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CJ온스타일' 론칭 온라인 설명회에서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이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CJ온스타일
28일 열린 'CJ온스타일' 론칭 온라인 설명회에서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이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CJ온스타일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CJ오쇼핑(035760)이 12년만에 사라진다. CJ온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나며 주력 채널을 TV에서 모바일로 노선을 변경한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홈쇼핑업계 전반이 호실적을 냈지만 앞으로 TV보다 모바일이 주된 쇼핑채널로 거듭날 것이라 판단에서다. 다만, CJENM 합병 후 주력했던 '콘텐츠 커머스' 전략이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데다 업계 후발주자로 모바일 전략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이번 도약으로 뚜렷한 차별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CJ오쇼핑은 ‘CJ온스타일 론칭 미디어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CJ온스타일’ 개국을 알렸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CJ오쇼핑), 인터넷쇼핑몰(CJmall), 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에 사용하던 각각의 브랜드를 통합한 신규 브랜드로, 내달 10일 정식 론칭한다. TV와 모바일 채널 경계를 없애고 ‘라이브 취향 쇼핑’이라는 새로운 업으로 포지셔닝해 성숙기에 접어든 TV홈쇼핑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오랜기간 TV홈쇼핑에 주력했던 사업구조를 모바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단 것으로, TV와 모바일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61조1,234억원으로 19.1% 증가했으며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08조6,883억원으로 24.5% 늘었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이사는 “모바일은 매년 15%이상 성장하며 이미 TV를 넘어선 시장으로, 2023년엔 모바일 매출만 3조 가량, 전체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길 것으로 추정한다”며 “모바일 분야에서 관심을 두고 보는 지표는 객단가와 이용객 수인데 오픈마켓 대비 객단가는 2배 정도, 전문몰 대비 이용객은 1.5배에서 많게는 3.8배 많다. 이 핵심지표를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 라이브·큐레이션 양축으로 ‘밀레니얼맘’ 잡는다

‘CJ온스타일’의 핵심 변화는 모바일 앱에서의 라이브와 고객 큐레이션 서비스다. 1995부터 쌓아온 라이브 커머스 역량을 모바일에서 구현하고, 빅데이터와 AI 등을 통해 고객 한명 한명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함으로써 ‘취향쇼핑’을 선도하겠단 각오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사용하던 CJ오쇼핑이란 이름마저 버렸다. CJ오쇼핑은 1995년 8월1일, 39쇼핑이란 이름으로 국내 최초 TV홈쇼핑 방송을 시작한 뒤 CJ홈쇼핑, CJ오쇼핑 등으로 변화를 맞을 때마다 명찰을 바꿔다는 결단을 내려왔다.

우선 CJ온스타일 앱에 ‘라이브’ 탭이 신설됐다. 홈쇼핑, T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커머스 채널(‘픽더셀’) 방송 등 모든 방송을 한 곳에서 24시간 동안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모바일로 사업중심 축을 전환한 만큼, 앞으로 TV홈쇼핑 화면에서도 모바일 앱 화면을 노출한다. 또 많은 상품 속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선정해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시작한다. 그간의 고객데이터와 AI기술 등을 이용해 고객이 관심있을 만한 상품을 앱 첫 창에 띄워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많은 상품들 속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시간을 줄여주겠단 것.

메인 타겟층은 ‘밀레니얼 맘’과 ‘X세대’에 해당하는 3554 여성 고객이다. TV홈쇼핑은 고객층보다는 시청 가구수가 중요한 지표였던 만큼 그간 따로 메인 타겟층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개편과 함께 3554 밀레니얼 맘 고객 중심 서비스에 주력한다. 콜센터나 TV를 통해 쇼핑을 원하는 5060 소비자는 기존 방식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진행하고, 모바일 쇼핑을 주로 하는 3554 고객은 온스타일 앱을 통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소개하겠단 설명이다.

