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동해 전력케이블 생산 타워 예상도(왼쪽)와 대한전선 당진공장. 출처= LS전선, 대한전선
LS전선 동해 전력케이블 생산 타워 예상도(왼쪽)와 대한전선 당진공장. 출처= LS전선, 대한전선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전선(電線)’업계 점유율 1,2위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성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전선 판매가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의 변동 등 호재도 많기에 두 기업의 충돌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구리 가격 상승, 전선업계의 호재 
   
지난 6월 2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9042.5달러에 거래된 구리 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랐고,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톤당 9583.5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구리 거래 가격의 선행지표인 선물의 가격은 6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리 가격 상승세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전 세계 구리의 5%를 공급하는, 칠레의 구리 광산 ‘에스콘디다’에서 일어난 파업이 글로벌 구리 가격 상승에 영향을 키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스콘디다는 전 세계 유통량의 약 5%인 연간 110만톤의 구리가 생산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 광산이다. 
 
자연 원재료를 가공해 제조되는 공산품의 경우,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제품 생산 단가의 상승과 가격경쟁력의 하락 등으로 이어져 제조업체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선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오르는 만큼 판매 가격도 따라서 오르는 대표적인 ‘가격 연동형’ 상품이다. 그렇기에 일정 범위 내 구리 가격의 상승은 전선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인다. 아울러, 국내 전선업체들은 일종의 ‘자산’으로 대량의 구리를 비축하고 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미래지향적 산업에 사활 걸다 

전선 업계의 대외적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 에너지들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수단인 전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킬수 있는 비결이다.

액션플랜은 이미 나왔다.

지난달 25일 LS전선은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제2사업장에 총 1,859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인 172m의 초고층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를 포함한 최첨단 전선 생산 시설을 갖춘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공장 건립에 대해 LS전선 명노현 대표이사는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전 세계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는 해저 케이블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라면서 “이번 투자는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있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 전기차용 알루미늄 전선 생산 공정. 출처= LS전선
LS전선 전기차용 알루미늄 전선 생산 공정. 출처= LS전선

LS전선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관련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LS전선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의 모터에 사용되는 ‘권선(Enamel wire)’을 단독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권선은 전기차 모터에 흐르는 800V의 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전선이다. LS전선은 향후 6년 동안 관련 제품의 매출이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전선의 동남아시아 사업법인 LS전선아시아는 지난달 19일 베트남 하이퐁의 생산법인 ‘LS비나(LS VINA)’의 새로운 생산 거점인 ‘제 2부지’의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양일우 연구원은 “동해 공장이 증설이 완료되면 LS전선의 매출은 최대 3,000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업이익률을 최소 10%로 가정하면, 해저케이블로 인해 증가할 LS전선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 수준인데, 이는 LS전선 연간 영업이익의 약 15%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광케이블 샘플. 출처= 대한전선
대한전선 광케이블 샘플. 출처= 대한전선

한편, 지난 5월 호반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은 대한전선은 과거 경영난으로 접었던 사업에 대한 재진출을 선언했다.

4일 대한전선은 2012년 사업을 포기한 통신용 광케이블 시장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충남 당진공장의 통신케이블 공장과 쿠웨이트 소재의 현지 광케이블 생산법인 ‘쿠웨이트대한’ 그리고 대한전선이 남아공에 설립한 전선기업 ‘엠텍’에 광케이블 생산 설비를 다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진행된 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통신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광케이블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라면서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국내의 통신용 광케이블 시장을 선도해 온 대한전선의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해당 분야에서의 상위 입지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재생 에너지, 탄소중립, 통신기술 등 미래지향적 산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며 두 기업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