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봄이 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가 봅니다.

지난 주 아침, 저녁의 일교차가 20도까지 나면서, 급기야 일부 지역에 4월 중순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렸습니다. 4월의 한파주의보라니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생경스럽게 들리며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건가 놀라서 자료를 찾아보니 그건 아니더군요.

아침 최저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져 영상 3도 이하이고, 평년 기온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건이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이어짐이 예상될 때 한파주의보를 발령한다고 합니다. 이번 한파주의보는 전날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조건에 맞아 발령된 것이더군요.

그 이후도 황사가 발생되고, 으스스하게 추운 날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런 급격한 일교차에 아침 집을 나섰다가 다시 들어와 옷을 더 입고 나서는 해프닝을 하며, 아파트 군데군데 묵묵히 서있는 나무를 보니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변덕(?)이라는 지혜를 발휘하는데, 한 군데에 붙박이로 서있는 운명인 나무는 어찌 대처할까하면서 말이죠. 더구나 나무는 철저히 기온과 강수량으로만 계절을 판단한다는데, 이렇게 급격히 날씨가 변하고, 봄비가 많이 오는 이상 변화에 낭패를 당하는 것 아닌가..

며칠 전 뉴스에서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 나무 서식지가 더워지고, 강수량이 부족한 이상 기후 변화로 금강송 일부가 집단으로 고사했다는 소식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새는 늘 인간보다 더 나은 답을 찾는다 - 새의 언어’

붙박이로 서 있는 나무의 운명에 비해, 이동이 운명인 새의 여건은 나은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 새에 대한 책을 찾아보다 아주 도전적인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새들도 이동 거리가 다르겠지만, 제비갈매기라는 새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또다시 북극으로 이동해 1년 동안 거의 십만 키로를 이동하더군요.

1년의 대부분을 햇빛을 맞으며 공중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 이동성의 자유를 떠나,

생존의 몸부림은 새나 나무나 비슷하겠지요.

어치라는 새가 담에 도색된 밝은 색 페인트를 깨서 먹는 모습이 나옵니다. 알을 낳는데 특히 알 껍질을 만드는 데 긴요한 칼슘을 서식지에서 섭취를 못했을 때 비상식으로 페인트를 먹는겁니다. 갈매기는 또 다른 생존 방식을 보여줍니다.

항구 주변에서 쓰레기 봉투 근처에 몰려있는 갈매기를 많이 보았을 겁니다. 갈매기 자신은 그렇게 쓰레기를 대충 먹으면서도 어린 자식에게는 게 같은 신선 식품을 조달해서 성장을 돕고 있더군요. 어디 새들만 그럴까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움직임에는 생존의 절실한 몸부림이 녹아있다고 절감하게 됩니다.

잎이 짙어가는 나무 가지 위로 깃든 새를 보며 문득 나무들과 새들의 이인삼각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도심지 새들이 낮 시간대 소음이 심하니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위해 조용한 시간대에 지저귄다고 합니다. 저런 새들이 고양이 같은 천적을 피해 자꾸 높은 가지로 올라가고, 밤 시간대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눈물겨운 변신처럼, 그걸 지켜보는 나무도 힘을 내서 고르지 못한 날씨, 불규칙한 비를 잘 견디고 넘어가길 바라는 게죠. 그래서 봄이 깊어지면서 이제 나무들이 신록으로, 또 짙은 녹음으로 우리 앞에 제대로 서고, 가을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