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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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비대면 거래와 간편결제 시장 확대로 실물카드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모바일로 이식된 결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멸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각종 기능과 디자인을 더하면서 여전히 거래지급 방법의 한축을 담당 중이다. 다만 장기간 관점에서 소멸 관측이 더욱 우세하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카드의 비대면 결제 이용규모는 일 평균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반면 대면결제는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실물카드 이용 결제 규모도 7.4% 축소됐다. 모바일과 PC등 정보기술(IT)기기를 이용한 결제는 16.4% 늘어났다.

이미 카드업계는 카드사가 없어도 결제가 되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여러 OO페이에서 많이 쓰이는 QR결제부터 얼굴, 손바닥 정맥만 있으면 결제되는 생체인증 결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전자방식의 카드결제(간편결제)가 실물카드 결제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2017년 39조9,906억원, 2018년 80조1,453억원, 2019년 120조원까지 급증했다.

이러한 간편결제 시장 급성장은 실물카드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실물카드 소멸론이 팽배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발달에 따라 카드가 모든 전자기기에 스며들고, 인터넷에 연결된 디지털 카드가 실물카드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조지 월너 루프페이 공동창업자는 미래금융포럼에서 “5~6년 내에 플라스틱 카드든 칩 카드 등 실물카드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LCC부터 보안 강화까지 실물카드 일시적 진화

현대카드 스타벅스 PLCC. 출처=현대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카드 스타벅스 PLCC. 출처=현대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소멸론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와중에도 실물카드는 진화를 통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부터 보안강화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PLCC는 카드업계 트렌드로 떠오르며 올해 14종 이상이 출시될 전망이다. PLCC는 카드사 브랜드가 아닌 제휴 기업의 이름을 앞세우며 모든 혜택을 한 기업에 몰아넣는다. 마케팅 비용 절감은 물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배달의 민족과 스타벅스 등과 손잡고 PLCC 카드를 출시한 결과 고객 수가 전년대비 7% 가 늘어났다.

실물카드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을 카드에 입힌 ‘원 카드 멀티 디자인’을 선보이며 2030세대의 소유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카드를 원하는대로 디자인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디자인에 집중해 카드에 일련번호를 없애기도 했다. 실물카드 소재도 다양화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이외에 메탈과 나무 소재의 카드도 출시됐다.

외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안강화에 초점을 맞춰 생체인증서비스를 카드에 이식하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지문인증카드 개발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삼성카드는 삼성전자, 마스터카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문인증카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인증카드는 사용자의 지문정보를 저장하고 인증할 수 있는 IC칩이 내장된 카드다. 지문센서에 손가락을 올린 상태에서 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거나 터치하게 되면 결제가 진행된다.

지문인증카드는 IC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국내외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어 상용화가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결제시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지 않아 비밀번호 노출 우려가 없고, 지문인증을 통해 본인만 결제하기 때문에 카드 도난이나 분실에 따른 도용 피해도 줄어든다. 결제단말기에서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카드 별도의 배터리를 장착할 필요도 없다.

삼성카드가 지문인증카드 개발은 실물카드가 소멸할 것이라는 과거 예상과 다르게 디지털화에 따른 진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프랑스에서도 BNP 파리바가 Visa(비자) 및 스웨덴 생체인식 시스템 개발 회사와 제휴해 지문인식 카드를 1만개에서 1만5,000여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프랑스 초대형 은행그룹인 Credit Agricole 도 3개의 지역은행에서 지문인식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실물카드가 보안 기능을 탑재하고 생체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사용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전문업계 관계자는 “카드의 출현으로 현금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실물카드 역시 간편결제와 모바일 결제의 출현에도 사용하는 고객군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2030세대를 비롯해 젊은층은 이미 모바일 결제에 익숙해진 세대이기 때문에 실물카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다 인증기술의 발달은 결국 모바일 결제에도 충분히 도입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희소성을 갖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