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래미안 원베일리 투시도. 출처=삼성물산 제공
삼성 래미안 원베일리 투시도. 출처=삼성물산 제공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당첨되면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로또 아파트 불리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에서도 만점통장이 등장했다. 분양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자금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로또 분양을 노린 현금부자들이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내던졌다는 분석이다.

74㎡B 만점통장 등장…평균 72.9점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래미안 원베일리 74㎡B형에서 청약 가점 84점 만점자가 최고 점수로 당첨됐다.

청약 가점 84점은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서울에서 청약 만점자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강동구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 이후 5개월 만이다.

만점자가 나온 74㎡B형은 당첨 최저 점수가 78점, 평균 점수가 80.5점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당첨 가점은 72.9점으로 직전 최고 가점인 은평구 수색동 ‘DMC센트럴자이’(71.1점) 뛰어넘었다.

당첨 커트라인은 전용 59㎡B형에서 나온 69점이었다. 전체 주택형에서 이 평형만 최저 점수 69점, 평균 점수 69.81점으로 60점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주택형은 최저·평균 점수가 각각 ▲46㎡A형, 73점·74.5점 ▲59㎡A형, 73점·74.35점 ▲74㎡A형, 74점·77.88점 ▲74㎡B형, 78점·80.5점 ▲74㎡C형, 74점·74.27점 등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653만원이다. 인근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시세가 3.3㎡당 1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당첨만으로도 최소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고가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 17일 1순위 청약에서 224가구 모집에 3만6,116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경쟁률은 161.2대1로 집계됐다.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46㎡A형은 단 2가구 모집에 3,474명이 몰려 경쟁률은 1,873.5대1에 달했다. 해당 주택형의 최고 분양가는 9억2,370만원으로 단지 내에서 가장 저렴했다.

분양가 9억↑ 중도금 등 대출 제한…자금 마련 어떻게?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에 현금부자들이 대거 몰릴 것은 예견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분은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고 대부분 주택형의 분양가격이 15억원이 넘어 입주 시점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2월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 시행 이전에 입주자 모집 승일을 신청해 3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20% 잔금은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지만 분양가의 80%는 자력으로 조달해야 한다. 가구당 최소 7억2,400만원(전용 46㎡A 4층)에서 14억800만원(전용 74㎡)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현금부자여야 신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만점통장이 등장한 것일까. 청약 가점 만점이 되기 위해서는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이여야 하는데 이 정도 현금을 보유한 부자가 왜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금 부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자금이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주거입지 청약을 위해 일부러 무주택 기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돈이 있기 때문에 전세금을 올려가면서라도 청약 가점 만점조건의 무주택 기간을 채우는 것”이라며 “원베일리도 워낙 입지가 좋다보니 오랫동안 기다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청약을 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 역시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무주택자 만점자라도 현금은 있을 수 있다”며 “또 워낙 로또 분양이다 보니 여기저기 주변에서 돈을 빌리거나 우선 당첨되고 보자라는 생각에서 청약을 넣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