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위기에 빠진 쌍용자동차 노사가 경영난을 이겨내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긴축 경영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생존 의지가 담긴 강력한 자구방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찬성으로 통과한 가운데 일차적으론 시급한 유동성 부족 위기를 타개하고 중장기적으론 투자자를 최종 확보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매출액이 매년 기복을 보인 가운데 영업손익은 2017년 이후 4년 연속 손실로 나타났다. 출처= 딥서치
쌍용자동차의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매출액이 매년 기복을 보인 가운데 영업손익은 2017년 이후 4년 연속 손실로 나타났다. 출처= 딥서치

위기의 연속

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 데이터 솔루션 딥서치(Deepsearch)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84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론 지난해 4,494억원, 2019년 2,819억원, 2018년 642억원, 2017년 653억원 등 4년 연속 적자 규모를 키워왔다.

같은 기간 부채 규모도 지속 확대되는 등 갈수록 재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쌍용차의 연간 부채 규모는 2017년 1조4,7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6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1분기엔 1조8,300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위기는 여전하다.

쌍용차가 이윤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익 때문이다. 해당 기간 쌍용차의 매출액은 2017년 3조4,900억원에서 2018년 3조7,000억원으로 높아졌지만 2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엔 2조9,500억원에 그쳤다. 2012년 2조8,700억원을 기록한 이후 8년만에 3조원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최근 신차에 첨단 사양이 두루 적용되고 재료비 인상 등 요인으로 차량 판매가가 줄곧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매출 추이가 역행한 셈이다.

쌍용차의 연간 국내외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 14만3,685대에서 매년 하락하다 지난해엔 10만7,324대로 10만대 기록을 겨우 넘겼다. 신차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함에 따라 영업손실을 좀처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사의 지배적 입지 아래 운영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 기를 못 펼 뿐 아니라 해외에서 극심한 SUV 경쟁구도에 놓여 실적을 쉽게 높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공도에서 포착된 쌍용차 전기차 신차 E100의 임시운행차량.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지난 2월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공도에서 포착된 쌍용차 전기차 신차 E100의 임시운행차량.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쌍용차, 전기차 ‘실탄’ 남아 일단 버텨야

쌍용차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신차를 추가 출시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차량과 판매 시너지를 일으킴으로써 매출을 늘려야 한다. 기존 판매하고 있는 4종만으론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거나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 로드맵은 가동되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코란도 기반 전기차 ‘E100’(코드명)를 오는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신차의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해당 모델을 출시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다만 갈수록 심화하는 친환경차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시장에 과시하는 것은 쌍용차에게 유의미한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신차를 출시하기 까지 필요한 연구개발비나 사업 유지비 등을 감당할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다. 현재 사활을 걸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쌍용차가 꺼낼 수 있는 유일무이 카드로 비용절감 방안이 꼽힌다. 영업활동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차로 활로를 모색하기 전 기업의 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초체력을 지키는 전략이다.

쌍용차는 앞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이어왔다. 지난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직영 정비사업소를 비롯해 대전 서비스센터, 안성 인재개발원, 천안·영동·부산 등지 물류센터 등 자산을 매각했다. 각종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지난해까지 총 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또 지난달 상근 임원 수를 38% 가량 줄이고 남은 임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 방안을 도입함으로써 그간 1,200억원 정도 절약했다.

쌍용차가 긴축 자구안을 이어가는 것은 희생을 감수할 구성원들의 다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노사가 지속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찬반투표를 통해 긴축 경영을 연장·강화하기 위한 경영진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투표에 조합원 3,224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1,681명(52.1%)이 찬성했다.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쌍용차는 앞으로 기술직 50%, 사무직 30% 등 일부 구성원에 대한 1년 무급휴직을 적용한다.

또 임원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중단 등 조치를 오는 2023년 6월까지 2년 더 이어갈 계획이다. 임원 임금은 20% 추가 삭감해 총 40% 줄이고, 노사 단체협약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밖에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생산 현황에 대응하고 파업 등 쟁의를 벌이지 않기로 확약했고, 전국 각지에 위치한 유휴자산인 부품센터 4개소를 추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지난달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염원하며 도보행진하는 모습. 출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지난달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염원하며 도보행진하는 모습. 출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쌍용차 “라인업 친환경화 등 장기 생존 도모하겠다”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가 다수결로 긴축 경영에 뜻을 모으긴 했지만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은 숙제다. 이날 오전 투표결과가 공개된 후 노사 양측에 문의한 결과 추가 긴축 경영에 반대한 구성원들을 달래고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당장 마련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시점인 만큼 해당 사안을 차후 논의할 방침이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전무)는  “쌍용차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생존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 일환으로 친환경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글로벌 선진 업체와 제휴해 라인업을 친환경차 위주로 재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관리인은 “쌍용차는 앞으로 미래 사업 비전을 지속 제시할 것”이라며 “또 이를 임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진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정문 전경. 출처=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정문 전경. 출처= 쌍용자동차

업계에선 쌍용차 노사의 상생행보가 시장과 당국에 기업 회생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 노사의 협력 사례가 그간 경직된 노사 문화로 이름 높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선 이례적인 현상으로 눈길을 끌고, 결과적으로 기업 회생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쌍용차 노사의 협력 과정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직된 노사문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양측이 절실히 협력할수록 소비자나 지역사회, 정부, 잠재 투자자 등 주체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거나 제품 수요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쌍용차는 한편 결정적인 회생 방안인 ‘신규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7일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기 위해 법원 허가를 얻었다. 이어 오는 9일부터 킥오프(Kick off) 미팅을 시작으로 매각일정을 논의하는 등 매각절차를 진행한다. 이달 말 입찰 공고한 뒤 인수합병(M&A) 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