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재성 이코노믹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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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20~30년 하다 없어지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맥도날드, 나이키와 같은 상징적인 ‘글로벌 피자 브랜드’를 꿈꿉니다. 고피자는 10년내 전 세계 1만개 매장 출점을 목표로 합니다.” 

‘피자계 맥도날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1인 화덕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 임재원 대표(33)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유난히 피자를 좋아했던 임 대표는 ‘왜 피자는 햄버거 처럼 혼자, 빠르게 먹을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4년여만에 110호점 가맹점을 보유한 회사로 키워냈다. 임 대표는 지난 2019년 ‘아시아에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고 2019년 56억원이었던 고피자 매출은 1년에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하며 급성장했다.

‘고피자’ 매장 주방 모습은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르다. 도우를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촬영하면서 메뉴에 맞는 소스를 얼만큼 어디에, 몇개 올려야 하는지 알린다. 스마트 화덕과 로봇이 알아서 피자를 인식해 굽고 소스를 뿌리고 옮긴다. 소규모 인원 운영에 최적화된 생산 방식을 구현하면서 피자를 만드는 시간을 단 3분으로 줄였다.

사진=박재성 이코노믹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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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스마트 혁신...'맥도날드' 목표에서 시작되다

“피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여럿이 모여 몇 조각씩 나눠먹는 모습, 그 자체를 바꾸려한다. 전 세계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피자는 혼자 먹고, 맥도날드처럼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저렴하게 한끼를 때울 수 있는 메뉴로 인식되길 바란다. 그 중심에 ‘고피자’가 있을것.”

‘피자는 1인이 먹는 메뉴’라는 인식으로 바꾸기 위해 임 대표는 고피자에 미래형 하드웨어, AI 로보틱스, 스마트 키친 기술 등을 도입했다. 푸드테크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임 대표는 AI 기술에 혜안이 있는 것도 4차산업 전문가도 아니었다. 싱가폴 대학교 경영학,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경영공학을 전공한 그는 목표를 두고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다. 

임 대표는 “직접 부딪혀 경험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며 “피자를 빠르고 쉽게 만들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해 연구와 개발을 거치면서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실제 임 대표는 푸드트럭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맥도날드와 같은 생산 구조를 구축하고자 지난 2016년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피자 조리과정 등을 관찰했다. 그의 첫 고민은 피자를 굽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임대표는 “도우를 미리 만들수없을까? 피자 오븐이 더 빨리 구워낼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거듭했고 1년여간 연구 끝에 ‘파베이크 도우’와 자동화덕 ‘고븐(GOVEN)’을 개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7년 고피자 설립 후 수 많은 개선 작업을 거쳐 완성한 파베이크 도우는 고피자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초벌 도우로, 매장에서 발효하고 숙성하는 등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고븐(GOVEN) 1.0은 기존에 사람이 직접 도우를 넣고 피자 위치를 바꿔줄 필요없이 오븐안에서 자동으로 돌아가 피자가 완성되는 원리다. 2~3분 만에 1인용 피자를 5개씩 구울 수 있다. 

피자를 굽는 속도를 높이는데 성공한 임 대표의 다음 고민거리는 가맹점의 ‘균일한 맛’이었다. 매장이 50개 이상 늘면서 토핑 등 피자 품질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졌다. 가맹점 특성상 작업자가 자주 바뀌어 맛이 일정하지 않고, 일일히 관리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부터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 1월 자체 연구팀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 로봇과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AI 토핑 테이블은 소스와 토핑 양을 알리고, 이를 어길 시 작업자 점수가 떨어지도록 시스템돼 정확도에서 벗어난 작업자 고용여부도 데이터로 확보한다”며 “최근 출시한 '고븐(GOVEN) 2.0'은 편의성을 상향해 오븐에 도우만 올리면 기계가 피자를 돌판에 얹고 꺼낸다”고 설명했다. 

고피자 모델에 발탁된 배우 이동욱. 출처=고피자
고피자 모델에 발탁된 배우 이동욱. 출처=고피자

브랜드 리뉴얼에 모델 기용까지...올해 국내외 사업 확장 박차

임 대표가 바라보는 ‘맥도날드’라는 꿈은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라는 개념을 넘어 몸값만 2조원, 세계로 뻗은 맥도날드와 같은 글로벌 피자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단 의미가 담겼다. 국내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는데다 외식업 특성상 독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피자는 글로벌 음식이기에 접근성도 높다는 강점도 있고 국내에서는 1,000개 매장이 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이 확장되면 해외로 진출하는 기존 프랜차이즈 수순을 깬 것이다. 현재 싱가포르, 홍콩, 인도 등에서 20여개 고피자 매장을 열었다. 특히 싱가폴은 진출 1년만에 매장 10개까지 확대되며 올해 매출 30억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50개 매장을 목표로 싱가폴에서 자리를 잡은 후 다른 동남아 시장도 순차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최근 구축한 매장 운영 효율화를 통해 해외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토핑 테이블, 스마트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가맹점이 균일한 맛을 내고 고용자 수행 능력이 데이터화돼 언제 어디서든 파악이 가능해서다. 해외에까지 직원을 보내지 않고도 인도, 싱가폴에 고용된 알바생을 한국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임 대표는 “4차산업이 적용된 외식업 미래 모습으로, 국내엔 2022년, 글로벌은 3~4년 후 전매장에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고피자 국내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8월 메뉴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최근 모델에 기용한 배우 이동욱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매출은 지난해 107억원에서 200억원 달성을, 매장은 국내 50여개, 해외 30~40개로 연내 총 200개 오픈을 목표로 한다.

임 대표는 “타원형 1인 피자 희소성 때문에 기존 설비를 쓸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금형 초망도 접시도 상단한 금액을 들여 직접 만들어야 했다. 원형으로 조그맣게 만들면 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지만 큰 피자가 작아진게 아니라 완전 새로운 피자로 기존 인식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국내에서 브랜드 내실을 다지고 코로나19가 해소되면 해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 광고 마케팅하고 싶은 회사로 키워 10년안에 나스닥에 상장하는 ‘피자계 맥도날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