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날씨가 좋고 생활비도 적게 드는 네바다주로 이주한 70대 중반의 부부는 아침을 함께 먹고 신문을 읽고 낱말 맞추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1주일에 5일 간호사가 방문해서 건강체크와 목욕 등을 도와줘서 노부부만 살고 있지만 크게 문제는 없었다.

어느날 노부부의 집에 법원에서 선임한 법정후견인이라는 사람들이 들이닥치기전까지는 말이다.

가정법원에서 승인한 성년후견인이라면서 이들은 서류를 들이밀고 노부부에게 당장 집을 비우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양로원으로 가야하니 짐을 싸라고 독촉했다.

내 집을 놔두고 어디를 가느냐고 항의하자 법원의 결정을 거부하면 경찰을 불러서 체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체포되서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말에 덜컥 겁이난데다 눈앞에 있는 법원 서류에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부부는 아는 사람하나 없는 양로원에 맡겨졌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성년후견인 제도는 질병이나 고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적절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해당 고령자를 대신해서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법정대리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정하게 된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이들이 어디에 거주할지,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어떤 약을 투약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 노부부는 아내의 다리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거동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고령이긴 하지만 아무런 정신적 장애도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부부의 자녀들은 성년후견인 신청을 한 적도 없고 자신들의 부모가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년후견인이라면서 갑자기 나타난 여성은 후견인 전문 회사의 사장으로 이들 부부도 모르게 아내가 다리가 불편한데다 남편은 치매가 와서 늘 혼란하고 정신이 없어서 아내를 제대로 보살필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이들에게 긴급 성년후견인 지정을 안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금전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판사에게 제출한 것이다.

매일 부모를 방문하던 딸은 갑자기 부모는 사라지고 집은 자물쇠로 굳겨 잠겨있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른다.

뒤늦게 1시간 거리에 있는 양로원에서 부모를 발견했지만 이들을 집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성년후견인이라는 여성은 노부부를 위해 자신이 일한 시간만큼 비용을 청구했는데 후견인의 비용은 금액 제한이 없어서 전화통화 1분당 3달러(3000원)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또 노부부의 영구 성년후견인이 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노부부의 돈으로 변호사를 고용했다.

영구 성년후견인이 되자 이 여성은 노부부의 집안에 있는 가구와 차를 모두 팔아서 약 5000만원의 돈을 챙겼다.

또 노부부의 은행에 있던 돈도 모두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시켰다.

대낮에 노부부를 납치하고 이들의 돈을 빼앗은 강도나 다름없지만 법적으로 이 여성이 성년후견인이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노부부는 해당 양로원의 많은 노인들이 해당 여성이 성년후견인으로 자신들과 비슷하게 양로원에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끌려오게 된 것을 알게된다.

이들은 친척들의 방문도 성년후견인이 거부하면 만날 수 없었고 새 옷도 하나 사지 못하는 생활을 해야했다.

성년후견인이 필요없다고 법원에서 증원을 할라치면 성년후견인은 이들에게 정신과약을 처방해달라고 요청하고 법원에 출석할 건강상태가 안된다고 통보했다.

무려 2년이나 가족에서 떨어졌던 노부부는 딸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지역 신문사와 변호사가 힘을 합친 덕에 2년만에 성년후견인을 떼어낼 수 있었다.

마치 소설과 같은 이야기는 실제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된바 있으며 해당 지역의 변호사와 병원, 요양시설과 연계된 성년후견인의 피해자만 수백명이다.

문제는 성년후견이 제도하에 현재 수백만명이 있지만 정확히 누가 얼마나 이들을 돌보는지, 이들의 재산 관리 규모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고 고령화는 급속화되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