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금요일이 ‘부부의 날’이었는데 아셨는지요? 바로 얼마 전 더 커(?) 보이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이 있다 보니 그냥 쓱 지나가버렸습니다.

위로 부모님과 아래로는 자식이 있는 우리네 위치가 그래서였을까요?

최근 힘든 시기가 길어지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원리이자 철학을 건네는 책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중 스토아 철학자 26명의 삶을 다룬 ‘스토아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철학의 일상생활에 적용을 권하며 우리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흥미가 발동했습니다.

지금부터 이천여년도 더 전에 활동했던 철학자들은 부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특히 일상생활에 무심했던 철학자들에게 부부란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했습니다.

책은 대표적 스토아 철학자들의 일생을 거칠게 다루어서,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이 그리 자세히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당시라면 지금보다 휠씬 남자들만의 세상이었겠지요.

그렇지만 당시 그들 사이에도 불친절하고, 욱하는 성격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업계 선배인 소크라테스 부인 얘기는 많이 회자되었나 봅니다.

부인을 잘 고르지 않으면 삶이 시험대에 오를 거라고 얘기했으니까요.

당시 철학의 여러 유파 중 비교적 엄하고, 마땅히 본받을 만한 삶을 살기위해 애썼던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떠했을까요? 예상대로 스토아 철학 창시자부터 초기 스토아 철학자들은 여러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몇 대 지나서 스토아학파의 영수가 된

안티파트로스 때에 비로소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가 나왔습니다.

일상생활에 초연했던 철학자들의 세계에서 그는 새로운 얘기를 건넸습니다.

‘법적, 경제적 거래와는 달리, 결혼이란 두 개인의 영혼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아주 오래전 얘기인데도 놀랄만큼 세련되었지요?

훗날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도 안티파트로스 덕분에 결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를 기점으로 일상생활에 무심했던 스토아철학이 한층 일상과 가까워집니다.부부로 적응하는 것을 생각하니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강원도 선배가 가깝게 생각납니다.

그는 거의 삼십여 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깊은 산골로 이사 갔습니다. 겨울철에 하도 많은 눈으로 몇 개월은 사람을 볼 수 없는 산골이었습니다. 그는 고집 센 안동 양반 후손이었는데, 멋지었지만 남녀유별을 얘기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결정은 당신 혼자하는 스타일로 아내분이 약간은 주눅 들어 보였었으니까요. 그렇게 교류하다 이번에 오랜 만에 만났는데, 세상에! 그가 변했습니다. 지금도 자신이 95%는 혼자 결정하고, 나머지 5% 정도는 아내와 상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95%는 그냥 막일이고, 상의하는 중요한 5%가 있어 자신이 존재하는 거라며 아내를 돌아보더군요. 고집스러웠던 선배가 그만큼 많이 부드러워졌고, 또 서로에게 편해졌더군요. 긴 세월 부부로 살면서 서로에게 스며들었음일까요.

몇 년 전 지방에 출장 갔다가 기차를 기다리며 혼자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 어느 노부부가 자전거를 타고와 같이 식사 하는 겁니다. 많이 부러워 보여 훗날 저러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행복하란 말보다 행복한 모습 보여주는 게 최고 선물이라 하지요.

저런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대물림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