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하며 현대자동차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기아가 유명인(셀럽)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셀럽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완성차 업계에서 통상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 낮은 업체들이 주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기아의 국내 입지를 고려하면 어울리지 않는 전략이다.

서울 양재동 기아 본사 사옥에 새로운 브랜드 엠블럼이 부착된 모습. 출처= 기아
서울 양재동 기아 본사 사옥에 새로운 브랜드 엠블럼이 부착된 모습. 출처= 기아

기아는 지난 1월 새로운 브랜드 엠블럼을 공개하고 이를 모든 사업부문에 적용해나가고 있다. 같은 달 공식 홈페이지에 새로운 엠블럼을 적용했고, 2월부터는 전시장 등 시설에 적용된 기존 엠블럼들을 교체해나가고 있다.

기아의 신규 엠블럼은 균형, 리듬, 상승 등 세 가지 개념을 디자인 컨셉트로 갖추고 있다. 빨간색 원 안에 굵은 글씨체로 ‘KIA’ 영단어가 적혀 있던 기존 엠블럼보다 세련된 것으로 업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기아는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핵심 가치로 지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엠블럼을 교체했다. 이 같은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이 기업 대내외적인 혁신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를로스 라호즈(Carlos Lahoz) 기아 유럽법인 마케팅 책임자는 지난달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월드(Automotive World)에 투고한 칼럼을 통해 “기아의 새로운 로고와 브랜드 슬로건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고객이 즐기는 동시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망과 약속을 전달한다”며 “효과적인 리브랜딩 전략은 새로운 초점과 새로운 작업방식을 유발하는 점에서 단순한 마케팅 활동 그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아가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는, 기존 엠블럼이 지난 27년간 활용됨으로써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각인된 점이다. 차량에 부착된 검정 배경, 은색 단어 등 특징의 엠블럼 뿐 아니라 이달 초 기준 전국 전시장 699곳, 서비스센터 567곳 등 국내 시설 1200여곳에 빨강 로고가 일제히 쓰이고 있다. 완전히 새롭게 변한 기아 엠블럼이 기존 브랜드 입지를 희석하고 고객에게 이질감을 줄 수 있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40세 이하 사업가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 영 엔터프리너 카운슬(YEC)은 “기업이 (리브랜딩 과정에서) 모든 것을 한번에 바꾸려고 할 경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불신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리브랜딩 전략으로 성과를 내려면 느리고 조심스럽게 이를 실행함으로써 청중에게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아가 준중형 세단 K3의 홍보 모델로 배우 임시완씨를 발탁했다. 출처= 기아
기아가 준중형 세단 K3의 홍보 모델로 배우 임시완씨를 발탁했다. 출처= 기아

셀럽 인지도는 ‘신생’ 기아의 친숙도 높일 수 있어

기아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응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활용한 것은 유명인의 인지도다. 유명인의 유명세를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이식함으로써 브랜드 친숙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기아가 유명인 마케팅 전략을 가장 먼저 적용한 분야는 제품이다. 올해 출시한 차급별 신차의 시장 포지션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갖춘 유명인을 홍보 모델로 발탁함으로써 제품에 적용된 신규 엠블럼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기아가 올해 들어 29일 현재까지 공개한 승용 신차는 준중형 세단 K3, 준대형 세단 K8, 준중형 전기 SUV ‘EV6’ 등 3종이다. 이 가운데 기아가 유명인 홍보대사를 마케팅 전략 수단으로 투입한 차량은 K3, K8 등 2종이다. 두 모델은 기아의 새로운 엠블럼이 장착된 양산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각 차에는 보닛 전면부, 핸들(스티어링 휠) 클락션, 차량 후면부, 휠 중앙부 등 부위에 새로운 엠블럼들이 일제히 부착됐다.

완성차 업계에서 유명인을 홍보 모델로 발탁한 사례는 주로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들을 비롯해 수입차 업체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라는 점이다. 고객의 이목을 끌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선 유명인의 인지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인기 가수그룹 방탄소년단과 협력해 수소전기차 넥쏘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인기 가수그룹 방탄소년단과 협력해 수소전기차 넥쏘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도 방탄소년단과 ‘수소 분야’서 협력

반면 강한 시장 입지를 갖춘 기아가 셀럽 마케팅 전략으로 기대한 효과는 다른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펼치고 있는 셀럽 마케팅 활동에서 기아 전략의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그룹 방탄소년단을 홍보대사로 발탁했다. 다만 수소차(넥쏘)나 수소 사업 등 사내에선 이미 장기간 주력해왔지만 대중에겐 생소한 분야에 한정해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전세계 시장의 관심 뿐 아니라 긍정적 심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 배경을 고려할 때, 기아도 신규 엠블럼을 새로운 개념의 차량이나 사업과 같은 대상으로 바라보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업계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 친숙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와 관계를 구축하고 브랜드를 신뢰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아가 차세대 전기차인 EV6에 유명인 광고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셀럽 마케팅의 또 다른 위험성 때문이다. 유명인이 자칫 차량보다 더 많이 주목받을 수 있는데다, 유명인의 캐릭터와 EV6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경우 오히려 마케팅 효과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당 유명인이 부정적인 이슈로 논란을 일으킬 경우 아직 상품 신뢰도를 쌓지 못한 EV6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넥쏘나 K3, K8 등 차량은 장기간 판매돼왔거나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신차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전략으로서 셀럽 마케팅 활동을 접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유명인을 활용하는 전략 외에도, 줄곧 추구해온 브랜드 지향점을 강조함으로써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아가 제시한 지향점은 ‘이동(mobility)’이다.

아르투르 마틴스 기아 고객경험본부장(전무)은 지난 1월 진행된 브랜드 쇼케이스 영상에 출연해 “1945년 자전거를 제조하는 사업으로 시작된 기아는 이동이라는 가치를 브랜드의 중심으로 삼아왔고, 이는 미래에도 변치 않을 우리의 가치다”라며 “기아의 전세계 구성원들이 함께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고객들에게 지속 전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