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산차 업체들이 지난 상반기 국내 판매한 순수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별 성적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업체는 해당 기간 확인한 전기차 수요를 바탕으로 상품 전략을 가다듬어 이번 하반기 실적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5일 쌍용차를 제외한 국산차 업체 4개사가 지난 상반기 판매한 초소형, 승용, 소형 화물 등 차종별 순수전기차·수소전기차 국내 판매대수를 종합한 결과 전년동기(1만5,367대) 대비 94.6% 증가한 2만9,904대로 집계됐다.

국산차 업체별 지난 상반기 순수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판매실적. 출처= 각 사
국산차 업체별 지난 상반기 순수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판매실적. 출처= 각 사

상반기 판매 전기차 10대 중 7대 ‘국산차’

지난달 이후 3영업일째인 이날 오후 2시 현재 기준 전국의 해당 차종별 전기차 출고대수 3만9,908대의 74.9%를 차지했다. 이달 3영업일간 출고된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국산차 업체 4개사가 지난 상반기 전기차 시장에서 10대 가운데 7대 넘는 규모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산 전기차가 지난해 대비 활발히 판매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각종 세금 관련 혜택이 꼽힌다. 개별소비세가 지난해 상반기 1.5%에서 올해 상반기 3.5%로 인상됨에 따라,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전기차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취득세가 최대 140만원 감면되는 제도가 연말 일몰되는 점도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소비자들을 부추긴 요인이다. 또 지난 상반기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완성차 생산 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선 시장에 끼친 악영향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와 기아 양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두 업체의 지난 상반기 전기차 판매 실적을 늘리는데 공 세운 모델로 차세대 전용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와 포터 Ⅱ 일렉트릭, 봉고Ⅲ EV 등 소형 전기 화물차 모델이 꼽힌다.

울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양산되는 모습. 출처= HMG저널
울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양산되는 모습. 출처= HMG저널

아이오닉5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최초 모델이다. 실내공간이 동급 대비 대폭 확장된데 더해 초급속 충전, 외부전력공급(V2L) 등 완전히 새로워진 성능을 갖춤으로써 많은 수요를 창출했다. 포터, 봉고 등 두 소형 화물차의 전기 버전은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 지급하는 정책에 힘입어 단거리 운송 시장의 사업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는 해당 기간 코나 일렉트릭, 쏘울 EV 등 기존 주력 모델을 판매 부진 등 이유로 단종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주력 모델의 인기로 성과를 거뒀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등 양사의 전기차 판매실적은 미미하다. 한국지엠은 볼트 EV의 지난해 연식변경모델을 지난 상반기에 이어 이날 현재까지 판매함으로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르노삼성차도 지난해 출시한 소형 전기 해치백 르노 조에의 연식변경모델을 아직 내놓지 않은데다 작고 비주류 차종인 등 이유로 인해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밖에 쌍용차는 경영난의 여파로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인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의 출시 일정을 당초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뤘다. 지난 상반기 국산 전기차 시장이 사실상 현대차·기아 양사의 독무대였던 셈이다.

하반기, 아이오닉5-EV6 쌍끌이할 듯

이번 하반기 국산차 전기차 시장의 판도에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기아가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EV6를 이달 중순 출시함으로써 아이오닉5와 국내 순수전기차 시장을 쌍끌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아의 차세대 전용 전기차 EV6. 사진 속 모델은 내년 하반기 출시될 GT 모델이다.  출처= 기아
기아의 차세대 전용 전기차 EV6. 사진 속 모델은 내년 하반기 출시될 GT 모델이다.  출처= 기아

EV6는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V2L, 초급속 충전 등 첨단 기능을 공유하는 반면 더 긴 주행거리(최대 475㎞)와 퍼포먼스(시속 0-100㎞ 도달시간 최소 3.5초) 등으로 차별화했다. 아이오닉 5를 통해 검증된 E-GMP 기반 전기차의 강점은 기아 EV6의 차별적 감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두 모델별 수요를 더욱 활발히 이끌어낼 전망이다.

다만 나머지 3개사가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아이오닉5와 EV6가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독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산차 3개사에서 각각 출시할 순수전기차 신차로 한국지엠 볼트 EV 부분변경모델·볼트 EUV,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등이 꼽힌다.

출처=
한국지엠이 이번 하반기 출시할 신규 소형 전기 SUV 모델인 볼트 EUV. 출처= 제너럴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볼트 EV 부분변경모델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만에 새로 판매되는 신차다. 디자인에서 눈에 띄게 개선되고, 주행보조사양이나 파워트레인 등 핵심 성능 측면에서도 소소한 변화 요소를 내보일 전망이다. 소형 전기 SUV인 볼트 EUV는 볼트 EV와 같은 BEV-Ⅱ를 공유하지만 더 큰 제원을 바탕으로 확장된 실내공간을 갖춘다. 또 고급 주행보조사양인 슈퍼 크루즈를 장착하고 400㎞ 수준의 주행거리를 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볼트 EUV를 통해 국내 뜨거운 전기차 시장인 소형 SUV 부문을 공략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가 오는 10월 유럽에 먼저 출시하는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오는 10월 유럽에 먼저 출시하는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차, 아이오닉 5 대기열에 지친 수요 흡수 가능

쌍용차는 아이오닉 5, EV6 등 주력 모델들과 동급 모델인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한 뒤 브랜드 강점인 가성비로 수요를 창출할 예정이다.

코란도 이모션은 기존 내연기관 준중형 SUV인 코란도의 파생전기차이기 때문에 전용 전기차와 성능으로 직접 경쟁하긴 어렵다. 쌍용차도 현재 코란도 이모션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더욱 빨리 확보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코란도 이모션이 아이오닉 5나 EV6의 긴 구매 대기열에 지친 고객 가운데 일부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이밖에 르노삼성차도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을 새롭게 도입함으로써 상품성을 개선한 조에 연식변경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소전기차 시장은 현대차 넥쏘 외엔 동급 경쟁모델이 판매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단일 모델 체제를 이어간다.

이번 하반기 정부가 전기차를 전년 대비 확대 보급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적극 지원함에 따라 국산차 업체들의 셈법도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 승용차 보급 대수를 전년(6만5,000대) 대비 15.4% 늘린 7만5,000대로 설정하고 지자체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에 대한 추가경정 예산을 책정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전국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공고대수는 4만8,563대로 정부 목표치의 64.8%에 불과하다. 다만 광명시, 과천시, 수원시 등 일부 시에서 이달 초 추경 예산을 책정해 보조금 신청을 접수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지자체들이 동력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김승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지난 5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는 출고기한 연장, 추가 공고 예고 등 방안을 통해 전기차 구매자들의 보조금 지원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앞으로 전기차 관련 주요 동향과 사업 추진 현황 등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유연한 보급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