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사건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되어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 가석방 업무지침 상 광복절에는 ‘기념일 가석방’이 가능하며(제20조), 이 부회장 역시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법적으로 가능한가?

가석방은 말 그대로 징역 또는 금고의 형벌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사람이 수형 태도가 양호하여 반성하고 있는 것이 뚜렷해 보일 때 무기징역은 20년,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경과한 때 행정처분으로 구금상태에서 풀어주는 제도이다(형법 제72조 제1항). 이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으로 형의 집행을 면제해 주는 사면과는 엄격히 구분되는 것으로, 사면과 달리 행정 절차적으로도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상신(上申)하는 것과 같은 보고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사면법 제10조 제1항).

이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으로 판결선고가 확정되기 전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미 1년여 이상의 기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고, 지난 1월 판결선고가 확정되어 또 다시 수감생활을 시작한 것도 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형법상 판결선고 전 구속된 기간 역시 가석방 요건 상 수감기간에 포함된다는 규정을 고려하면(제73조 제1항), 이 부회장은 2년 6개월의 징역 중 2년 가까운 시간을 실제로 수감생활을 한 셈이어서 일단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경과해야 한다는 요건은 갖추었다. 그렇다면,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수형 태도가 양호하여 반성하고 있는 것이 뚜렷한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상당 부분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심사과정 자체도 비공개여서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이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둘러싼 갑론을박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문제를 놓고는 ‘장외 대결’도 뜨겁다. 우선 몇몇 진보성향의 정당, 시민단체에서는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에 대한 무관용원칙을 내세운 현 정부가 이 부회장을 가석방 심사 대상자에 올려놓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석방 업무지침 어디에도 이들 범죄에 대한 가석방이 제한된다는 규정은 없으며, 실제로 가석방은 비단 이 같은 범죄뿐 아니라,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에 대해서도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또 한편으로 이들은 이 부회장이 구금된 서울구치소가 가석방 심사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검찰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생략하였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한다. 가석방 업무지침 상 예비심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 법원, 검찰 등 관련기관의 의견 등을 조회해 예비심사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제6조).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장은 이 같은 절차를 밟았으며, 법무부 역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공식의견으로 피력한바 이 역시 억지 주장에 불과해 보인다.

- 이 부회장 가석방 여부를 결정 지을 화룡점정,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단은?

가석방을 허가하는 최종권한은 법무부장관에게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가석방심사위원회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서는 가석방을 제한해야 할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 이 부회장의 경우 비록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등 현재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이전의 일에 불과하여 반성의 기미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또한 가석방 업무지침 상 현재 다른 수사,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해당 수감자를 가석방 대상자로 올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만 활용될 뿐(제6조), 일단 가석방 대상자로 올라 심사대상이 된 이후에는 그것을 심사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가석방심사위원회로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3일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전체의 66.6%를 차지한 점만 보더라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은 좀 더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재계 등 일각에서는 궁극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아닌 특별사면 및 복권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가석방’이나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은 비록 절차나 형식은 다르지만 남은 형기의 집행을 면제해 주는 수준의 처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그것만으로는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이 부회장은 ‘가석방’ 또는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으로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은 전과기록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 그 후로 5년 동안 ‘유죄판결 된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업체’인 삼성그룹에는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제14조 제1항).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는다면, 취업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이 또 다시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과 함께 복권까지 해주자는 것이다. 과연 청와대와 법무부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