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백신접종 완료자에게 격리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백신트랙’을 통해 한국 기업인들이 베트남 특별입국 출장길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백신접종을 마친 국내 기업인 출장단이 격리기간 단축을 조건으로 베트남에 입국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출장단은 50개 진출기업의 필수인력 84명으로 구성됐으며, 전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해 베트남 정부의 입국 승인을 얻었다.

출장단은 베트남 입국 시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출하고 PCR검사 음성이 확인되면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된 기간 동안 시설에 격리된다. 출장자는 시설격리 해제 후 7일간 건강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야 한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종전까지는 자가격리기간 포함 28일동안 시설격리를 해야만 외국으로부터의 입국이 허용됐다. 이번 ‘백신트랙’은 격리기간 단축으로 격리비용, 활동제한 등 출장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 기존 특별입국절차와 차별점이다.

코로나19로 한국 기업인의 베트남 입국이 쉽지 않은 가운데 대한상의는 ‘백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대한상의 베트남사무소는 현지 민간 네트워크의 집요한 설득을 통해 베트남 당국이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격리기간을 단축하는 ‘백신트랙’을 내놓았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도 현지 정부에 백신트랙 관련 요청 공문을 수차례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베트남 총리실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격리 기간 단축 기준을 공식 확인하여 각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 그리고 첫 사례로 이번 대한상의 주관 출장단이 입국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출장 기업들은 지금까지 베트남 생산현장에서 기술자 공백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번 ‘백신트랙’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이다. 기아자동차의 한 출장자는 “지난 4월 베트남 4차 코로나 유행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현지 설비를 운영할 인력이 부족했다”라면서 “이번 출장으로 차종 3종에 대한 개발 작업이 가능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인 ‘나무가’의 출장자도 “그동안 국내 엔지니어의 베트남 입국이 원활하지 못하여 제품 개발 및 생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라면서 “현장 기술자 없이 유/무선을 통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제품 품질관리에 특히 애로가 많았다”고 했다.

아세안(ASEAN)으로 글로벌 공급망 이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베트남 등 한국 기업의 주요 생산기지로의 안정적인 출입국 수요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출장 기업 관계자들은 격리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백신 접종과 입국승인 서류 구비를 위한 절차가 명확하게 확립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베트남 출장에 소요되는 격리 부담을 크게 낮추면서, 방역의 안전성을 높이는 ‘백신트랙’을 정례화하기 위하여 향후 베트남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작년 3월 22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가운데, 대한상의는 산업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기업인의 특별입국을 지원해 왔다. 특별입국 이용자 수는 현재까지 총 2,091개 기업 필수인력 및 가족 4,453명에 이른다. 작년 4월 29일 1차 방문을 시작으로 이번 출장단까지 총 23차례 진행됐는데, 현재까지 출장자 중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은 우리 기업의 주요 해외 생산 거점인 만큼, 이번 특별입국은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됐다”라면서 “최초로 백신접종 완료자의 특별입국 및 격리단축을 이뤄낸 이번 성과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보여주고, 베트남 정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