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가 미국에 짓는 신규 공장 수를 1곳에서 6곳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005930)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TSMC 투자 확대”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Chipmaker TSMC eyeing expansion of planned Arizona plant(반도체 제조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동맹국들의 반도체 추가 투자를 강조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TSMC가 기존의 투자 계획을 수정했다”라면서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기존의 1개 공장 증설 계획을 최대 6개까지 늘리기로 하고 애리조나 주 인근에 공장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의 내용에 대해 TSMC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TSMC는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한화로 약 13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1개를 새로 짓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만약 로이터의 보도대로 TSMC가 미국 6개의 공장을 새로 짓는다면 여기에는 단순 계산으로 최소 70조원 이상의 대자본이 투입된다. TSMC가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가능성은 충분하다”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TSMC는 사업 확장을 위한 최고의 여건 속에 있다. 올해 1분기 TSMC는 매출 129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영업이익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를 기록하며 대부분의 실적 지표에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파운드리 공정의 주된 생산품인 시스템반도체의 공급이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본 측면에서 TSMC의 확장은 큰 문제가 없다. 대만의 외교적 입장 측면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장도 납득이 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담아 “동맹국들의 협조를 바란다”라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하게 요구했다. TSMC는 외교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지 못한 대만의 입장과 뜻을 맞춰 지난해부터 거의 공개적으로 미국의 편에 서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복잡한 입장 

2021년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로 1위 그리고 삼성전자가 18%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평택 제 3라인(P3)과 텍사스 주가 유력한 신규 공장 건립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로이터의 보도 내용대로 TSMC가 미국에 6개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한다면 삼성전자로써는 생산력 측면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도 TSMC처럼 반도체 공장을 한 번에 대규모로 늘리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미 삼성전자가 수 년 전부터 계획했던 P3와 미국 신규 공장 건립 추진에 대한 결단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장 추가 건립에 대한 결단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설사 추가 건립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디에 공장을 짓겠는가’에서 수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19조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슈퍼사이클’로 불렸던 업계의 역대급 호황이 지난 1분기 동안 지속됐음으로 고려하면 조금 아쉬운 실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과 EUV(극자외선) 장비들의 도입으로 인한 비용 발생이 반영됐으나 TSMC가 기록한 지표와는 확연한 비교가 된다. 실적이 받쳐주는 자본의 여유가 부족하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공장 위치.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공장 위치. 출처= 삼성전자

여기에 중국 쪽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미국의 편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두 나라와 모두 잘 지내야하는’ 입장이기에 계산은 더욱 복잡하다. 우선 두 나라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증하는 파격 조건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도 미국에 공장을 더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이를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2017년 사드 사태로 롯데의 중국 사업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생산력 강화 기조 유지, 큰 문제 없을 것"   

현 상황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TSMC의 생산 공장 증설 등 행보로 인해 삼성전자의 입장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큰 틀에서 악영향은 없을 것이며 ‘생산력 강화’의 기조를 유지해 이를 잘 실현시키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사무국장은 “TSMC에 대해 나온 보도들의 내용이 확정적인 것도 아니며 설사 그대로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TSMC 역시 공장 증설로 감당해야하는 자본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전 세계의 모든 수요를 아우를 수 있는 결단을 내리고, 빠르게 그를 실천한다면 업계에서의 입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