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 김선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 2008년

올 초였습니다. 제가 아끼는 한 동생의 어머니께서 하시던 조그마한 공장에 불이 났습니다. 순식간에 공장은 전소되었는데, 다행히 불이 옆 공장으로 번지지 않아서 그나마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날이 추워서인지 모든 게 얼어붙었답니다. 그래서 후속 수습이나 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동생의 마음도, 동생 어머니의 마음도 얼어붙었겠죠.
그런 그에게 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한잔의 술을 기울이며 그를 포옹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정도뿐. 이름트라우트 타르의 《페퍼민트: 나를 위한 향기로운 위로》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 번의 포옹이 수천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포옹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안아보십시오. 따뜻한 포옹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다음날 그가 처한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서 제가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달라는 부탁과 함께. 참으로 많은 이들이 그의 어머니와 그가 얼른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웹사이트 게시판을 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리고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노라고 말하더군요. 소노 아야코의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을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불행을 모르면 행복도 모른다. 운명이나 절망을 주시하지 않고는 희망의 본질도 광채도 이해할 수 없다.”
정호승도 말합니다.

“만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고통의 밤을 참고 견디지 못했다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듬해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누구든 고통을 참고 견디지 못한다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폭풍우를 견딜 수 있는 꽃과 나무와 새들만이 살아남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만 맞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따스한 햇살을 맞기 위해서는 혹한의 추운 겨울이 있어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살기 위해서는 뜨거운 폭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도 다시 새순이 돋고 꽃은 피기 마련입니다. 동생의 따스한 성품이 얼어붙은 것들을 모두 녹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마음이 그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고, 어머니의 재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동생의 어머님과 동생은 빠른 시간 내에 재기를 했더군요. 게시판에 댓글을 달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김선규의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새가 날아드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도 삶의 의욕으로 충만해졌다.

폐허의 검은 더미 속에서 피어난 새순들은 단지 봄을 알리는 전령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외침이자 ‘희망’이었다. 또 그들을 절망으로 내몬 인간들에게 내미는 용서의 메시지였다.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7~8쪽

이현 지식·정보 디자이너, 오딕&어소시에이츠 대표 (rheey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