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소프트웨어(SW) 전문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를 이끌고 있는 서정식 대표이사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끈다. 최근 동일업종 계열사와 합병함으로써 커진 기업을 이끌며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룹의 SW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정식 대표이사는 지난달 28일 온라인 상에서 사업발표회인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합병 현대오토에버(이하 현대오토에버)의 향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4월 기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앤소프트 등 차량용 IT기술 부문 계열사 3개사를 합병한 단일 기업으로 새출발했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하는 모빌리티 SW 전문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기업 합병 결정으로 이어졌다.

현대오토에버는 오는 2026년 연간 매출액 목표로 3조6,000억원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6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중장기 사업계획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실적을 개선해 기업·주주가치를 모두 향상시킬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가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발표한 중장기 사업 계획의 개요. 출처= 현대오토에버출처=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가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발표한 중장기 사업 계획의 개요. 출처= 현대오토에버출처= 현대오토에버

중장기 사업계획은 차량 SW, 엔터프라이즈 정보기술(IT), 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봇·차량 통합관리 체계(FMS) 등 세 분야로 나눠 실행한다.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직접·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들이다.

차량 SW 부문에선 모빌리티, 커넥티비티 등 다양한 차량 관련 서비스를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한다. 또 해당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에 클라우드, 플랫폼 등 분야별 기술력을 접목한다. 엔터프라이즈 IT 분야 사업으로 스마트 팩토리, 자원관리 시스템(ERP) 등 첨단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해 경영 역량을 첨단화하도록 지원한다.

UAM·로봇·FMS 분야에선 SW와 하드웨어(HW) 서로 안정적으로 연동시켜 로봇관제 시스템, UAM 상용화·고도화 등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현대오토에버가 추진하는 세가지 사업은 궁극적으로 SW와 HW을 더욱 자유롭게 연결시킴으로써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사에서 서비스 공급사(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나려는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서정식 대표이사는 CEO 인베스터 데이 현장에서 “뛰어난 서비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만이 글로벌 모빌리티 SW 경쟁을 주도할 것”이라며 “현대오토에버가 그런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지난 7월28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출처= 현대오토에버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지난 7월28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출처= 현대오토에버

SK·KT 등 ICT 기업서 사업혁신 주도

서정식 대표이사는 앞서 쌓아온 경력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을 실행할 적임자임을 업계에 입증하고 있다. 서정식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현대오토에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취임했다. 앞서 2년간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본부장(전무)과 현대오토에버 기타비상무이사(ICT 전략 자문) 등을 겸임해온 가운데 능력을 인정받아 계열사 대표직을 맡았다. 서 대표이사는 그간 모바일 업무환경, 원격근무 등을 소재로 계열사의 업무 환경을 혁신하는데 공 세웠다.

서 대표이사는 현대차그룹에 합류하기 앞서 KT(KT클라우드웨어 대표 상무), SK브로드밴드(비등기상무이사) 등 통신사에서 역량을 펼쳐왔다. 당시 클라우드 같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거나 기업(두루넷)을 인수해 고객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등 과정을 주도했다. 당시 업체별 사업을 혁신함으로써 해당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통찰력을 축적해왔다. 전례 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서 대표이사를 점찍은 이유다.

서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현대오토에버는 글로벌 모빌리티 SW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환경과 글로벌 시장 경쟁에 대응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3월 당시 서정식 현대·기아자동차 ICT본부장(왼쪽)이 그룹 계열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 사무용 SW 업체 SAP코리아와 파트너십을 맺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지난 2019년 3월 당시 서정식 현대·기아자동차 ICT본부장(왼쪽)이 그룹 계열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 사무용 SW 업체 SAP코리아와 파트너십을 맺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서 대표이사는 그간 몸담은 기업 뿐 아니라 본인 경력에 있어서도 ‘혁신’을 일으켜왔다. 현대차그룹은 새롭게 거듭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과 중요성을 고려해 대표이사의 직급을 기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올해 승격시켰다. 서 대표이사가 위상을 강화한 현대오토에버의 첫 수장을 맡았다.

서 대표이사는 앞서 KT의 클라우드 사업을 주도할 당시 해당 업종에선 이례적으로 IT 전문가 아닌 컨설턴트 출신이라는 점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미국 컨설팅 기업 아서디리틀(Arthur D.Little, Inc)에서 이사직을 역임했다. 36세이던 2004년엔 하나로텔레콤(현재 SK브로드밴드) 뿐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최연소 상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한편 서 대표이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학사), 미국 UC버클리대 경영정보학(석사) 등 학위를 취득했다. 1969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53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