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증권사가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기존 ISA 사업자인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 주식투자 활성화와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은행 신탁형 ISA에서 증권사 중개형 ISA로 갈아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SA는 지난 2016년 3월 첫 출시될 당시 신탁형과 일임형만 운영됐으나, 올해부터 제도 개편으로 국내 상장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이 새로 등장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증시 활황은 기존 신탁형, 일임형을 이용하던 은행 ISA 고객이 증권사로 이전하도록 부추겼다. 특히 ISA는 전 금융권에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는 특징에 계좌 이동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은행 ISA 77만8,000좌 감소…증권사 ISA 79만4,000좌 증가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ISA는 총 계좌수가 194만5616좌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은행이 99만4,910좌, 증권사 95만357좌, 보험사 349좌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ISA는 처음 출시된 지난 2016년 3월말 은행 110만2,296좌, 증권사 10만1,385좌, 보험 544좌로 합계 120만4,225명이 가입했다. 이후 2016년 9월말 기준 240만5,269명이 가입해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17년말 211만좌, 2018년말 215만좌, 2019년말 207만좌, 2020년말 193만좌 수준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감소 추세를 보인 ISA는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반등했다. 중개형 ISA는 주식계좌를 연결할 경우 주식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면서 ISA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ISA에 관심이 없던 투자자들이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지만, 기존 은행 신탁형 ISA를 운용하던 투자자들이 증권사 중개형 ISA로 이동 속도가 더 빨랐다.

올해 연초후 월별 업권별 ISA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은행 ISA는 2월(7만2,308좌 증가) 제외 모두 감소했다. 상반기말 기준 은행 ISA 수는 99만4,910좌로 전년말 대비 78만8,156좌 줄었다. 반면 증권사 ISA는 지난해말 15만5,562좌에서 올해 상반기말 95만357좌로 반년만에 79만4,795좌가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증권사 ISA가 증가한 것은 순수 신규 ISA 개설에 의한 증가보다 기존 은행 ISA를 거래하던 고객들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은행 신탁형 ISA를 거래하던 고객들이 ISA 상품 규정 변경으로 절세혜택과 상품성까지 충족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실제 ISA 총 계좌수는 6월말 기준 194만5,616좌로 지난해말(193만9,102좌) 대비 6,514좌 증가에 그쳤다. ISA 총 계좌수 증감에 큰 변화가 없었으나, 업권 간 계좌 이동 흐름이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6월말 기준 은행 ISA 총 계좌수는 전년말 대비 78만8,156좌 감소했고, 증권사 ISA 총 계좌수는 79만4,795좌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시 3분기말 은행과 증권사 간 역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개형 ISA, 절세 혜택과 만능통장으로 활용 매력 커져

증권사 ISA로 대량 이동 현상은 지난 2월 세제 개편을 통해 2023년부터 발생하는 주식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연초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ISA 거래 규정도 대폭 개선해 만능통장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개형 ISA 신설, 거래대상 완화, 의무 가입기간 완화, 투자한도 이월 가능, 중도해지 사유 완화, 계좌 한시적 운영 폐지 등 대폭 수정해 ISA가 만능통장으로서 상품성을 실효성 있게 높인 것이다.

ISA는 기존 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만 19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또 의무 가입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축소됐고,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중개형 ISA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고객이 직접 주식을 매매하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점이 중개형 ISA의 특징이다. 기존 고객의 요청에 회사가 운용하는 ‘신탁형 ISA’와 전문FP가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일임형ISA’ 등 2가지 유형만 있었지만, 고객의 직접 매매가 가능한 상품을 추가한 것이다.

중개형 ISA는 개별 종목을 거래하면 주가 상승시 수익과 함께 세제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해도 손실금액을 다른 상품의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익통산이 적용돼 발생한 이익액과 손실액을 상쇄하고 남은 이익에 대해 200만원까지(서민형은 400만원) 세금이 면제된다. 또 200만원을 초과한 이익에 대해서는 9.9%의 저율로 분리과세(일반 상품은 15.4% 과세)된다.

증권사는 이런 중개형 ISA 특징을 토대로 마케팅을 펼치며 은행권 ISA 가입자 끌어들이기에 심혈을 쏟았다. 주식매매 수수료 면제, 고금리 특판 RP 가입 혜택 제공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중개형 ISA 고객 모집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관계자는 “은행 신탁형 ISA 고객의 계좌 이동 상황은 영업 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 “중개형 ISA 상품의 출시로 계좌 이동도 많이 있지만, ISA 계좌의 투자 상품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향후 더 많은 고객이 ISA를 신규로 가입하여 절세 혜택과 장기 재산형성을 위한 투자상품으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