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사의 지난 상반기 내수 및 수출실적 추이. 출처= 각 사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사의 지난 상반기 내수 및 수출실적 추이.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산차 업체 5개사의 지난 상반기 완성차 판매실적이 국내 시장에선 줄어든 반면 해외에선 늘었다. 내수에선 반도체 수급난과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축소 등 요인의 영향을 받았고, 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경제적 타격을 입힌 코로나19 사태의 기저효과 덕을 봤다.

1일 국산차 5사가 발표한 완성차 판매실적을 종합한 결과 지난 상반기 내수 75만3,104대, 해외 297만530대 등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내수 실적은 5.9% 감소한 반면 수출 실적은 31.7% 증가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개별소비세율이 지난해 상반기 1.5%로 적용됐던데 비해 올해 상반기엔 3.5%로 상향 조정된 것이 소비 추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완성차 시장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한편 세수(稅收)를 고려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소세율 3.5%를 줄곧 적용해왔다. 인하하지 않은 개소세율은 5.0%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 완성차 업체에 타격을 입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완성차 생산 과정에 차질을 빚은 점도 판매량을 낮춘 요인이다. 국산차 5사는 첨단 사양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차에 차량용 반도체를 다수 확보해야 하지만 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가 통상 내연기관차에 300~400개 정도 탑재되고, 자율주행에 가까운 보조사양을 탑재하거나 전동화한 차량에는 최대 2,000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 가운데 한국지엠(3만3,160대), 쌍용자동차(2만6,625대), 르노삼성자동차(2만8,840대) 등 3중약(中弱) 업체가 실적 감소폭을 보였다. 현대자동차(38만6,095대)와 기아(27만8,384대) 등 두 유력업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2대, 97대씩 더 판매한 데 불과하다.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세 국산차 업체의 내수 및 수출실적 추이. 출처= 각 사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세 국산차 업체의 내수 및 수출실적 추이. 출처= 각 사

수출, 한국지엠 외 모두 증가…코로나19 기저효과 덕봐

수출 실적에서는 한국지엠(12만1,623대)이 전년(12만4,946대) 대비 2.7% 감소한 수치를 보였고 나머지 4개사 모두 신장세를 나타냈다. 업체별 수출실적 증가폭은 현대차 34.4%, 기아 31.5%, 쌍용차 59.8%, 르노삼성차 118.0% 등 수준을 보였다. 이 가운데 지난 상반기에 전년 대비 2배 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르노삼성차의 경우 수출 주력 모델인 소형 SUV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를 유럽과 남미, 중동 등지에 본격적으로 수출함으로써 호조를 보였다.

한국지엠의 경우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 레저용차량(RV) 차종의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14.0% 증가했지만 경승용차(-53.3%), 중대형승용차(-44.1%) 등 차종의 판매성과는 부진했다. RV 차량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업체는 하반기 이후 반도체 수급난 추이를 지속 파악한 뒤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TSMC,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공급사들이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해 증설 결정을 내리는 등 힘쓰고 있지만 단기간 공급 확대의 물꼬를 트긴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하반기 부산공장이 차질 없이 안정적인 수출 생산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면 향후 생산 물량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위기 상황 지속에 대응해 각 권역별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주요 신차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