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목숨을 맞바꾸는 상황으로 글을 쓴다. 지난 컬럼에 이어… 지근(至近)거리 무기인 칼의 승부이고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생사를 가르는 ‘순간의 판단’라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삶이, 자기경영이, 기업경영이 전쟁이다. 머뭇거리다간 상대의 한 칼에 내가 날아가고 우리 조직이 날아간다.

영화 실미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2003년 개봉된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이다. 군대 훈련 중 가장 힘들다는 유격훈련의 ‘세줄타기’ 상황이다. 10명이 1개팀이 되어 1분안에 계곡을 건너야 하며 1명이라도 제 시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모두가 총알받이가 된다는 훈련 중대장(안성기 扮)의 명령이다.

이번에는 강민구(영화속 이름, 설경구 분)의 팀이 세줄로 통과중에 중간 한 명이 멀미를 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뒤에 있는 6명도 멈췄고 시간은 계속 가고 있다. 밑에는 시간이 지나면 바로 쏘겠다며 10개의 총구가 겨누고 있다. 강팀장이 문제의 대원을 밑으로 매달리게 하는 순간의 기지로 대원들은 모두 통과를 했다. 그리고, 팀장이 대원을 구하러 세줄의 중간으로 되돌아가는 중에 시간은 1분을 지나고 있다. 총구는 이미 강팀장과 줄에 매달린 대원 2명에게 겨누고 있다.

훈련 중대장의 명령만 기다린다. 중대장은 어떤 판단을 해야할까? ‘사격’ 혹은 ‘중지’…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속 장면이지만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실제 훈련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전에서는 더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일이다.

사진 : 영화 실미도에서 캡쳐
사진 : 영화 실미도에서 캡쳐

기업, 자기 경영 활동과 동일

기업경영 상황, 자기경영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유사하다. 모든 일들은 수많은 조각 일들로 나눠져 있으며 하나하나가 완성이 되고 마지막으로 조립되어 약속된 시간안에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그에 상응하는 돈이 내 손으로 돌아와야 완성이 된다. 이렇게 나눠진 일은 순서대로 조립이 되어야 한다. 나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 전원이 주어진 지침에 따라 빈틈없이 이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 더하여 나와 우리 팀, 우리 회사는 완벽했다고 하여도 ‘경쟁회사’가 1초라도 빠르면 내 것은 의미가 없다. 혹독한 현실이다. 이런 때를 위한 수도없이 반복, 훈련하여 계산하지 않고도 무의식적으로 대응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상대, 경쟁자보다는 빠르게…

대통령이란 자리의 핵심역량은 ‘결단력’이다

지난 8월20일 일간지 이데일리에 게재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은 결정하는 자리다. 그 결정에 내 인생만 거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인생을 걸게 된다. 몸이 떨린다.”…(중략)…”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이 꼽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결단력`이었다. 대통령은 자기 신념과 모든 걸 걸고 결정해야 한다. 이걸 할 수 있는 후보가 몇 없다. 목숨을 던져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참여정부시절 대통령 정책실장과 및 정책특별보좌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경제·사회 정책을 총괄한 인물이다. 대통령의 덕목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결과에서 나온 말이다.

“노 전 대통령처럼 배짱이 좋은 사람도 결정 단계에 가서 미루고 몸을 떠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아무나 못 한다. 어떤 문제를 잘 안다고 해서 이라크 파병, 한미 FTA를 결정할 수 있었겠나”라며 덧붙이는 말도 있었다.

엄중한 말이다.

모두가 ‘판단’ 앞에서는 대통령이고 중대장이다

‘실미도’의 내용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훈련 중대장이 취할 수 있는 판단과 지시는 약속대로 쏘는 것, 중지하며 겨눈 총을 내리는 것, 쏘는 척하지만 허공에 쏘는 것 등의 결단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두번째의 판단으로 매듭을 짓는다.

그리고, 강팀장이 대원에게 접근하고 밑에서 총구를 거두는 순간 힘이 빠진 대원은 결국 계곡으로 떨어지며 현장에서 즉사하고 만다. 죽은 대원의 장례식에서 강팀장의 판단, 결단을 높게 치하한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것이다. 전체를 위해서는 한 명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임무, 성과 중심의 군대 조직다운 결론이다. 중대장의 훈시내용이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했다면 나머지 모두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앞으로 똑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오늘의 선택을 기억해라”

그런데, 만일? 반복 훈련으로 무의식적인 대응력

그런데, 이 상황이 훈련 초기이고 대원들 구성이 무연고자로 만든 비밀조직이다보니 말을 잘 듣지 않아 골치아픈 상황이라면? 틈만 나면 탈영하려고 하며, 명령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때 만일 유야무야하고 살려 둔다면?

혹은 특수부대가 아닌 정규군 양성의 상황이라면?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이 나온다.

반복 훈련으로 무의식적인 대응

그러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지식과 정보와 경험, 그리고 반복 훈련’만이 답니다. 스포츠에서 일대일의 격투기, 구기 종목 혹은 일대 다수의 싸움판을 생각해보자. 권투, 태권도, 유도, 레슬링, 펜싱, 탁구, 배트민턴, 배구, 농구, 축구, 야구 등을 상상해보자. 기본 동작, 품세와 기초 체력에서 출발하며 무한 반복 훈련을 한다. 그리고, 정신 자세를 위해 지겨울 정도의 단순 작업도 시킨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초기에는 청소, 물긷기, 화장실 청소 등 지겨울 정도의 단순 반복적인 일을 시키며 나를 내려 놓게 만들기까지 한다.

40여년 전, 군에서 훈련받을 때가 생각난다. 위에서 언급한 세줄타기를 포함한 숱한 상황을 만들어 둔 유격훈련을 2주 동안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그런 기능 훈련은 모든 훈련의 마지막 단계에 진행이 된다. 8시간 훈련이 앞에 6시간동안 P.T (Physical Training)을 하고 정작 남은 두 시간만 기능훈련을 하였다. 몸에 힘을 빼게 한 것이다. 그래야 안전하고 유연해지며 즉각적인 대응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판단과 선택 그리고 결정에 지름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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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무기인 활에 이어 근거리 무기인 창으로 자기경영을 생각해 보았다. 이젠 지근거리 무기인 칼(도,刀가 들어있는 첫번째 글자로 판단의 ‘판’을 짚어본다. 목적성을 바탕으로 하나를 취하려면 하나를 버리는 판단인 염일방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보는 ‘Why so’와 ‘So what’, 그리고 제3의 답을 찾는 판단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다른 수많은 변수에 대비한 기본에 대한 반복훈련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