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 관여할 정신감정기관을 변경할 방침이다. 과거 조양래 회장이 치매 치료를 받았던 기관에서 감정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21일 조 회장을 불러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등 성년후견 심판을 위한 심문을 진행했다. 조희경 이사장이 지난해 7월 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성년후견 심판은 노쇠하거나 건강상 문제로 재산을 관리하고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성인을 보호·지원하기 위해 후견인을 지정하기 위해 진행되는 법적 절차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출처=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출처= 한국타이어그룹

조희경 이사장 대변인 측은 지난 24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의 정신감정을 실시할 기관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7일 법원이 감정기관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지정했으나, 조희경 이사장은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분당 서울대병원이 치매 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갖춘 것으로 판단해 변경할 감정기관으로 선택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또 조양래 회장이 기존에 치매 치료받았던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진료기록을 이관하기 용이한 한편, 두 병원의 운영진이 서로 다른 등 중립성을 갖춘 점도 해당 병원을 선택한 이유로 고려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장외매매한 결정이 자발적이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 뿐 아니라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차남에게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함으로써 주목받았다.

물론 법원이 조양래 회장에게 후견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성년후견을 개시하도록 결정내리더라도 기존 지분매각 결정을 번복할 순 없다. 다만 조희경 이사장이 해당 결과를 근거로 지분매각을 무효화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성년후견 심판 절차의 결론은 3~4개월 뒤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 대변인 측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정기관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며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청구 건은) 한국타이어라는 기업과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에 따라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희경 이사장의 파격 행보로 한국타이어그룹 총수일가 내부에서 사실상 ‘남매의 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그룹 총수일가의 분쟁은 앞서 지난달, 한국앤컴퍼니 주총을 통해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을 견제할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일단락됐다. 다만 조희경 이사장이 이번에 새로운 요구사항을 들고 나타남으로써 분쟁의 불씨가 새롭게 피어오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