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글로벌 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몇 차례 변곡점을 거치며 한국 경제는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산업의 적응력이다. 코로나19 사태 및 셧다운, 백신 정국, 델타 변이 창궐 등으로 한국경제가 정신없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며 기본 체질이 변하는 장면이 감지되고 있다.

"너무 잘 나간다"

코로나19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산업 영역 중 IT와 배터리, 석유화학 분야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다.

특히 IT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온택트 트렌드의 중심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IT 대장주인 네이버는 2분기 매출 1조6,635억원, 영업이익 3,356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30.4%, 전분기 대비 11.0%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 성장률(YoY)은 5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각 부문별 매출은 ▲서치플랫폼 8,260억원 ▲커머스 3,653억원 ▲핀테크 2,326억원 ▲콘텐츠 1,448억원 ▲클라우드 949억원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기술 R&D와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며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콘텐츠 IP사업도 본격 추진해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짐으로써, 탄탄한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에서 다양한 사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잭팟이다. 주력 자회사들이 연이어 성공적인 기업공개에 성공하면서도 카카오톡 본연의 인프라는 훨훨 날고 있다.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1조3,52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62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2%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5,904억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K-배터리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2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 11조4,561억원, 영업이익 2조2,308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2%, 영업이익은 290.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지난 1분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성과다. 매출 5조1,310억원, 영업이익 8,152억원을 기록했으며 리콜금액 4,000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지만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합의금 1조원이 반영되면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올라갔다.

전기차 배터리 기준 미국 캐파를 140GWh로 키우고 올해 캐파를 150GWh로 확대, 2025년 총 430GWh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유럽 생산 거점 전략도 탄탄하다. 현재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는 상태에서 캐파를 키우는 한편 오폴레 2공장 추가 건설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사회를 통해 LG전자의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산하 화학·전자재료(CEM) 사업 부문을 5,250억원에 인수하는 영업 양수 안건을 승인하며 배터리 분리막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소재 분야도 드라이브가 걸렸다. LG화학은 지난 4월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 도전재 시장 공략을 위해 1,200톤 규모의 CNT 2공장을 증설했으며 연내 3공장도 착공을 준비하는 등 생산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펄펄 난다. 2분기 매출은 지난 1분기 대비 1조 8,798억원 증가한 11조 1,19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20년 동기 대비 9,628억원 증가한 5,06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전이익은 6,481억원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지난해 18조1,789억원에서 올해 20조 3,59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조 9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3년만이다.

배터리 전략의 선택과 집중도 단행된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통해 배터리사업과 E&P(석유개발)사업을 분할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향후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Green Portfolio Designer & Developer)’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분할되는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SK이엔피주식회사(가칭)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사업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여세를 몰아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포드와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점차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도 2분기 웃었다. 2분기 매출 3조3,343억원, 영업이익 2,95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매출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배터리 분야에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점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나아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강력한 시동을 걸어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정유업계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5조1,80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반전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에쓰오일은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현대오일뱅크도 6,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쓸어담았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코로나19 정국을 해치며 완벽하게 적응한 IT 및 배터리, 석유화학 등의 산업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2분기 신사업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 60%를 넘겼다. 각각 포털과 메신저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영역을 넓혀 사업 다각화로 변신하는 중이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 전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 및 기능 향상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주력은 NCMA 배터리며 삼성SDI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된 젠5(Gen.5·5세대) 배터리 양산을 역시 하반기에 준비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잡은 NCM9 배터리를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 소재까지 파고드는 밸류체인 작업도 힘있게 전개되어 사업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정유4사의 상반기 실적 잭팟 배경에도 사업 다각화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정유4사가 2분기 석유화학, 윤활기 등 비사업 분야의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 4사는 지난해 석유 제품 수요는 늘어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지자 큰 손해를 봤으나 올해는 석유화학, 윤활기 등 플랜B를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중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2분기 연결기준으로 75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최대 실적인 1분기 영업이익(6125억원)을 또 뛰어넘었다. 페놀유도체와 합성고무 분야가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페놀유도체의 영업이익은 3,35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9배나 성장했다. 합성고무도 2분기 영업이익은 2,929억원, 영업이익률은 무려 35.5%를 찍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거치며 거침없이 행진하는 기업의 특징을 두고 시대의 흐름(온택트, 친환경)과 기민한 사업 다각화(신사업, 새로운 기술, 석유화학)로 요약할 수 있는 이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