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極盛)의 여름이 오려는지 비가 자주 오고 바람도 자주 붑니다.

며칠 전에는 서울에 강풍주의보까지 있었습니다.

그즈음 동네 뒷산을 올랐는데, 오솔길에 무수한 잎이 떨어진 건 말할 것도 없이,

가지 채 떨어진 나무 잔해들도 많이 널려있었습니다.

제법 굵은 가지가 그대로 꺽여 있기도 했습니다.

나무들이 겨울에 온힘을 다해 잎을 틔우는 잎눈을 만들었고,

그걸로 생존하기위해 나무 가지를 키워가고 있는 중일 텐데,

저래도 되나하며 나무의 안위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나무가 인간 수명보다 길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확인하는 현실입니다.

일단 이번 강풍이나 여름철의 태풍에도 얼마간의 나무들은 생존을 위협받겠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벚나무는 병충해에 약해 평균 수명이 육십여 년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또 일반 산에 심겨진 나무보다 열매를 가진 유실수들은 휠씬 짧은 수명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나무가 육십여 년인데, 사과, 복숭아나무는 이십에서 삼십여 년 사이라 합니다.

많은 열매를 거느리느라 힘들어서 일까요? 저절로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또 더디 크는 소나무 등과 달리, 빨리 크는 속성수 들도 빨리 죽음을 맞습니다.

과거에 우리 민둥산에 사방사업용으로 등판했던 오리나무나 아카시나무들의 평균 수명이

오십에서 육십여 년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산길에 쓰러진 나무들을 살펴보면 대개 이런 속성수들입니다.

이런 유실수나 속성수들의 이른 죽음을 생각하니 꼭 인생 같습니다.

바라기는 저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 가지를 일부 잃더라고

넘어지지 않고 튼튼하게 생장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신경림 시인도 응원합니다.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고.

그래도 현실적으로 지금이 한 여름을 앞두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나무 전문가 친구가 얘기합니다.

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알기위해서는 봄 나무, 여름 나무의 모습을 잘 기억해두라고.

잎이 지고 난 겨울나무 들을 보고는 도통 나무를 분간 못할 거라면서 말이죠.

나무 공부 차원에서 너무 달라진 나무의 모습을 몰라보아도 좋습니다.

그보다는 이 여름이 나무들에게 기회의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시인이 응원한 것처럼 한 군데쯤 부러졌더라도 이 극성(極盛)의 여름을 지나며

한 뼘 더 커지고, 실한 열매 맺기를 소망해 보는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네 인생도 상처가 있다하더라도 잘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