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서초점 내 이벤트 안내 표식이 붙어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1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서초점 내 이벤트 안내 표식이 붙어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쿠팡의 ‘전 제품 무료배송’에서 번진 최저가 경쟁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저마다 “우리가 제일 싸다”, “우리 혜택이 가장 크다”고 내세우면서 시장에서는 10년전 출혈전쟁으로 번진 '10원 전쟁'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중이다. 현장을 찾아 주요 품목의 가격을 비교해봤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3사의 품목별 가격을 비교하려면 우선 각사가 내세운 비교 대상부터 살펴야했다. 이마트(139480) 비교 대상은 쿠팡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이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경쟁사 온라인몰 가격과 경쟁하겠단 것이다. 이마트는 경쟁업체보다 더 비싸게 구매했을 경우 자사 쇼핑 포인트인 ‘e머니’로 차액을 보상한다.

반면 롯데마트(023530)는 아예 가격 경쟁업체를 이마트로 한정했다. 이마트의 최저가 보상제 품목 500개와 같은 품목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겠단 것이다. 대신 행사상품을 구매시 포인트를 5배 더 지급해 혜택을 늘렸다. 결국 이마트와 롯데마트 행사 품목 가격이 동일하고, 전반적으로 대형마트가 쿠팡을 견제하는 그림이다.

정말 최저가?… 어디가 가장 쌀까

그렇다면 정말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행사 상품은 가격이 동일할까? 또 이 가격이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보다 저렴할까? 대상품목을 우유 2종, 라면 3종으로 한정해봤다. 

이날 오전 방문한 롯데마트 서초점에는 곳곳에 ‘500개 상품 X5배 적립’이란 최저가 행사 문구가 붙어있었다. 500개 상품 전부에 붙어있는 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최저가 행사에 포함되는 상품에는 표식이 붙어있었다. 매장에서 라면(5개입 기준) 가격을 확인한 결과, 농심 신라면은 3,380원, 짜파게티 2,850원, 진라면 2,490원이었고 우유는 서울흰우유 2,540원, 매일오리지널우유 2,480원이었다.

같은날 최저가 보상제를 알리는 스티커가 곳곳에 붙은 이마트 이수점에는  서울흰우유 2,540원, 매일오리지널우유 2,470원이었다. 롯데마트보다 ‘매일오리지널우유’가 10원 저렴했다. 라면도 이마트가 롯데마트보다 가격이 낮았다. 신라면은 3,370원, 진라면 2,490원, 짜파게티 3,220원으로 신라면은 롯데마트보다 10원, 짜파게티는 160원이나 쌌다. 진라면 가격은 동일했다.

이마트가 당초 비교대상으로 지목했던 롯데마트몰의 가격 역시 롯데마트 매장과 가격이 모두 같았다. 총 5개 상품 중 3개 상품에서 이마트가 롯데마트보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60원까지 저렴했다.

최저가 경쟁의 방아쇠를 당겼던 쿠팡은 어떨까. 우선 우유의 경우 1팩만 판매하지않고 기본적으로 2개 이상 묶음 판매 중이었다. 묶음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을 할인해 서울우유 2팩의 경우 4,780원으로 판매했다. 한개 가격은 2,390원으로 이마트·롯데마트보다 150원 저렴했다.

다만 묶음 할인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2,560원으로 마트보다 20원 비쌌다. 매일오리지널우유 역시 2개 묶음 판매 상품으로 1개당 2,390원이다. 이는 이마트 대비 80원, 롯데마트 대비 90원 저렴한 가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우유 구매시 1팩만 구매하고 싶다면 이마트가, 2팩을 한번에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쿠팡이 더 낮았다.

신라면은 5개입 기준 3,370원으로 이마트와 동일하고 롯데마트보단 10원 저렴했다. 짜파게티 역시 3,220원으로 이마트와 동일하고 롯데마트보다 160원 낮았다. 진라면은 2,490원으로 3사의 가격이 전부 같았다. 라면 상품군 3종은 쿠팡과 이마트가 같은 가격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3사 주요 품목 5종을 비교하니 전반적으로 쿠팡과 이마트 가격은 비슷했고, 라면 1종에 대해 롯데마트와 160원 차이가 났다. 500여종 상품을 모두 비교하진 않았지만 적게는 10원, 많으면 100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쿠팡은 묶음 판매 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묶어서 판매할 때 할인율을 높여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또 롯데마트는 가격 비교에 대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일자별 실시간 가격 대응이 아닌 주 단위로 가격 대응을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가격이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19일 오전 이마트 이수점 내 유제품 코너에 '최저가격 보상제'와 관련한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19일 오전 이마트 이수점 내 유제품 코너에 '최저가격 보상제'와 관련한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100원 아끼자고 다른 마트 안가”… 고객 확보 효과 있을까

그렇다면, 3사가 10원~100원꼴의 가격차를 보이는데 소비자들은 저렴한 판매처를 찾고 있었을까? 이날 롯데마트, 이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 다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0원, 100원 차이라면 자주 이용하던 곳에서 장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우유코너에서 만난 주부 A씨는 “몇백원 차이라면 그냥 집앞에 있는 롯데마트를 계속 오겠다”며 “평소에 롯데마트만 이용해 L포인트를 더 준다고 하니 오히려 100원 싸게사는 것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만난 B씨도 “이마트에서 비싸게 샀을 경우 차액을 지급해준다고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고 쿠팡과 롯데마트몰에 같은 제품을 검색해보고 100원을 돌려받으려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진다”며 “경쟁이 심해져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면 물론 좋겠지만 정말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마트에서 사는 상품과 쿠팡으로 주문하는 상품이 달라 상관없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C씨는 “쿠팡에선 생수, 휴지같은 부피가 큰 제품을 한번에 구매하고 마트에선 신선식품이나 부피가 작은 상품을 구매한다”며 “마트에서 100원 싸다고 해서 생수를 마트에서 구매해 집까지 들고갈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고객유입 효과는 어떨까? 이마트는 최저가 보상제 혜택을 시작한 후 4월 셋째주 초 기준 이마트 앱의 신규회원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최저가보상제 시행 이후 하루 평균 약 200명이 보상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혈 경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10년 전처럼 각 업체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계속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가격은 업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멤버십 혜택, 보상 혜택 등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