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탄압에 나선 이유가 선명해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 환경 조성을 위해 암호화폐 업계를 압박해야 한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위안화. 출처=갈무리
위안화. 출처=갈무리

"암호화폐 거래 처벌...디지털 위안화 필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경제참고보는 24일 허위유사 화폐 투기 혼란 정리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설을 실어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신문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엄청난 재산손실을 초래한다"면서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거래하거나 편의를 제공할 경우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환경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접근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중국 3대 금융협회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를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 주장한 가운데 류허 부총리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신문은 한 발 더 나아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압박의 기저에 '디지털 위안화 전략 고도화'가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무대는 만들어졌다"

현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진영은 시세 하락이라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3만2,000달러선에 머물렀으며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도 줄줄이 하락하는 중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전력소모, 이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며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가운데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바이낸스의 미 나스닥 상장 후 정점을 찍은 암호화폐 시세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까지 겹치며 추풍낙엽이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디지털 위안화 전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이 디지털 위안화 전략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다. 민간 중심의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며 약화된 상태에서 중앙집중형 디지털 위안화 전략을 부드럽게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대부분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간 기업의 손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국부유출이라는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는데다,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인프라인 암호화폐 사업을 정부 주도로 집결할 수 있는 기회다. 중국 정부는 서구 중심의 민간 암호화폐 시장이 약해진 틈을 노려 중앙집중형 디지털 위안화 전략을 가동해 체제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중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즉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지속적인 충돌을 불사하며 달러의 기축통화에 대항하기 위한 CBDC 발행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단기간에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패권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시대의 트렌드가 비대면 결제 인프라로 진행되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결제 인프라의 역사를 보면 현금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로 나아가지 않고 바로 QR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간편결제에서 온라인 결제로 진화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존 금융질서의 큰 축이 이미 외부에 있는 상태에서 ICT 기술을 바탕으로 특유의 중앙집중형 국가체제의 역량을 '넥스트 스텝'으로 빠르게 이동시킨 사례다. 이러한 경험이 CBDC에 대한 '반 발 빠른' 대응을 끌어냈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CBDC는 정부 주도의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 집중형 체제의 연장이자 기존 체제의 연장이며, 나아가 시민을 옥죄는 강력한 빅브라더의 존재감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민간 중심의 금융 인프라 확장은 중국 당국의 정치 통제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CBDC인 디지털 위안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결국 알리바바로 통칭되는 민간 핀테크 기업의 제도권 금융 공격에 제동을 거는 이유와 동일하다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위안화 액션플랜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선전에서 5만명의 시민들에게 200위안(3만3,000원)위안에 해당되는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준 실험을 시도한 상태에서 현지 당국은 인민은행과 손잡고 10만명의 시민에게 200위안, 총 2,000만위안(약 33억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중국 정부는 선전, 청두, 쑤저우 등에서 총 9,000만위안 규모의 홍바오 추첨을 통해 CBDC 상용화를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월 1일(현지시간) 왕신 인민은행 연구국장이 브리핑을 통해 CBDC의 역외 결제를 시도하며 그 무대는 홍콩이 될 것이라 밝혔다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CBDC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가운데 2022년 2월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도 CBDC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CBDC 모의실험 연구를 위한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냈으며 오는 8월 중 관련 연구를 시작한다 밝혔다. 이 외에도 많은 은행들이 CBDC에 관심을 두고 차근차근 로드맵을 가동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정책의 속도와 방향성은 불투명한 구석이 많다는 평가다. 더 공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글로벌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CBDC 상용화에는 수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인근 국가 간 역외결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