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상 난항으로 파업 위기에 직면하자 청와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사측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 인상 등 직원 처우 개선에 미온적이자 노조는 파업만큼은 막고 싶다며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지난 4일 김진만 HMM육상노조위원장과 전정근 해원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내 연풍문에서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를 만났다.

두 위원장은 HMM 직원들이 회사 회생과 해운 재건 계획을 위해 수년간 열악한 근무환경을 인내했지만 사측과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을 전달하고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출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전하며 노조가 파업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해원노조는 전정근 위원장 명의로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는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도 전달했다.

전 위원장은 서신을 통해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의 결실인 해운 재건 계획으로 수출 대란은 물론 수출입기업 몰락도 막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 해운 재건에는 선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교대자가 없어 1년 넘게 승선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하는 선원들이 떠나고 배는 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와 회사는 배를 또 만든다는 자축만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를 강조했는데 ‘배가 먼저다’라고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어떻게든 배가 서는 일이 없도록 파업에는 나서고 싶지 않지만 지금 형국이 저희를 파업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배가 서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HMM 육·해상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격려금으로 월 급여의 100%를 제시했다.

노조 측은 회사의 적자 부담을 직원들이 수년간 임금 동결로 고통을 분담해온 만큼 그동안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임금을 정상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HMM 육상직은 8년간 임금이 동결됐으며 해상직은 6년간 동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의 평균 연봉은 약 6,800만원으로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 동종 업계와 비교해 2,000만원가량 낮다.

해운업 호황기를 맞아 HMM은 분기마다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M은 지난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훌쩍 넘은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HMM이 분기 기준으로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사측은 회사 정상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채권단인 산은은 조 단위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의 25% 인상 요구는 어렵단 분위기다.

현재 HMM 노사는 임단협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육상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해원노조도 오는 11일 4차 협상 결렬 시 중노위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두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서도 소득이 없으면 HMM 사상 첫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