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미국을 공식 실무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현지시간 21일 오후(한국시간 22일 오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가운데 오·만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1 한미정상회담 만찬 형식과 사용될 와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상회담, 국빈방문, 정상회의에서 사용된 건배주, 만찬주는 무엇이었을까.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때 백악관 환영 만찬에 사용된 와인은 '하트포드 파 코스트 피노누아(HARTFORD COURT FAR COAST PINOT NOIR)'이다.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산림과 숲이 울창한 서늘한 기후대를 갖고 있어 피노누아를 재배하는 데 좋은 자연환경이다. 로버트 파커로부터 95~97점을 획득하면서 미국 최고의 와인이라는 평과 함께 와인타임지에서 톱10 와인에 선정됐다.

부르고뉴 그랑크뤼급 와인처럼 포도밭별로 와인을 양조하면서 연간 1만병 내외 소량 생산해 '숨겨진 다이아몬드 같은 와인'이라 불리운다.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누아는 아름다운 루비색에 블랙베리, 붉은 체리, 모카, 아시아 향신료, 석류향이 두드러진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밸런스가 뛰어나고 미네랄이 풍부해 쇠고기 스테이크, 어린 양고기, 양념한 해산물 요리, 아시아 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렸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만찬에서는 '끌로 드 로스 씨에떼(CLOS DE LOS SIETE)'이 사용됐다. 유명 와인 메이커 미셸롤랑이 보르도 내 6곳의 샤또 오너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만들어낸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이다. 라벨에는 '최고가 모여 만들어낸 최고의 와인'의 의미를 담아 칠각성으로 표현했고, 이는 '성공'을 의미한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로 선정된 바있다.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 사용된 와인은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MAX RESERVA CARBERNET SAUVIGNON)'이다.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은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ERRAZURIZ)의 베스트셀러 와인으로 잘 익은 붉은 과일의 향이 매력적이다. 칠레 역사를 통틀어 4명의 대통령과 정·재계에 정통한 에라주리즈 가문 와인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당시 칠레 와인의 인기가 한 몫했다. 과일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무르며, 균형 잡힌 타닌과 부드러우면서 향긋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로버트 파커로부터 90점 이상을 받았다.

'임페리얼 그란 레세르바 (IMPERIAL GRAN RESERVA)'는 2019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방문 환영 만찬에 사용된 와인이다. '임페리얼 그란 레세르바'를 생산하는 쿠네(CVNE)는 스페인의 대표 와이너리로, 스페인 국기를 로고로 사용하는 유일한 와인 회사다. 이 와인은 당시 방한한 팰리페 6세의 결혼식 만찬에 사용된 와인이라는 점도 청와대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페리얼 리오하 그란 레세르바 2004년 빈티지'는 지난 2013년 스페인 와인 역사상 최초로 유명 와인 평론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1위에 선정돼 스페인 고급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아울러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만찬에서는 '온다 도로 (ONDA D’ORO)'이 사용됐다. 온다 도로는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S)가 소유한 미국 와인 산지 나파밸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황금 물결'이라는 뜻과 함께 우리말의 '복이 온다'와 유사한 뜻을 갖고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가 프랑스의 와인 양조가인 필립 메카(Philippe Melka)를 영입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나파밸리 포도밭 특징인 먼지 향과 함께 코코아와 바닐라 향이 느껴지며, 블랙 체리와 자두의 뉘앙스를 갖고 있다. 100% 카베르네 소비뇽임에도 부드러운 탄닌과 유질감을 지녀 마시기 편하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산도는 이 와인이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을 알려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 정상들이 건배를 위해 사용하는 건배주 또는 만찬에 사용되는 와인은 방문한 국가와 개인적 취향 그리고 양국정상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선택한다"며 "최근 높아진 와인의 인기로 비즈니스 모임이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 또는 기념하고 싶은 와인이 필요할 때 이러한 만찬에 사용된 와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