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지난 4월 출시한 중형 픽업트럭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 출처= 쌍용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쌍용자동차가 최근 경영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함으로써 국내 픽업트럭 붐을 일으켰지만, 아직 시장에 낯선 전기차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노사 합의한 자구안을 실행함으로써 확보한 자금을 신차 개발 과정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할 차량으론 오는 10월 유럽 출시를 목표로 최근 양산하기 시작한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E-Motion)을 비롯해 중형 SUV(프로젝트명 J100), 중형 전기 SUV, 전기 픽업트럭 등 4종을 언급했다.

쌍용차는 이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을 가장 후순위 개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차가 이날 코란도 이모션과 중형 SUV(2022년) 등 두 모델의 출시 시점을 공식화했고, 중형 전기 SUV는 현재 벤츠 EQC, BMW i4, 테슬라 모델Y 등 업체별 주력모델이 판매되는 등 시장 수요가 입증된 차급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 픽업트럭의 경우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의 소재다. 포드 F-150 라이트닝, GMC 허머 EV, 테슬라 사이버트럭 등 비교적 빨리 상용화한 모델들도 빠르면 올해 말 이후 미국 등지의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기 픽업트럭의 상품성에 대한 고객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요인들은 쌍용차의 전기 픽업트럭 개발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데 작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쌍용차가 가장 먼저 출시할 전기 픽업트럭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생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사정상 단기간에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 포드 본사 홈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내년 초부터 고객에게 인도할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출처= 포드

포드도 기존 동급 내연기관차 모델인 F-150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을 개발했다. 파생전기차는 개발 비용과 기간을 비교적 줄이면서도 전기차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데 유용한 차종이다.

쌍용차는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는데 있어 각종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국산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동안 상품성을 인정받았고 해당 차종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렉스턴 스포츠 등 쌍용차 모델의 점유율이 87%에 달했다. 쌍용차는 또 유럽, 중동 등지에도 같은 모델을 안착시키는 동안 해외 판매 노하우를 축적하고 입지를 다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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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지난 15일 공개한 전기 준중형 SUV 코란도 이모션의 이미지.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차는 다만 향후 출시할 전기 픽업트럭의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출시 절차 가운데 하나로 오는 4분기 초 유럽에 먼저 출시할 코란도 이모션을 성공적으로 론칭함으로써 전기차에 대한 개발·양산·판매 등 전 과정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음을 시장에 입증해야 한다.

쌍용차는 또 차량의 상품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첫 전기 픽업트럭을 성공적으로 론칭해야 추후 라인업 확장 계획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픽업트럭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전기 픽업트럭을 주제로 이뤄진 소비자 설문 결과에 따르면, 쌍용차는 전기 픽업트럭의 경쟁력 관건으로 가격, 주행성능, 실내 디자인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동차 비즈니즈 솔루션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지난 1월 현지 소비자 155명을 대상으로 전기 픽업트럭의 구매 결정요인을 설문(중복응답)한 결과 ‘가격(price, 93%)’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주행성능(driving performance, 92%)’, 실내 디자인(interior design, 82%)’, ‘차급(size of vehicle, 80%)’, ‘기술적 진보(technologically advanced, 77%)’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브랜드명(brand name, 45%), 상업성(work use, 55%), 출력(horsepower, 58%) 등 부문은 가장 덜 중요하게 여겨진 요인들이다.

쌍용차의 전기 픽업트럭 개발 과정에 이번 미국 소비자 설문 결과를 접목할 경우, 차량의 가격·기술·디자인 등 부문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가 이를 달성할 경우 기존 취약한 브랜드 입지도 극복할 수 있다. 쌍용차가 앞서 지난 2018년 1월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한 뒤 이달까지 3년여 기간동안 한번도 품질 문제로 시정조치(리콜)를 취하지 않은 점은 전기 픽업트럭의 우수성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을 고조시킬 만한 요소다.

더 뉴 렉스턴 스포츠의 1열 전경.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에 각종 첨단 사양들을 지속 추가함으로써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차에 해당 사양을 적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출처= 쌍용자동차
더 뉴 렉스턴 스포츠의 1열 전경.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에 각종 첨단 사양들을 지속 추가함으로써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차에 해당 사양을 적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차는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규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던진 화두인 전기 픽업트럭의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큰 그림의 일부인 친환경차 라인업에 전기 픽업트럭을 언급한 점으로 국내 시장의 경쟁사들에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내수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의 출시 여부를 공식화한 곳은 쌍용차 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업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신차 출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개발 과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