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엔씨소프트 
출처= 엔씨소프트 

[이코노믹리뷰=민단비 기자] 게임 콘텐츠 기업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지난 21일 중견 게임사 웹젠을 상대로 지식재산권(IP)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정 공방 이상의 의미가 부여돼 국내 게임업계의 근본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엔씨 vs 웹젠 

엔씨는 웹젠이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R2M’이 자사의 주요 매출원인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한 것을 지적했다. 엔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게임 콘텐츠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저작권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엔씨는 소송 전 웹젠에 두 게임 간 유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웹젠은 일부 유사성을 시인해 게임을 수정했지만 엔씨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웹젠은 “IP의 중요성은 웹젠이 어느 회사보다 잘 안다”며 “양사 시각이 달라 유감스럽지만 엔씨소프트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리니지M과 R2M 뭐가 같길래?

엔씨소프트 '리니지M' 게임 화면. 출처=유튜브 채널 조마루JOMARU 영상 갈무리
엔씨소프트 '리니지M' 게임 화면. 출처=유튜브 채널 조마루JOMARU 영상 갈무리
웹젠 'R2M' 게임 화면. 출처=유튜브 채널 율비TV 영상 갈무리
웹젠 'R2M' 게임 화면. 출처=유튜브 채널 율비TV 영상 갈무리

지난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3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이다. PC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MMORPG 장르로 최근에는 구글플레이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웹젠이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R2M은 게임 R2를 모바일화 한 게임이다. 28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6위를 차지했으며, 출시 이후 20위권 내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R2M은 출시 이후로 원작인 R2보다도 리니지M과 더 유사하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용자 경험(UX)이다. 두 게임은 실행 화면부터 화면 구성, 퀘스트를 위한 이동 등 여러 측면에서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엔씨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반에서도 유사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예는 ‘가방 무게 시스템’이다. 리니지M에는 아이템을 넣는 가방의 무게가 캐릭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R2M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언제나 핫 이슈 'IP 분쟁'

국내 게임사가 해외 게임사에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아 소송을 거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지난 2018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 ‘포트나이트’를 제작한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에 IP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는 지난 2019년 자사 게임 ‘미르의 전설2’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불법 서비스를 지속한 중국 게임사 킹넷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올 6월 초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국내 게임사간에도 IP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엔씨소프트는 지금은 넷마블에 인수된 이츠게임즈(현 구로발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아덴’이 자사 PC MMORPG ‘리니지’의 아이템 등을 그대로 베꼈다며 소송했지만 법원의 조정 합의를 받아들였다. 또 같은 해 카카오게임즈가 발표한 모바일 퍼즐 게임 ‘프렌즈팝콘’이 NHN의 모바일 게임 ‘프렌즈팝’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양사는 IP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1년 만에 타협해 소송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엔씨와 웹젠의 IP 분쟁은 과거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웹젠은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회사로, 중견 게임사가 IP 표절 의혹으로 소송을 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가 NHN의 게임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돼 IP를 둔 싸움을 벌였으나 2016년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지금과는 달리 상장되기 전이었다.

엔씨의 웹젠 소송... IP 표절 빈번한 게임업계에 경각심 일으킬 것

대형 게임사인 엔씨가 중견 게임사 웹젠을 상대로 소송을 이번 사건으로 유독 웹젠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국내 게임업계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IP 베끼기'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M 출시 이후 그와 유사한 과금 시스템과 플레이 방식을 모방한 작품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쏟아져왔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자회사인 엔트리브의 이성구 총괄 프로듀서는 "리니지M 발표 이후 수많은 모방 게임이 나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엔씨의 웹젠 소송은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IP 베끼기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게임업계에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는 “게임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IP 보호와 관련된 환경은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소송과 별개로 웹젠 측과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엔씨의 입장에 IP 로열티 지급이라는 복안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