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소상공인,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주 등 외식업계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가게 경영이 어려워진데다 인건비 부담마저 가중될 수 있어서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수익 악화가 한계에 달한 가운데 최저임금마저 인상될 경우 폐업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며 울부짖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22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1만원'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전년 대비 1.5% 인상한 8,72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지난 2년간 인상률이 낮았던 만큼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두 달여간 심의·의결을 거쳐 8월 최종고시할 예정이다.

이에 음식점·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특히 소규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이미 본사에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해 최저임금이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아르바이트생 고용비와 배달 수수료 모두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매달 적자가 이어져 고용을 최소화하며 버티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마저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도시락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 모 사장(42)은 "기존에는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했는데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부터는 1명만 채용하고 있다"며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가맹비, 배달 수수료 다 떼고 나면 남는 마진이 20%도 안된다. 시급이 오르면 더 힘들어 질테니 아르바이트생 1명 고용도 힘들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씨(30)는 "직장인 대상 점심장사로 매출을 올리는 구조라 주로 아침이나 점심무렵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없이 운영하기 불가능하다"며 "음료 한개에 평균 3,000원~4,000원 수준이라 바쁘게 일해도 한달 수입이 2~300만원이다. 시급까지 오르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한숨 쉬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직접 운영에 뛰어든 업주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이미 경제·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아르바이트를 다시 고용할까 고려했으나, 최저시급이 오를지 모른다는 소식에 생각을 접었다.

8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 모 사장(58)은 "지난해부터 하루 평균 13~14시간 일하고 있다. 아들이 도와주지만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낀다"며 "시간당 9,000원을 지급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하면, 휴계시간을 4시간당 30분씩 줘야해 1~2만원이 아쉽다는 생각에 고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액 현황. 출처=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액 현황. 출처=최저임금위원회

 

급격한 시급 인상, 초단기 알바·외식 가격 인상 등 '후폭풍' 우려 

아르바이트생들도 비슷한 입장을 내비췄다. 최저시급 인상을 환영하면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최근 몇년간 일자리가 사라지고 근무시간도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하루씩 유급휴일을 주는 주휴수당 제도 때문이다. 업주들이 15시간 이하 초단기 알바를 고용하면서 도리어 평균임금은 줄었다는 게 이들의 말이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윤 모씨(26)는 "과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할 때 15시간 이하 아니면 줄 수 없으니 싫다면 하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는 업주도 있었다. 장기적으로 (최저시급이) 오르면 좋지만 그건 내 일자리가 있을때, 내 시간이 확보됐을때 이야기기"라며 "주변에 3시간씩 3~4곳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많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단점이 많아지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저시급이 오를 경우 향후 외식 가격 인상 후폭풍이 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당 주인 김 모씨는 "시급인상은 결국 배달과 음식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할 것"이라며 "물가도 임대료도 계속 오르는 현실에서 인건비까지 상승한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최고치로,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의 한 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쌀을 비롯해 삼겹살까지 지나치게 올라 (메뉴)가격을 올려야 할 지 고민중"이라며 "코로나19로 손님은 줄었는데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더 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벌어들이는 건 없는데 인건비, 주재료비, 임대료 다 오르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