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로 살아라> 후지노 히데토 지음, 김윤경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무엇보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다. 옳은 조언이기 때문이다. 급여를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생각해보라. 예적금 금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다. 이에 비해 전월세와 집값의 상승률은 일시적 하락을 겪어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더욱이 급여란 ‘근근히 살아갈 정도’로만 주어져, 아무리 승진을 거듭하더라도 어느 시점에는 저축할 여력마저 잃게 된다.

저자는 “저축으로 도망치지 마라”고 강조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가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사고 방식을 저축 중심 사고에서 투자 중심 사고로 확 바꾸란 뜻이다.

저자는 전업 투자가가 될 수 없다면, 건강하게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고 절약하여 돈을 모으되 동시에 미래를 위해 수입의 일부를 투자로 돌려 자산을 축적하라고 조언한다.

‘투자 사고(思考)’란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고방식이다. ‘투자가’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사람, 그리고 기업에 투자하여 성공의 순간까지 동행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투자의 세계에는 ‘실망을 최소화하는 사람’과 ‘희망을 최대화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본다. 대다수 사람들이 전자(前者)에 해당된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실망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짠다.

예를 들자면,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괜히 이직했다가 조건이 더 좋지 않은 회사에 다니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냥 참자’라고 생각한다. ‘저축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하면서 불안에 사로잡혀 열심히 절약하며 산다. 이런 유형은 저축과 보험에 집중하고 현금 비중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가져간다.

후자(後者)는 소수파로서 장래를 밝게 보고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을 리스크라고 여겨 자산의 일부를 항상 투자한다. 리스크가 두려워 투자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이익을 얻을 기회를 버리고, 발전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투자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 투자가가 갖춰야 할 건강한 투자 습관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말하는 투자의 개념은 좀더 포괄적이다. 그는 ‘투자란 에너지를 투입해 미래에 대가를 돌려받는 일’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돈만 아니라 시간, 열정, 애정까지 ‘에너지’라는 신개념에 넣어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논지는 기존의 투자서와는 차별적이다. ‘시간’이나 ‘열정’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미래에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활용하는 자기 투자의 방법에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인간관계, 평판, 정보, 학습력 등 인생에 필요한 자산 획득하는 방법에도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투자가로 살아가기 위한 습관에는 세 가지가 있으며, 이런 습관들을 강화하라고 말한다. 세 가지 습관은 시점(視點), 아웃풋, 시간관리 등이다. 이 가운데 시점을 살펴보자.

투자가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시점’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자질이다. 투자가라고 해서 특별한 정보를 가진 것은 아니다. 누구나 공개된 정보를 분석해 날마다 투자처를 결정한다. 하지만 훌륭한 투자가는 동일한 정보를 보더라도 시점이 남다르다. 이런 자질은 매사 촉각을 세우고 일상생활을 하는 습관을 들일 때 강화될 수 있다.

‘당사자 의식(當事者 意識)’을 지니면 시점이 강화된다. 저자는 창업한 회사의 사무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광택을 낸 문손잡이가 사람들의 지문 자국으로 더러워 지는 것을 보았다. 이전에는 단 한번도 문손잡이를 주목한 적이 없었다. 자기 소유의 사무실이라서 처음으로 ‘당사자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유행을 따라 해보면 좋은 시점이 생기게 된다. 페이스북이나 ‘포켓몬 고’ 등의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 이런 유행을 비웃으며 외면하던 기업가나 투자가들에게 투자 기회가 생길 리 없었다. 관심 없는 일이나 사물은 아무리 대박꺼리라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정확한 시점을 가지려면 현장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1996년 일본의 할인스토어 ‘돈키호테’가 주식을 공개했을 때 펀드매니저와 증권분석가 대부분이 저평가를 내렸다.

당시 증권가에서 유통을 담당하던 분석가들은 거의 여성이었다. 그들은 고급 백화점을 다니며 명품을 구매하는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당연히 상품이 어수선하고 잡다하게 진열된 돈키호테 매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그들이 낸 리포트는 한결같이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언젠가 성장세가 멈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을 직접 방문한 극소수 펀드 매니저와 분석가들은 판단이 달랐다. 돈키호테 매장에서 젊은이들은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들르고, 친구끼리 놀러온 듯 대화를 나눴다. 심야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5년 후 돈키호테는 매출, 이익, 주가에서 크게 상승했다. 나중에는 관광객들의 쇼핑 명소로 자리잡았다.

저자 후지노 히데토는 대형 투자운용사의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2003년 ‘레오스 캐피탈워크’를 설립해 독립했다. 이후 일본의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투자신탁 ‘히후미’ 시리즈를 운용해 왔고, ‘일본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는 호리에 다카후미의 민간 우주로켓 개발에 투자하여 성공을 이끌어 낸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