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2분기 애플을 누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때 애플 카피캣, 퇴물 취급을 받았으나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분기 점유율. 출처=카날리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분기 점유율. 출처=카날리스

떠오르는 샤오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분기 17%의 점유율을 확보해 2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3%의 증가세다. 삼성전자가 19%로 1위, 애플이 14%의 점유율로 3위, BBK 군단 오포와 비보가 각각 10%의 점유율로 4위, 5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2020년 4분기 4340만대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1.5%를 기록,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 바 있다. 다만 애플은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 15%로 다시 2위로 올라섰고 샤오미는 14%로 뒤를 바짝 쫓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시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494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1%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2분기 들어 샤오미는 기어이 애플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물론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로 보면 샤오미가 2분기 2위에 오른 것은 일시적인 효과라는 말도 나온다. 애플 아이폰은 1년 1회, 하반기에만 출시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신제품 출시 효과가 떨어진 2분기에는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상태에서 애플은 한국 시장의 LG베스트샵을 통해 오는 8월부터 아이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고, LG전자가 강세를 보인 북미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프로모션까지 가동하고 있다. 하반기 애플이 예정대로 아이폰13을 출시하면 연간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순위는 또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샤오미가 잠시나마 애플을 누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2위 자리에 오른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톱5에서 사라진 상태에서 샤오미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쥔(Lei Jun) 샤오미 CEO는 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5년간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체 발전을 거듭한 샤오미는 제품 성능을 대폭 향상해 프리미엄 시장 부문을 개척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며, “샤오미는 앞으로도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폰 2위 브랜드 자리를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샤오미에서 제작한 전동 드라이버. 출처=갈무리
샤오미에서 제작한 전동 드라이버. 출처=갈무리

샤오미 굴기
2013년 1분기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위는 삼성전자였다. 그 뒤를 화웨이와 레노버, 쿨패드와 ZTE가 추격하는 형국이었다.

2014년 2분기 샤오미가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단숨에 시장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1위 삼성전자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샤오미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를 꿰차며 저력을 발휘했고 신흥강자인 비보와 오포가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은 특허 리스크와 중저가 라인업의 한계, 그리고 비보와 오포의 점유율 흡수가 최대 변수라고 봤다.

샤오미의 발목을 잡은 큰 리스크로는 애플 카피캣이라는 오명도 한몫했다. 출시하는 모든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을 닮았다는 비판에 시달리며 한동안 "중국 기업 샤오미가 카피캣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이를 중저가 라인업 특화 전략 및 미펀을 바탕으로 하는 팬덤, 나아가 만물상 전략으로 극복했다. 미유아이 소프트웨어를 담을 그릇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초연결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편 퀄컴 등과의 협력으로 조금씩 기기의 성능을 올려갔다. 실제로 카메라 기술 분야에서는 108만 화소 카메라, GN2 카메라 센서, 혁신적인 액체 렌즈를 공개했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3세대 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 연구를 선도해 왔다. 

200W 유선 충전과 120W 무선 충전을 최초로 실현해 배터리 충전 분야를 이끌었으며 그래핀 기반 리튬이온배터리, 2세대 실리콘산소배터리 등도 처음 소개했다. 샤오미는 모바일폰 세라믹 분야의 선구자로 산업 탐구 트렌드까지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펀이라는 특유의 팬덤을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 전략을 가다듬었고, TV부터 전동 드라이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하드웨어 스펙트럼으로 미유아이 생태계와 접점을 꾸준히 만들어 나간 것도 주효했다.

스마트폰을 포함해 저가 하드웨어 플랫폼을 뿌리면서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가동하면 다양한 기기의 연동성이 고객과 묶이게 된다. 그리고 고객은 ‘저가’와 ‘가성비’라는 프레임 외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까지 품으며 샤오미의 일원이 되어간다. 여기에는 미펀으로 통칭되는 샤오미 특유의 팬덤 전략도 가동되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샤오미 매장. 출처=갈무리
샤오미 매장. 출처=갈무리

애플 카피캣이 애플 누른 비결, 두 개의 검
미유아이를 중심으로 초연결 생태계를 만들어 미펀과 기기의 성능, 만물상 전략을 동시에 가동했지만 이것만으로 샤오미의 반전을 설명할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른 비결로 '인재'와 '채널 다각화'를 꼽을 수 있다.

샤오미는 연구개발(R&D)과 최고의 인재 영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샤오미는 2020년 연구개발에 100억 위안(약 1조 7,682억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투자 규모는 30~4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세를 몰아 샤오미는 2021년 초 연간 5000명의 엔지니어가 전체 직원의 20%를 차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자 채용을 발표했다. 샤오미는 기술인재 100만 달러 수상 프로젝트, 젊은 엔지니어 인센티브 계획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선보였다. 샤오미의 젊은 엔지니어 700여 명은 7월 인센티브 계획에 따라 1,600만 주를 받기도 했다.

샤오미의 글로벌 진출과 새로운 판매 채널로의 전환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카날리스의 최신 글로벌 스마트폰 데이터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 남미 시장에서 300% 이상, 아프리카에서 150% 이상, 그리고 서유럽에서 5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샤오미의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 세계 100여 개 시장에 진출해 12개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유럽에서 2위, 그리고 인도에서는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설명이다. 카날리스는 “샤오미는 채널 파트너 통합과 오픈 마켓에서의 보다 신중한 관리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도전자에서 현직자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며, “샤오미의 다음 목표는 삼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아이폰 13 출시 및 삼성전자의 폴더블 전략 등 변수가 많다. 아이폰13이 출시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으며 내달 열리는 삼성 언팩을 통해 갤럭시Z폴드3 및 갤럭시Z플립3 등이 폴더블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할 경우 샤오미 스마트폰 인사이트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