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혼란과 혼돈의 2008년…
리더십은 오히려 빛났다

2008년이 저물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한국의 경영자들은 어떠한 리더십을 배우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까.
<이코노믹 리뷰>는 경영전문가 3인과 함께 분야별로 2008년이 주목한 리더와 그들이 구사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자문 : 조성용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박해룡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안병민 휴넷 이사

스포츠 : 김경문 믿음과 육성의 리더십
“믿음 야구로 올림픽 금메달”

“이승엽은 큰 경기에서 쳐주는 선수니까 한 경기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4번 타자로 기용했어요. 마침 오늘이 그날이 된 것뿐이죠.”
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했던 김경문 감독(두산베어스)은 믿음과 육성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리더로 손꼽힌다.
일단 믿음이다. 김 감독은 핵심선수를 철저히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우승의 길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승엽만 하더라도 준결승전까지 22타수 3안타(타율 1할3푼6리)로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했던 부진한 ‘4번타자’였다.
하지만 이승엽을 향한 김 감독의 믿음은 끝내 그가 ‘결승 투런 홈런’으로 한국팀에게 결승행을 선물하도록 견인하고 만다. 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선발 류현진이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교체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그를 믿어 완봉승이란 선물을 안겨준 이가 김 감독이다.
자신의 팀인 두산에서도 그의 ‘믿음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홍성흔을 현역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은 채 1군 선수단과 함께 지내게 했고 2006년 시즌을 앞두고는 팀의 간판선수인 김동주와 박명환을 공개적으로 트레이드시장에 내놓아 두 선수가 넓은 시장에서 실력을 쌓도록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기업 현장에서도 리더인 최고경영자는 이처럼 직원들을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일 경우는 이 같은 믿음의 리더십이 더 절실하다.
김 감독의 또 하나 배울 점은 선수를 키워내는 능력이다. 현재의 김현수나 고영민, 이종욱 선수는 그의 손에서 성장했다. 이종욱의 경우 현대 유니콘스에서 방출될 때만 하더라도 주루 센스는 있었으나 배팅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 감독을 만난 후 이종욱은 공격이 늘어난 데다 발 빠르고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하며 크게 성장했다.
한국리더십센터의 조성용 사장은 “기업경영에서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직원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구별해 장점에 맞는 보직을 주는 것도 경영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문화 : 김장훈 서번트 리더십
“나누고 나누면 내게 돌아온다”

올 들어 유독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에서 모범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이는 ‘기부천사’ 가수 김장훈이다.
김장훈에게서는 ‘섬김의 리더십’인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배워야 한다는 게 경영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딜로이트컨설팅의 박해룡 상무는 “김장훈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듯 산다. 왜냐하면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직의 리더는 이처럼 가슴이 따뜻한 ‘형님’같은 코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내 업무 목표를 수립하고 성과에 대한 중간 점검과 평가, 그리고 피드백 하는 과정에서 김장훈과 같은 서번트형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장훈은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지난 2월부터 10회 넘게 서해안 기름방제 작업을 펼쳤다.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캠페인을 벌여 사재 2억원을 털어 자원봉사자들의 버스 대절비, 식사비, 교통비, 흡착포 등의 복구장비 비용을 지원했고 태안 방제작업과 공연 스케줄이 겹치자 수면시간까지 줄여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렇게 지난 4월까지 자원봉사자들과 방제작업에 나섰고 6월에는 서해안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충남 보령에서 서해안 페스티벌을 개최해 동료가수들의 출연을 이끌어내며 동분서주하다 공연 중 실신하기도 했다.
여기에다가 지난 9년간 약 40억원을 기부하는 등 금전적으로도 많은 선행을 펼쳐 김장훈은 ‘진정한 부자’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김장훈이 따뜻한 가슴으로 어려운 이웃을 대하듯 구성원의 애로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리더십이 지금 기업경영에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어진 과제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개인 경력 개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해 주는 서번트(Servant)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견해다.
한국리더십센터의 조성용 사장은 김장훈에게서는 실천과 나눔의 리더십을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더십의 기본은 말이 아니라 행동인데 김장훈은 ‘숨어서’ 보여준다는 것. 조 사장은 “미국에서도 셰어링 리더십, 즉 나눔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는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나눠준다는 의미로 계속해서 공유하다 보면 결국 자신한테 되돌아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 오바마 통합의 리더십
“자신을 양보하는 게 통합”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올 들어 주목받는 대표적인 정치분야의 리더다. 그에게서는 ‘통합의 리더십’을 추출할 수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평가 외에 오바마는 여성의 권리 증강에 앞장섰다. 오늘의 그가 있도록 주변에는 세 명의 여성 멘토가 있었는데 어머니인 앤 더넘과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 그리고 아내 미셸 오바마가 그들이다. 이 세 명 덕분에 오바마는 여성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그들의 역량을 인정하면서 ‘통합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이렇게 연설했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힘입니다.”
그의 당선 자체가 흑인과 백인의 통합, 이념의 통합, 경험이 풍부한 자들과 변화욕구가 넘쳐나는 젊은 층의 통합을 의미하는 셈이다.
기업의 경우도 리더가 조직을 운영할 때 균형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경영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기 사람을 배치할 때 “나는 이념이라는 것은 모른다. 미국이 잘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 오바마의 발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성용 사장은 “통합의 리더십은 자기 것을 양보하는 것인데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기업구조에서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직원 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갈등을 잘 조절하고 통합하는 것이 경영자가 할 일”이라면서 “결국 통합리더십은 갈등을 인정하면서 팀의 아이덴티티를 정해놓고 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데서 효과를 발휘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조직원 간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경제 : 구자균 실천, 이승한 창조
“행동과 아이디어로 기업 성장견인”

