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모델 가운데 하나인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출처= 한국지엠
한국지엠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모델 가운데 하나인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출처= 한국지엠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산 자본이 들어간 중견 차업체 3사가 노사갈등, 신차부재 등 요인으로 인해 상실한 시장 경쟁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각 업체의 부진 원인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 요소에 존재함에 따라 해결책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만 실천하는데엔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 간 국산차 중견 3사가 기록한 내수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 1~4월 각 업체의 내수 누적 판매실적은 한국지엠 2만2,823대, 르노삼성차 1만8,595대, 쌍용차 1만5,945대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동월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본격 전개돼 자동차 소비에 악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더욱 부진한 점은 위기의식을 높이는 현상이다.

실적을 저하시킨 주 원인 가운데 업체별 신차가 활발히 출시되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등 두 곳은 신모델을 한 대도 선보이지 않았다. 쌍용차는 지난달 초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1세대 부분변경모델을 비롯해 지난 4일 소형 SUV 티볼리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다만 디자인을 일정 규모 수정한 것 외엔 기존 모델과 비교할 때 상품성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차별화하지 않았다.

각종 프로모션 활동을 벌이는 등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펼치고 있지만 별무소득이다. 한국지엠은 졸업생, 신혼부부, 출산 가정 등 특성별 고객을 지정해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르노삼성차는 50만원 상당의 차종별 옵션 추가, 보증연장, 용품 지급 등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쌍용차도 50만원에 달하는 기본 할인에 더해 재고 물량 구매, 노후차 교체 등 조건에 따른 할인폭을 별도 적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다수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국산차 중견 3사는 상품 경쟁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 등 유력 업체들 뿐 아니라 일부 수입차 업체에 밀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SUV 모델인 QM6.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SUV 모델인 QM6.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중견 3사, 총체적 난국

중견 3사는 이 뿐 아니라 노사갈등, 기업회생절차 개시 등 업체별로 맞닥뜨린 내부 문제도 각 사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운영효율을 개선하려는 취지로 제주부품사업소와 창원부품물류센터 등 지역별 시설을 통폐합함에 따라 일부 근로자의 단식농성에 맞닥뜨리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7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어온 2020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7일 현재까지 10개월째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 격려금 규모 등 협상 사안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노조가 지난 4일 8시간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 가운데 80%가 강성 간부의 파업지침에 반발하는 의미로 정상 출근하는 등 근로자 간 분열 조짐까지 보이는 실정이다.

쌍용차는 노사 관계에 있어선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임단협에서 무분규 합의하는 등 타사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돼온 경영난을 타개하지 못함에 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그간 비공개로 진행돼온 기업 인수자 입찰 과정을 이달 말께 공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는 소비자들의 편익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들은 다만 향후 브랜드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고려해 해당 업체의 차량을 구매하길 꺼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가 분석한 국내 완성차 업체별 고객의 브랜드별 신차 재구매율 추이. 출처= 컨슈머 인사이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가 분석한 국내 완성차 업체별 고객의 브랜드별 신차 재구매율 추이. 출처= 컨슈머 인사이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설문한 중견 3사 소비자 2,124명 가운데 이후 해당 브랜드군의 신차를 재구매한 인원은 792명(37.3%)에 불과했다. 해당 기간 중견 3사 고객 가운데 절반(1,070명, 50.4%)이 현대자동차나 기아 등 두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했고 나머지 인원(262명, 12.3%)은 수입차 고객으로 전환됐다. 중견 3사 고객 10명 가운데 3~4명만 같은 브랜드군 신차를 구입했고, 업체별 재구매 고객은 이보다 더 적은 비율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장 구도는 결과적으로 시장 구도를 ‘현대차·기아 대 수입차 업체’ 등 양자 형태로 굳힘에 따라 자칫 과도한 생존경쟁을 유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3사의 존재가 단순히 자사나 관계사들의 생멸여부 뿐 아니라 시장 성장세를 좌우함을 의미한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중견 3사의 신차 재구매율이 낮은 점은 브랜드별 소비자 충성도가 크게 약화했음을 보여 준다”며 “3사가 그간 경영난과 함께 노사분쟁, 매각설, 신차 기근 등 리스크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 지배력 강화, 수입 브랜드 비중 확대, 중견3사 급속 약화 등 흐름으로 이행하고 있다”며 “내수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현대·기아와 수입차의 양자대결로 치달을 경우 사활을 건 제로섬 게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픽업트럭 모델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픽업트럭 모델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출처= 쌍용자동차

구성원들의 ‘전향적 결단’ 말곤 묘수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이 발굴할 만한 특단의 조치를 마땅히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신차를 더 많이 개발·출시하며, 고객 서비스 수준을 강화하는 등 기본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를 실현할 방도를 못 찾고 있다.

3사는 신차 출시 측면에서, 연구개발 분야에 재투자할 이익잉여금을 영업이나 금융, 부동산 등 영업외 분야에서의 활동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대주주로 해외 완성차 기업을 두고 있지만 제너럴모터스, 르노, 마힌드라 등 각 주주들은 대단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제 앞가림하기 바쁜 실정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사 대립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계 일각에선 이들 업체에게 남은 방법으로 극약 조치들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 생산 사업장의 인건비를 극적으로 줄인 뒤 생산공정을 첨단화하고 미래차 양산라인으로 개조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운영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품을 수 있는 불신을 해소하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선 회사, 근로자, 지역사회, 정부 등 모든 관련 주체들이 각자 이해관계를 초월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봤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각 주체들이 투자 결단, 주체간 합의 등 원론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움직이면 소비자의 마음을 100%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