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목이 너무 달달해서 놀랐는가요?

아님 필자가 개인적으로 배우 윤여정과 각별한 인연이라도 있는가 생각했나요?

전혀 아닙니다.

중고 시절 학생 입장 불가인 화녀란 무서운(?) 영화를 몰래 보았던 기억,

세월이 훌쩍 지나 윤여정씨가 출연한 윤스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구례 간 김에 그걸 촬영했다는 쌍산재라는 고택을 가본 인연이 다랍니다.

그럼 왜 뜬금없이 여정 누님이라고까지 하느냐구요?

사실은 얼마 전 우리가 가진 ‘성격 유형의 종류와 그에 따른 대응 방법 알아보기‘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원리가 성격인데, 이게 어떻게 과하면 성격장애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고, 우리들 각자 속에 누구는 약하게, 다른 사람은 좀 더 강하게 가진 각각의 성격 유형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집성, 분열성, 경계성, 연극성,..

이중에 내 관심을 끈 것은 연극성 성격이었습니다.

흔히 쇼맨십이 있다고 애기되는 유형인데, 관심과 인정을 추구하고, 감정이 변화무쌍하며, 감정 표현이 강렬하지요. 주변 사람을 생동감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열광적인 스포츠맨이거나 농담 잘하는 이야기꾼 내지는 극도로 동기 부여된 사업가나 영업부장 등이 이쪽입니다.

물론 이 유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좌절에 대한 인내가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욕망이 강하기도 합니다.

내가 왜 길게 연극성 성격을 설명하는가 하면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이쪽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이쪽을 좀 더 강화하도록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을 과장은 아니더라도, 최소 반 이상은 자신 있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그러며 예전에 같이 일했던 활달한, 천상 연극성 성격을 가진 동료의 해프닝이 기억났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동료가 상사와 함께 방송국이 있는 건물로 거래선을 만나러 간 겁니다.

그때 동료가 마침 엘리베이터에 탄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탤런트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건네더라는 겁니다. 나중에 일을 마치고 궁금했던 상사가 그 탤런트를 잘 아느냐고 물었다지요.

답은?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사이였다지요.

당시에 에너지 넘치던 그 동료의 십프로만 배웠더라도 지금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가져봅니다. 이 와중에 지금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 윤여정을 대상으로 연극성 성격을 발휘해 ‘여정 누님’으로 불러본 겁니다. 영 어색해보이나요?

물론 75세 배우가 던져주는 얘기 자체로도 감동을 줍니다.

우선 열심히 살았다는 것. 반세기 넘는 연기 인생의 원동력을 열등의식이라고 얘기하며,

정말 먹고 살려고 열심히 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진지한 것은 사절‘.

쿨 합니다. 좁은 길을 걸은 그녀로 보입니다.

칼럼을 쓰던 지난주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사제가 되면서 ‘나를 위해서는 최대한 배려하지말자’고 다짐을 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넓은 길을 포기한 겁니다.

잘 사는 모습들을, 성격을 탐색해 볼만했던 한주가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