기업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올해의 리더’로는 구자균 LS산전 사장과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이 꼽힌다.
구자균 사장은 대학 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지난 1월 LS산전의 CEO로 기업경영의 일선에서 2008년을 보냈다. 그가 직접 경영하기 전 LS산전은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 운영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구조조정 단계를 거치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무겁게 경직돼 있었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구성원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구 사장은 ‘경영사상 공유회’를 해결의 키워드로 던졌다. 바로 ‘How To Grow’이다. 지난 10년은 IMF 외환위기 이후 ‘How to Survive’의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How to Grow’의 시대로 정의하고 함께 뛰어야 함을 강한 메시지로 전달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조직문화를 바꾸고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함을 인식했다. LS산전의 문화를 ‘열린 문화’로 정의하고 구성원 간에 유연, 솔직, 자율, 조화라는 4대 가치가 공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해 역량 강화와 리더의 역할 수행을 지원하고자 노력했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할인점의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창조경영의 리더’로 평가받는 주인공이다.
‘생활편의 가치점’, ‘녹색점’ 등 기존 할인점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제고하고 명확한 비전과 목표로 조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이끈 케이스다.
세계 최초로 새로운 개념인 2세대 할인점 ‘가치점’의 개념으로 매장에 어린이 놀이터, 문화센터, 푸드코트, 클리닉, 미용실, 민원센터 등을 도입했다. 특히 새롭게 ‘녹색점’의 콘셉트를 할인점에 도입해 매년 100억원 이상의 투자로 기존 점포를 환경 친화적 점포로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응한 셈이다.
이 같은 창조경영으로 홈플러스는 그의 손에 ‘맡겨진 지’ 4년 만에 시장 2위에 올랐고 지난 9년간 매출 연평균 50% 수준에 이익 연평균 175%로 유통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휴넷의 안병민 이사는 “영국 테스코가 각국 CEO 중 유일하게 현지인으로서 그를 발탁했다는 것은 그의 창의적인 경영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라며 “리더의 생각 하나가 기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박스

2009년, 이런 리더십이 뜬다

“역경극복 리더십 조명받을 듯”

2009년에는 누가, 그리고 어떤 리더십이 주목받을까.
한국리더십센터 조성용 사장은 내년에는 ‘역경극복 리더십’이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조 사장은 “내년의 경영키워드는 ‘생존경영’이다. 돈을 얼마나 남길 것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여러 가지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뜨겠지만 통합과 화합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컨설팅 박해룡 상무도 ‘역경 리더십’의 관점에서 2009년에는 김쌍수 한전 사장과 강덕수 STX 회장,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쌍수 사장의 경우 공기업 선진화와 효율화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고, 강덕수 회장은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하고 M&A를 통해 흡수한 다양한 조직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전광우 위원장은 어떻게 국내 금융시장의 체력이 튼튼해지도록 할 것인가가 관심거리라는 입장이다.
휴넷의 안병민 이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상이 나올 가능성을 예견했다.
안 이사는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이란 별명이 있듯 갈수록 리더십도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기존 정계, 재계, 학계의 도덕성, 윤리성 부분에서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옴에 따라 향후에는 투명, 윤리, 봉사, 나눔이란 키워드를 통한 리더십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즈니스계에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 즉 제도 혁신, 창조적 아이디어, 벤처, 뚜렷한 비전과 성과 등과 관련해 주목받는 리더십이 생길 것”이라고 덧 붙였다.

조성용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변화에 대처하려면 수시로 명상해야”

올해 기업경영자들이 가장 어려워했을 것 같은 부분은. 경기침체로 인한 성과 문제를 접어둔다면 올해의 경영키워드는 창조경영이었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남들이 안 한 일, 새로운 영역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은 1등 아니면 도태되기 쉬운 세상 아닌가. 그만큼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CEO들은 ‘창조’에 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본다. 특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리더십도 유행하나. 리더십의 기본은 어느 정도 일정하고 똑같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 기업경영자의 리더십은 크게 행동과 책임, 2가지에 관여해서 발휘된다. 유행이 있다면 리더십의 기본은 같은데 올해는 ‘창조 리더십이다’, ‘소통 리더십이다’처럼 리더십 분야 중 한 부분이 클로즈업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유형에 대해서는 트렌드가 있을 법한데. 처음 산업화 시대가 막 도래했을 때는 아무래도 ‘카리스마형 리더’가 주목받았다. 일종의 비전제시 능력이 있는 리더다. 그러나 지금처럼 웹 2.0시대의 리더들은 ‘참여형 리더’가 더 인정받고 좋은 성과도 내는 것으로 안다. 리더도 시대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나. 리더가 변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깨닫는 것부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명상을 추천한다.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내게 부족한 것과 장점인 것을 근본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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