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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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자동차 등 경영난을 겪는 국산차 업체들이 더욱 엄격해진 탄소 감축량 목표로 인해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업계 주장이 제기됐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최근 국회에서 입법 의결된 기후위기대응법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23일 밝혔다.

KAIA는 앞서 지난 19일과 22일 긴급 온라인 회의 등을 열고 입장을 정리했다. 당시 회의에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회장,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앞서 지난 1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기후위기 대응법)’을 입법 의결했다. 환노위는 해당 법령을 통해,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당초 26.3%에서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KAIA는 탄소 배출량을 24% 감축하기 위해 전기동력차를 오는 2030년까지 누적 364만대 공급해야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충전 인프라, 전기차 수요 등 여건 때문에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국회가 강화한 탄소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동력차 공급량을 385만대로 늘려야 하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KAIA에 따르면 국회 목표를 지향할 경우 2030년 한해에만 전기동력차를 60만대 보급해야 하지만 현재 계획상 국산차 40만여대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20여만대를 수입차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 결과 국산차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현재 존폐 위기에 놓인 국내 부품업체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KAIA는 “내연기관차 시장이 축소된 데다 전기차 부품 수가 감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은 국내 부품 업체들의 향후 매출액이 현재 대비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차 공정의 38%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할 경우, 국회 목표로 인해 근로자를 대량 실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KAIA는 이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3개사는 노사관계 등 경영여건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전기차 생산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법이 맞물려) 더 큰 문제 상황에 처했다”고 부연했다.

KAIA는 차량 전동화 시대로 급속히 전환하기 위해선 발전·전력설비와 충전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등 충분히 사전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절기 폭염으로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동화 신차 보급량을 급격히 늘릴 경우 현재 발전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385만대 이상 보급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봤다.

KAIA는 또 탄소배출의 본질 문제가 내연기관 아닌 ‘청정연료의 부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Fuel 등 탄소중립연료를 개발하고 하이브리드차를 더욱 많이 보급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KAIA는 “어떤 기술이 전주기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중립 기술이 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내연기관, 전기모터, 수소연료전지 등 자동차 동력원 기술에 관해 중립성과 개방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A는 일련의 입장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금속노조와 향후 공동 대응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경과에 따라 정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