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깜짝 소식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미 다 아시겠지만, 36세의 젊은이가 우리나라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겁니다.

내 스스로가 꼰대 기질이 있어서인지, 그의 젊은 나이가 주는 충격이 꽤 컸나 봅니다.

단편적인 생각이 여럿 스쳐갔는데, 처음에는 주로 그의 어린 나이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졌습니다. 우선 중년의 나이가 되면 나타나는 현상들을 재미있게 모아놓은 기사 중,

자주 접하는 경찰이나 군인, 교사나 의사들이 모두 어려 보인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제 정치인도 그런 부류에 속하나...

또 우리나라의 전 인구 중 중위(中位)연령이 궁금해졌습니다. 중위연령이란 우리나라 전 인구를 연령 순서대로 세웠을 때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나이를 말하지요.

2020년 기준으로 43.7세이니까 36세는 분명 많이 젊은 겁니다.

그런 비교를 내 집으로 끌어와 비교하면 더 극적이 됩니다.

생존해 계신 팔십대 후반의 부모님 중 한분과 나, 내 큰 자식, 그리고 손주까지 이렇게 4대, 네 명을 단순 평균하니 47세가 됩니다. 결국 우리 집에서 부모님과 나까지 제치고, 내 큰 자식이 앞으로 우리 집을 대표하는 모양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나이를 보는 측면은 다양하고, 또 복합적으로 보아야 타당합니다만,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6세의 젊은이의 등장을 단순 나이 비교에서 벗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기 이 사람(⁕)이 토로한 기분과 묘하게 겹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분이 나름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게 느껴지는 겁니다. 가까이서 슬쩍 살펴보니 자기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고, 장비나 옷도 대충으로 보이는 게, 자기보다 더 아마추어같이 생각이 든 게죠. 마침 경사로를 만나 거리를 더 벌릴 기회라 생각하고, 숨을 헐떡였는데 어랍쇼! 순식간에 추월을 당합니다. 앞서가는 그의 자전거를 보니, 전기자전거였습니다. 그 황당함에 묻어있을 복잡한 심정이 지금 36세 대표의 등장을 보는 내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언뜻 앞에 사람의 경우 비교 대상이 더 나이가 많으니, 대상이 잘못되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젊은 대표의 등장은 나이를 뛰어넘어 세상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한 순간에 변할 수 있음을,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동감되시나요?

기사를 보니 그는 대표가 되고 나서 하루에 십여 개의 일정을 소화한다고 하네요.

그 수많은 일정에 많은 말을 하면서 많은 헛발질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그 젊음을 믿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가 말합니다.

‘배려심 많고 헌신적인 시민들이 모인 작은 집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마라.

사실 그들은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유일한 존재다‘

젊음들이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젊은이 뒤에는 이렇게 선한 뜻을 가지고 움직여왔던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

희망을 가지고 젊은 그를 믿게 됩니다.

(* 스파이크 칼슨/A walk around the 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