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가능성 타진이 빨라지고 있다. 몇몇 배터리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노리고 의미있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대부분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는 당장 상용화될 수 없는 꿈의 배터리일 뿐이다. 그러나 리튬 이온 배터리 중심의 이차전지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전략이 요구되는 한편, 추후 배터리 공급망 전략에서 기존 배터리 업체를 압도하려는 완성차 업계의 비전 추구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GM의 전기차 플랫폼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GM
GM의 전기차 플랫폼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GM

전고체 배터리로 향하는 길

완성차 업체 GM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리튬금속 배터리 개발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3,9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며 추후 전기차 시장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명확하게 확보하겠다는 선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것으로, 현재 사용중인 리튬 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해액이 액체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로 되어있어 폭발 위험성이 낮다는 것도 강점이다.

완성차 중에서는 일본의 도요타가 가장 기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한 가운데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도 1000개에 달해 전체의 40%에 달한다.

BMW도 한 칼이 있다. 2017년부터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파워와 협업하는 가운데 2030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로 작동되는 전기차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도 전고체 배터리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파워데이(Power Day)를 열어 총 생산량 240GWh 규모의 기가팩토리 6곳을 구축한다 발표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준비하는 중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2025년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출처=폭스바겐
출처=폭스바겐

노림수는 무엇인가

전고체 배터리에는 완성차 업체들만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오래된 숙제 중 하나인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한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전고체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으며 이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삼성
출처=삼성

이 외에도 다수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염두에 둔 다양한 로드맵을 전개하는 중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한 야망은 주로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엿보인다. 배터리 수급에 있어 수직계열화를 시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자연스럽게 전고체 배터리까지 준비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와 기존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배터리 업체의 기싸움이 전고체 배터리 분야로 확장된 분위기다.

기존 배터리 제조 영역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고체 배터리 시장 진출을 두고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되는 이유다. 실제로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는 22일 간담회를 통해 전고체 상용화 시점을 두고 “빨라도 2030년 이후”라며 “상용화 이후에도 제조원가의 경쟁률이 떨어지고, 새로운 대량설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등 장애물이 많아 당분간 리튬이온 전지와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진척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K-배터리 동맹의 큰 틀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제대로 된 전기차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조만간 전고체 배터리로 승부를 보려는 일본 도요타의 사례 등과 더불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기술 상황, 나아가 국가 대항전으로 치닫는 배터리 전쟁에서 정부 차원의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