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민경갑=얼95-2, 210×575㎝ 종이에 채색, 199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왼쪽)하종현=도시계획백서, 80×80㎝ 캔버스에 유채, 197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권동철
(정면)민경갑=얼95-2, 210×575㎝ 종이에 채색, 199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왼쪽)하종현=도시계획백서, 80×80㎝ 캔버스에 유채, 197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권동철

[이코노믹리뷰=권동철 미술전문기자 ]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 이 근원적 질문에 박물관문화재와 미술관의 미술작품을 마주하고 대응시킨 ‘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Dynamic & Alive Korean Art)’전시가 오는 10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전관’에서 관람객의 폭발적인 호응 속 전시 중이다.

신라금관, 청자상감포도동자무늬주전자, 분청사기인화문병, 이중섭, 김환기, 백남준 작품 등 국보 및 보물문화재35점, 근·현대미술130여점, 자료80여점으로 다양한 담론과 해석을 관통하는 한국미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보와 보물이 현대미술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보기 드문 전시다. 전시장에서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고대한다.”라고 했다.

 

까치호랑이, 93×60㎝ 종이에 채색, 조선후기. 가나문화재단 소장, 국립현대미술관제공
까치호랑이, 93×60㎝ 종이에 채색, 조선후기. 가나문화재단 소장, 국립현대미술관제공

​​​​​​◇전통과 근·현대미술의 해후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자 근·현대미술가의 전통인식에 이정표 역할을 해온 성(聖), 아(雅), 속(俗), 화(和)로 구성했다. ▲1부-성=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의 이상주의적 미감이 근대이후 우리미술에 어떠한 영향과 형태로 발현되었는지 살펴본다. 청자와 이중섭의 작품들이 파격의 미(美) 뿐만 아니라 전통미도 갖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각각의 예술이 발광체이면서 서로를 비춰주는 반사체가 되는 접점을 찾아간다.

▲2부-아=해방이후 서구모더니즘에 대한 반향으로 한국적모더니즘을 추구하고 정체성 찾기에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는 순수함이나 무(無)의 조형성과 연결되는데 이것은 순백의 아무런 무늬가 없는 달 항아리의 비완전성·비정형성과도 통한다. 이러한 문인화, 백자가 만들어 낸 전통론은 실제 1970~80년대 한국의 단색조추상열풍과 백색담론으로 이어졌다는 측면에서도 주목을 요한다.

▲3부-속=서양미술과 조선 및 근·현대주류미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현주의적이고 강렬한 미감이 추구되던 장식미를 선보인다. 조선시대풍속화와 미인도, 민화의 면모들이 1980년대 민중미술에도 계승되어 강렬한 채색화가 유행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4부-화=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며 다양한 가치와 미감이 공존하고 역동적으로 변모하던 1990년대 이후 한국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신라금관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전통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헌정되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문화재의 DNA가 그 도도한 혈맥으로 한국현대미술에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관점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이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전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해석하고 평가할 때가 되었다. 문화재가 유물이 아닌 동시대에도 향유될 수 있는 미술로 인식될 때, 현대미술이 전통미술에 대한 내용과 형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을 때 그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우리 미술은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발전할 것이다.”<한국미술-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