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 마디에 셰일가스에 대한 다양한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업계 판도변화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관 및 건설, 조선, LNG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에겐 100년을 사용할 천연가스가 있습니다. 셰일가스를 미래 에너지로 개발해 2020년까지 6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최근 재점화된 셰일가스 열풍에 도화선이 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미국 대선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주춤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불어 닥칠 에너지 전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상승하던 유가를 하락세로 돌아서게 했다. 셰일가스를 개발할 수 있는 ‘수평시추공법’과 ‘수압파쇄법’이 등장하면서 셰일가스 개발단가가 천연가스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에 영향을 받은 중국도 셰일가스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셰일가스 개발은 천연가스 가격을 기존 12달러에서 2달러까지 끌어내렸고 유가의 추가 상승도 제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미국이 셰일가스를 통해 에너지 독립국으로 거듭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셰일가스가 조기 생산될 경우 미국의 경제 회복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유럽위기까지도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렇게 셰일가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그 누구보다도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셰일가스의 무풍지대인 만큼 자칫 글로벌 에너지 전쟁을 두 손 놓고 지켜만 봐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에 따라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업계 판도변화, 석유화학산업은 위기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를 일컫는다. 현재 셰일가스 확인매장량은 187조5000억㎥. 이는 전 세계가 5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유경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30년이 되면 가스가 세계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석탄을 제치고 석유에 이어 2위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동, 러시아 등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는 전통가스와 달리 셰일가스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이 특징이며, 에너지 수요가 높은 중국과 미국이 매장량 1, 2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에 매진하고 있어 지난 2010년 23% 수준이었던 천연가스 생산량 중 셰일가스 비중이 2035년에는 4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셰일가스 개발 의지는 자국 석유화학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는 이러한 셰일가스의 열풍이 오히려 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유경 선임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이 석유에서 분리한 나프타 중심에서 가스 원료 중심으로 판도가 전환될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저가가스시장이 본격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설비 등을 보완해 나프타뿐만 아니라 에탄 등 가스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삼성토탈의 경우 나프타, 콘덴세이트, LPG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를 보완했다. 저가 원료 확보를 위한 해외 에너지 개발 투자 및 공장 진출 확대도 모색 중이다.

호남석유화학 또한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 29억 달러를 투자해 가스전개발 및 에틸렌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셰일가스 효과 나타나려면 시간 필요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강관, 건설, LNG산업, 조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셰일가스의 수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철로 파이프를 만드는 강관산업의 경우 유전관과 송유관의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올 한해 미국의 유정관 및 공유관 수요는 6% 가량 증가했으며, 앞으로 2035년까지 연평균 1.3%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하이스코, 세아제강, 휴스틸 등 국내 대표 강관업체들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과거 6%에서 지난해 14%로 상승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미국 강관시장에서 국내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어 반덤핑제소라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간 미국시장에서 국내 기업들과 경쟁했던 중국기업들이 반덤핑규제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국내기업에도 반덤핑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플랜트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증가도 기대된다.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저렴한 원료확보로 전 세계 플랜트 건설이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2016년까지 472억 달러규모의 에탄 크레커가 발주될 예정이며, 발전 플랜트는 2035년까지 680억 달러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미국에 진출한 유일한 국내 EPC(설계・구매・시공) 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수혜가 기대된다. S&TC, 비에이치아이 등은 미국의 셰일강스 생산량 확대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증가로 인한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기업이다.

이외에도 셰일가스 수송용 LNG선 발주증가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3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평가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와 SK도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중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부터 LNG를 도입해 발전소와 일반 도시가스회사 등에 공급 중이다. 해외 11개국 20개의 유전 및 가스광구 탐사 개발과 더불어 LNG 개발-액화-도입을 연계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2년 9%인 자주 개발 비중을 2017년까지 2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력 자회사인 SK E&S를 중심으로 LNG 밸류체인 강화를 추진 중인 SK의 경우 국내 최대 민간 발전 기업으로 성장해 셰일가스의 수혜를 볼 것으로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와 관련해 수혜기업에 대한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한가지 이슈에 너무 주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정유경 선임연구원은 “최근 SK가스가 신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프로판을 원료로 프로필렌을 제조하는 석유화학사업(PDH·Propane Dehydrogenation)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실 셰일가스의 파급력이 국내에까지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슈가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셰일가스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기업 5選>

 S&TC

-전 세계적 가스전 개발 및 LNG설비 증설과 중동, 남미 등 석유화학플랜트 증설로 인해 공랭식 열교환기 수요는 2015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따른 수주증가가 예상된다.

 SK

- SK는 지주회사로 가스탐사, LNG 생산·판매(SK이노베이션)에서부터 LNG 처리·저장, 복합화력발전용 인프라 구축(SK건설), 제품 운송(SK해운), LNG를 이용한 전력발전사업(SK E&S)에 이르기까지 LNG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셰일가스 생산량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 기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셰일가스를 이용한 메이져 석유회사들의 미국내 에탄 크렉커 발주 계획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동 에탄크레커의 풍부한 건설 경험과 에틸렌 클럽과의 공사 경험을 통해 살펴볼 때 미국 에탄 크레커 수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미국 내 발주 패턴 변화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미국 내 사업 확대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한국가스공사

-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에너지 유통업체인 시니어에너지(Cheniere Energy)와 2017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350만t 규모의 가스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 셰일가스 영향으로 유가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수금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휴스틸

- 내수와 수출비중이 각각 50%이고 수출품목은 유정관과 송유관으로 북미 수출비중이 70%이다. 따라서 미국 비전통자원 개발에 따른 유정관과 송유관 수요증가의 수혜주로 평가된다.

(자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