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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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수도권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고, 수요 맞춤형 공급을 위해 '대안주거'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거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집'의 일상적인 의미는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로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주택법상에 규정된 '주택'만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과 제도와의 괴리를 좁히고 집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려면  그 의미를 재정립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한국부동산개발협회와 함께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 수요자 맞춤형 대안 주거의 역할과 미래' 세미나를 개최하고,  법률상의 '주택'의 개념에서 벗어난 '거처'로서의 주거 개념을 제시했다. 현재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도생), 생활형숙박시설(생숙), 기숙사 등은 어디까지나 주택의 보완재로 보고, 공급 정책에서도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공급이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안정과 수요 해소에 기여한 만큼, 대안적인 주거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건축은 도시의 전체적인 밑그림과 연결되는 중장기 사업인 만큼, 폭넓은 관점의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안주거, 보완재 아닌 대체제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안 주거의 공급 및 주택가격 안정 효과'를 발표하면서,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등이 수도권 공급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2005년 이후 수도권 주거 준공 물량의 19~24%는 대안주거 형태로 공급됐고, 특히 아파트 공급이 부진했던 2012년도에는 연간 아파트 준공대비 최대 70%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대안주거는)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제"라면서 "대안 주거 공급은 아파트의 수요 집중을 방어함으로써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수요 확대에도 주목했다. 그간 오피스텔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41만5,000호로 공급됐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생활형숙박시설은 서울 도심지에서 외곽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각각 37만3,000호, 2만1,000호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고, 외곽지역에서도 이러한 수요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응하고 있는데, 제도적 차원에서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안정, 주거의 질 향상 기여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이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대안 주거의 필요성' 발표를 통해 주거 트렌드 변화를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1~2인 가구 증가를 포함해 가구의 구조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주거와 사무실이 혼합된 '홈 오피스' 개념이 등장하는 등, 공간의 개념은 확장되고 복합화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는 건축물을 실제로 사용되는 구조가 아닌 행정상의 용도별로 구분하면서,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청년들의 도심지 수요는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거주비용 면에서 접근 가능한 주거시설은 많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대안주거는 편법이라고 비난을 받아 왔지만, 실제로는 가격 안정과 주거의 질 향상, 새로운 주거 수요의 뒷받침에 기여해 왔다"면서 "현재 주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택'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유형의 '거처'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주택의 개념부터 요구되는 기반시설까지 제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계획으로 도시 효율성 따져야

허윤경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대안주거의 제도 방향 모색'에 대해 주제 발표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대안주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는 ▲건축물 용도규제 ▲용도지역제 ▲ 용적률(밀도) 규제를 꼽았다. 우선 용도규제의 경우를 보면 건축물의 혼합도가 증가하면서, 거처의 이용과 구조는 유사하나 상품은 다른 경우를 지적했다.  

허 연구위원은 "정책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갖고 도시의 효율성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상품 개발이 유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도지역제는 탄력적이고 복합적인 토지이용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용도지역과 실질 용도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특정 지역의 토지이용 규제를 변경하는 것은 특혜 시비와 재량권 남용 논란으로 지정에 한계가 많다. 

예컨대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경우 대부분의 용지에 IT 첨단 기업이 들어서 있지만, 행정상의 용도는 준주거지역에 해당한다. 2015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지규제최소구역이라는 유연화 제도가 도입됐지만, 소극 행정으로 실제로 지정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용적률 규제 또한 필요한 지역에서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 기준 서울의 일반 상업 용적률은 565.7%로, 최대 용적률인 800%보다 234%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최대 용적률 초과로 이용되는 건축물은 전체의 3.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밀 개발이 요구되는 중심 상업지보다 외곽 지역의 용적률이 높게 나타나거나, 준주거지역의 비주거용 의무 비율이 10%로 규정돼 있다. 실제 수요와 대비해 공급 패턴에는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를 보면, 토지 이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도시의 쾌적성과 자산의 희소성은 높아졌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기존 소유자들이 모두 가져갔다"면서 "현재 유럽도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 연구위원은 "전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주거 모델이 많지 않다는 관점에서 보면 고민이 필요하다. 주거의 역할을 포괄하고, 관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시적인 관점의 대안주거 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은 장기사업이다. 집을 사는 개인이나, 집을 짓는 사업자 입장에서 모두 장기 사업인데, 정부에서는 단기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현재 대안 주거 수요가 폭발하는 것도 규제에 따른 상품의 풍선효과가 여겨진다"면서 "3가지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방식은 결국 용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고밀 개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