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투싼, 스포티지, 코란도 등 모델이 해당되는 차급인 준중형 SUV가 최근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소형차와 중형차 사이에 껴 애매한 포지션에 머물렀으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만 비공식적으로 쓰이는 준중형 SUV는 통상 전장(length)이 4,300㎜ 이상 4,700㎜ 미만인 차량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유럽, 미국 등지에선 C-세그먼트 SUV, 컴팩트(Compact) SUV 등으로 일컬어진다. 국내 준중형 SUV 시장은 최근 수년 간 축소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기아 신형 스포티지. 출처= 기아
기아 신형 스포티지. 출처= 기아

17일 각 완성차 업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쌍용자동차 코란도 등 국산 준중형 SUV의 신차 판매량은 지난 2016년 11만5,584대에서 내리 하락해 지난해 7만3,735대에 머물렀다. 시장 규모가 4년 새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해당 시장을 쌍끌이하는 투싼과 스포티지 등 두 모델의 당시 연식버전이 노후화함에 따라 성장 동력을 크게 잃었다. 지난 2019년 2세대 완전변경모델로 새롭게 출시된 코란도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서 2018년 6월 출시된 한국지엠 이쿼녹스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지난 상반기 일시적으로 판매중단됐다.

이 뿐 아니라 같은 기간 현대차 코나, 쌍용차 티볼리 등 소형 SUV가 시장을 새롭게 일으켰다. 또 현대차 팰리세이드(대형 SUV)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중형 픽업트럭) 등 중·대형급 SUV나 픽업트럭이 등장함으로써 준중형 SUV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떨어졌다.

투싼 N라인. 출처= 현대자동차
투싼 N라인. 출처= 현대자동차

투싼·스포티지 많이컸네…싼타페와 축거差 불과 1㎝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준중형 SUV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거나 다변화함으로써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략이 시선을 끈다.

지난 상반기 국산 준중형 SUV 3종의 판매량은 전년동기(3만2,379대) 대비 17.5% 증가한 3만9,252대로 집계됐다.

투싼(2만8,391대)이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어난 판매량을 보임으로써 신장폭을 홀로 이끌어냈다. 다만 스포티지가 지난 7월 완전변경모델로 출시된 후 월 판매량이 전년동월(1,272대) 대비 1.5배 가량 늘어난 3,079대로 집계되는 등 흥행을 예고한 상태다.

두 모델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 요인은 뭘까. 잘 나가고 있는 두 차량의 공통점으로 기존 대비 확장된 실내공간이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는 2019년 이후 신차에 도입한 3세대 플랫폼을 이번 두 모델에 적용했다. 3세대 플랫폼은 완성차 중량을 경감시키고 최적화한 무게배분과 높은 설계 유연성을 갖춤으로써 차량 상품성을 기존 대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두 모델은 또 해당 플랫폼을 바탕으로 더욱 넓은 내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더욱 강화한 차량 실용성을 제공한다. 실내공간 규모를 좌우하는 축거(휠베이스)가 두 모델 동일하게 2,755㎜로 설계됐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투싼 75㎜, 스포티지 85㎜씩 늘었다. 이에 따라 각사별 상위급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2,765㎜)나 기아 쏘렌토(2,815㎜)와의 차이를 최소 10㎜까지 좁혔다.

또 이들 모델은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차 시장의 주요 동력원에 더해 최근 전동화 차종의 하나인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출시돼 고객 선택폭을 넓혔다. 이밖에 현대차 SUV 라인업 가운데 코나에 이어 투싼에 고성능 N 브랜드의 모델 ‘투싼 N라인’이 도입되는 등 준중형 모델에 힘 실리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준중형 SUV를 통해 중형 SUV에 준하는 규모의 실내 공간을 누릴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연료 효율 등을 누릴 수 있다. 투싼 15.8~16.2㎞/ℓ, 스포티지 16.3~16.7㎞/ℓ 등으로 싼타페(13.1~15.3㎞/ℓ)나 쏘렌토(13.2~15.3㎞/ℓ) 등 상위 모델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이에 비해 중형 SUV가 준중형 SUV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좀 더 넓은 실내공간과 디자인 감성, 3열 시트 등으로 기존에 비해 제한될 정도다.

기아 EV6. 출처= 기아
기아 EV6. 출처= 기아

전기차선 ‘아이오닉5·EV6’ 급부상

준중형 SUV는 그간 소형차 일색이었던 양산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차세대 모델의 차급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등 국내 양산 전기차 시대를 열어젖힌 소형 SUV 모델들이 단종되거나 신모델 없이 잠잠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준중형 전기 SUV의 주요 모델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두 모델이 지목된다. 두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돼 전기차로서 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냈다. 두 모델은 또 플랫폼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5 4,635㎜, EV6 4,680㎜ 등 수준의 전장을 갖춘데 비해 각각 3,000㎜, 2,900㎜에 달하는 축거를 갖췄다. 이 축거 수치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와 동등한 길이다.

현대차와 기아 뿐 아니라 쌍용차(코란도 이모션), 벤츠(EQA), 폭스바겐(ID.4), 볼보(XC40 리차지)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도 같은 차급의 전기차를 이날 현재 판매하거나 향후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의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 출처= 쌍용자동차

업계 “준중형 전기차, 수익성 낮은 소형차 보완”

각 업체가 준중형 SUV에 공들이는 목적은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SUV가 세단이나 해치백 등 기존 글로벌 인기 차종의 판매량을 넘어섬으로써 저변을 확대하는 가운데, 준중형차가 소형차 다음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란 관측이다.

전기차 라인업이 전세계 시장에서 주로 소형차를 시작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차량 안정성이 입증됨에 따라 다음 개발할 주력 전기차 차급으로 준중형차가 주목받고 있다. 한편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도 배기가스 규제에 발맞춰 더욱 진화한 상품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높은 저공해성을 달성할 수 있는 차급으로 준중형 SUV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유럽에서 연 1,000대 이상 판매되는 C세그먼트 SUV의 가짓수는 2019년 37종으로 A~C 세그먼트의 세단·해치백 등 승용차종을 추월했다. 이어 오는 2025년 77종으로 나머지 차종과의 가짓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됐다.

LMC 오토모티브는 “유럽에서 전기차를 소형차로 출시하는 전략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론 C-세그먼트 SUV를 전동화하려는 제조사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한편 이로 인한 전체 완성차 시장에서의 (판매량 기준) 점유율 감소 문제는 쿠페 SUV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모델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