외부수혈·인수합병… 모바일 전환 ‘원년’

CJ오쇼핑의 모바일 전환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급물살을 탔다. CJ오쇼핑은 지난 1월 모바일 사업부를 e커머스사업부로 전환하고 산하에 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 20일엔 김명구 롯데백화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e커머스 사업부 수장으로 영입했다. 또 올해 초부터 약 200억 원을 들여 MSA 방식을 전면 도입한 영업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MSA는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쳐(Micro Service Architecture)의 줄임말로, 각 영역을 세분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서는 상용화 된 서비스로, 홈쇼핑 업체 중 전면 도입은 CJ오쇼핑이 최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 PB 전담 조직을 신설해 CJ온스타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위한 발판도 다져왔다. 그 동안의 PB사업은 대량 판매를 전제로 하는 TV홈쇼핑의 패션PB를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다양한 상품군에서 소량상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 모바일 PB의 올해 1분기 취급고는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연간 취급고 목표도 전년 대비 2.5배로 잡고 있다.

앞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외부 투자도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35~54세 여성 고객이 선호하는 패션과 뷰티, 리빙, 유아동, 건강기능식품 등 5대 카테고리와 MZ세대를 겨냥한 e커머스 플랫폼, 데이터 분석 등 시너지가 기대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벤처캐피탈을 통한 간접투자는 물론 직접투자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한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 인프라 구축과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CJ오쇼핑
출처=CJ오쇼핑

 

디지털 전환 다 하는데… CJ온스타일, 강력한 ‘한방’ 있나

다만, CJ온스타일에서 핵심 기능으로 꼽는 ‘라이브 모아보기’,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타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이나 경쟁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3-4년 사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등장으로 1:1 맞춤 서비스, 개인별 상품 추천 등은 이미 소비자들이 경험해본 데다 라이브 방송 모아보기 역시 타 홈쇼핑사에서 적용 중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전환은 CJ오쇼핑 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의 움직임인 만큼 경쟁사 역시 주력하는 분야다. 심지어 디지털 전환은 앞서 GS리테일과 합병을 선언한 GS홈쇼핑이 지난 2018년부터 선제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롯데‧현대‧NS홈쇼핑 등 경쟁사들도 각 사별로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이다.

특히 그간 방송 역량을 살려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집중하겠단 전략은 이미 홈쇼핑업계 전체의 트렌드인 만큼 승부수로 보기 어렵단 시선이 지배적이다. CJ오쇼핑은 CJ온스타일의 라이브 경쟁력으로 쇼호스트 등 인력의 신뢰성, 방송 장비 등 전문성, 매력적인 상품 등 3가지를 꼽았으나 이 역시도 라방을 도입한 타 홈쇼핑사들의 경쟁력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앞서 지난 2018년 CJE&M과 CJ오쇼핑 합병 당시 선언했던 ‘콘텐츠 커머스’ 역시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 만큼 모바일 전환 이후 콘텐츠 차별화가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CJ오쇼핑은 합병 이후 드라마, 예능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콘텐츠 커머스'를 수차례 시도해왔지만 번번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상품 판매 방송이 프로그램 명칭이나 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구매를 유도하면 안된단 심의규정 때문이다. 

때문에 사실상 '콘텐츠'로 승부가 불가해진 CJ오쇼핑의 모바일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레드오션인 TV홈쇼핑에서의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모바일 시장은 홈쇼핑 업계 전체가 처음 시도하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어서다. 

CJ온스타일은 1995년 국내 첫 홈쇼핑 업체로 업계를 선도해온만큼 앞으로 라이브 커머스 최강자로 거듭나겠단 각오다. 또 기존 CJ오쇼핑 강점으로 꼽혔던 패션, 뷰티, 리빙 등 3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고객의 취향에 더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단 목표다.

허 대표는 “TV와 모바일 경계가 사라지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며 “안목 있는 상품과 브랜드로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주고 최적의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해 고객이 합리적인 취향 소비를 경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