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촬영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반포대로.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29일 오전 촬영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반포대로.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서울 2호선 서초역과 대형문화시설 예술의전당 양측을 오가는 길목은 ‘서초동 수입차 거리’로 불린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토요타, 포드·링컨, 재규어·랜드로버, 캐딜락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의 전시장이 즐비하다. 수입차 브랜드 뿐 아니라 현대차, 기아,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한국지엠을 제외한 국산차 업체 4개사의 전시장도 하나씩 눈에 띈다.

서초동 수입차 거리에서도 실적을 기준으로 상하위에 각각 위치한 브랜드들 간 전시장 운영 현황에 격차가 나타난다.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시승시설 드라이빙 라운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시승시설 드라이빙 라운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29일 오전에 찾아간 서초동 거리에는 잘 나가는 브랜드 가운데 한 곳인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드라이빙 라운지가 눈에 띈다.

드라이빙 라운지는 잠재고객들에게 시승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다. 현대차는 서초동에 마련한 전시장 바로 옆에 드라이빙 라운지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드라이빙 라운지는 현대차 차량을 직접 이용해보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입지와 시장 호응을 가늠할 수 있는 시설이다.

렉서스, BMW 미니 등 두 브랜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렉서스, BMW 미니 등 두 브랜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맞은편에는 올해 19년째 운영되고 있는 서초동 거리 ‘터줏대감’ 전시장인 일본 프리미엄차 브랜드 렉서스의 서초 전시장이 보인다. 렉서스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딜러사 프라임모터스를 통해 올해까지 전국 최대 전시장인 서초전시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렉서스는 2년 전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많이 위축됐지만 최근 다시 뛰자(RUN AGAIN)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앞세워 마케팅에 힘주고 있는 상황이다.

혼다코리아의 서초동 전시장이 운영중단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혼다코리아의 서초동 전시장이 운영중단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반면 텅 비어 있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기다리는 동안 운영되는 전시장도 보인다.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 방향으로 올라가는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던 일본 완성차 브랜드 혼다의 전시장은 개장한지 17년 지난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해당 전시장을 운영해온 딜러사 일진자동차가 혼다 완성차 판매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시장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해온 혼다코리아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17년 1만299대 판매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지만 2019~2020년 기간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사태 등 변수로부터 악영향을 받아 실적 측면에서 쇠퇴했다. 일본 수입차 업체 한국닛산이 앞서 지난해 한국 사업장에서 전면 철수한 뒤 서초동을 비롯한 전국 전시장을 철거시킨 데 이은 비보(悲報)다.

캐딜락 코리아의 서초동 소재 전시장. 시설 유리 외벽에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캐딜락 코리아의 서초동 소재 전시장. 시설 유리 외벽에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맞은편 길가에 위치한 캐딜락 전시장도 뒤숭숭한 분위기를 조성하긴 마찬가지다. 29일 오전 찾아간 캐딜락 딜러사 A&G의 서초전시장 유리벽에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확인해보니 해당 전시장은 당초 논현동에서 운영돼오던 캐딜락 강남논현 전시장을 리뉴얼하는 동안 임시 마련된 곳이다. 당초 지난달 논현동 전시장을 다시 열 예정이었지만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시장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리뉴얼 오픈 일정보다 두세달 가량 미뤄졌지만 현재 전시장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며 “청담이나 도산대로(논현동)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우디와 재규어랜드로버 등 브랜드별 전시장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아우디와 재규어랜드로버 등 브랜드별 전시장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서울 시내 두 거리의 자동차 전시장 운영 실태가 각 브랜드의 국내 사업 현황을 온전히 설명해주는 표본은 아니다. 지역별 소비자 특성이나 브랜드별 전시장 운영전략, 시장추세 등을 두루 살펴야 전시장 운영 성과의 배경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브랜드별 국내 사업 성과와 각 거리의 전시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운영 실태가 같은 결을 보이는 점은 묘한 현상이다.

BMW 한독모터스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BMW 한독모터스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자동차 전시장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 홈쇼핑,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 비대면 경로로 신차를 손쉽게 거래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할 뿐 아니라 PC나 모바일기기 등 기계론 경험할 수 없는 현장 정보나 서비스, 정서적 만족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온라인 쇼핑에 익숙치 않은 세대에겐 유일한 판로고, 차량을 직접 보고 만지고 타볼 수 있도록 소비자를 도와주는 접점이기도 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시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감성과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신속히 실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