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서울 등 외지인의 매매 수요로 인한 움직임이다. 속초의 경우, 세컨드 하우스 수요 등으로 신·구축 아파트 등이 일제히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투자가 쉬운 분양권에 투자수요가 급격히 옮겨 붙고 있다. 일부 신축 단지 분양권은 최초 분양가보다 수억원 높은 웃돈이 붙은 상황이다. 가격이 급등한 만큼 당분간 추가 매수세가 붙기는 힘들지만, 하반기 수도권의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이런 투자 유입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분양권이 8억1,000만원? “속초시 아니라 속초구”

속초시 현지업자에 따르면 속초시 동명동의 ‘속초 디오션자이’의 전용 84㎡의 분양권은 올해 2월 8억1,000만원에 실거래된 후 현재 호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동명동의 한 업자는 “업자들끼리 우스개로 이곳도 이제 속초시가 아니라 속초구가 됐다고 한다”면서 “최초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남짓이었는데 현재 웃돈(프리미엄)만 2억5,000여만원, 30층 이상같은 로얄층은 2억8,000여만원까지 상승해 2배는 훌쩍 뛰었다”고 말했다.

속초시 금호동의 한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속초시 금호동의 한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해당 단지의 분양권을 사들인 사람들은 주로 수도권 등 외지인이 많았다는 것이 해당 업자의 후문이다. 그는 “디오션자이의 경우, 다수 로얄층은 서울 사람들이 주로 사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아파트와 달리 분양권의 경우 2년만 보유하면 일반세율로 넘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보유기간은 있지만 거주기간 등은 규제가 없어 투자 목적인 경우, 주로 분양권 투자에 중점을 두고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디오션자이 외에도 ‘힐스테이트 속초센트럴’이나 ‘롯데캐슬 인더스카이’ 등 속초시내 주요 브랜드 단지의 분양권은 6~7억원대에 거래되는 형편이다.

강릉시 역시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중심으로 일대 아파트의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올해 1월 분양한 ‘강릉자이 파인베뉴’는 현재 당초 분양가보다 1억원이 높은 웃돈이 붙었다. 해당 단지내의 업자에 따르면 84㎡ 타입의 초기 분양가는 2억9,800만원에서 3억9,400만원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4억7,4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현지 업자는 “강릉의 경우 올해는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횡보하고 있다. 다만 분양권이나 유천지구 등 택지지구 등을 중심으로 가격대가 오름세다. 외지 투자자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드하우스 수요에 신·구축도 상승...“외지인 수요”

속초시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마찬가지로 상승 중이다. 동명동의 한 중개업자에 따르면 속초시 2~3년 내의 신축 아파트는 올해 초보다 적어도 5,000만~6,0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구축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10~15년 된 구축 아파트의 경우 84㎡ 기준으로 올해 1월 기준 평균 3,000만~4,000만원이 기본으로 올랐다는 것이 해당 업자의 설명이다.

실제 2006년 입주한 속초시 금호동의 한 구축 브랜드 아파트는 이달 15일 109㎡ 매물이 3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3억 중반대까지 올랐다. 지난 1월 25일 1억5,700만원에 실거래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1억5,000만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런 상승세를 보여준 것은 해당 아파트가 입주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속초시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6%나 증가했다. 강릉시 역시 같은 기간 41.9% 늘었다.

속초 아파트 가격을 견인한 요소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외지인의 매입 수요 때문이라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금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사람들이 동해안으로 내려와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해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현재 아파트가 없어서 못 파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강릉시 아파트를 매입한 매입자 중 38.3%는 관할시도 외 거주자였다. 속초시 역시 같은 달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중 관할시도 외 거주자가 매입한 비중이 41.5%에 달한다.

속초시 금호동의 한 중개업자는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이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유는 분양권과 달리 투자 목적이 아니다. 세컨드 하우스 등의 개념으로 장기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휴식 등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수요 증가와 교통 개선 여건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를 통한 단기 전매 차익을 시도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양도세 등 부담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보유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속초 등 동해인 일대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사실 수도권이나 서울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지방 주택 시장 역시 성장할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요소를 보면 속초의 8억대 아파트도 최근엔 결코 불가능한 시세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지방의 경우 6월 등에 시장 상승이 둔화되면 주춤해질 시기가 더 빠르게 올 수 있다.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키운 만큼 앞으로 상승여지가 크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이런 상승세가 재현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