러를 투입하는 한편 미국 정부의 사이버 보안 인프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별도로 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책정할 것이라 밝혔다.

"사이버 보안도 국가 안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며 '반도체=국가 안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놨다. 전자산업 전반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인프라가 곧 국가의 핵심 인프라와 동일시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백악관 회의를 통해 사이버 보안도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ICT 기술이 산업 전반에 스며들며 국가의 핵심 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사이버 보안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보 당국이 미국 기관을 대규모로 해킹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미국 15개주와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27개 연방 검찰청 직원들의 메일이 탈취당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5월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시스템이 해킹됐으며 최근에는 T모바일이 해킹 공격을 당해 4,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패권전쟁의 연장선
이번 백악관 회의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패권전쟁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산업은 물론 정치 및 군사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부쩍 중국과 밀착하기 시작한 러시아'발' 사이버 전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부터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설은 꾸준히 나온 바 있으며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국 정부 및 기업에 대한 공격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사이버 공격 금지 시설 리스트'를 전달할 정도로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의심은 확고한 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두 슈퍼파워가 충돌하며 진실게임 양상까지 펼쳐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백악관 회의를 통해 사이버 공격이 미국의 기간 인프라를 타격하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및 중국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전문가 양성"
백악관 회의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민관 합동작전이 벌어지는 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시장 독과점 논란을 통해 빅테크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정부가 사이버 보안 구축을 위해 민간기업인 빅테크 기업과 얼마나 협력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당국의 상당한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이번 협력이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백악관 회의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및 구글 등 민간 빅테크 기업들이 상당한 액수의 사이버 보안 인프라 강화 투자안을 발표했으나, 핵심은 전문 인력 양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시스템적 차원의 인프라 강화를 넘어 직접적인 사이버 전쟁에 뛰어들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