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출처=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운데 항공업계의 탄소 제로 정책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이 점쳐지면서 코로나19 이후를 미리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185만tCO2

16일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7개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85만9,661이산화탄소톤(tCO2)으로 집계됐다. 2018년 183만9,124tCO2 대비 1.2% 늘어난 수준이다.

해당 국적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6년 188만1,501tCO2에서 2017년 189만1,771tCO2로 소폭 늘었지만 2018년 2.8% 감소하며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19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회사별로 보면(2019년 기준) 대한항공이 59만4,816tCO2을 기록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2016년 67만5,003tCO2에서 2017년 65만9,217tCO2, 2018년 60만4,670tCO2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 줄어들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37만3,090tCO2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5만1,284tCO2에서 36만7,886tCO2, 37만6,354tCO2, 37만3,090tCO2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을 기점으로 2019년 소폭 줄어든 수치다.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는 제주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2016년 21만9,776tCO2이었던 제주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21만1,608tCO2, 2018년 21만7,079tCO2, 2019년 22만8,824tCO2으로 지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은 17만8,558tCO2, 19만4,881tCO2, 20만5,972tCO2, 20만9,317tCO2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진에어 17만3,182tCO2, 이스타항공 14만6,181tCO2, 티웨이항공 13만4,251tCO2순으로 집계됐다. LCC의 경우 모두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띄었다. 

2019년의 경우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여객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항공여객 수송 실적이 전년 대비 5%를 증가한 1억2,337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LCC의 경우 여객편 공급확대와 해외노선 다변화에 따른 여행수요 증가로 국제선 수송 여객 수만 2,664만366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3% 증가한 수치다. 풀서비스캐리어(FSC) 의 국제선 수송 여객 수 증가율 0.2%의 31.5배다. 즉, LCC의 국제선 수송 여객수가 FSC에 비해 큰 폭으로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대한항공
출처=대한항공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전망… 경쟁력 저하 우려”

올 들어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시범운영단계에 접어들면서 항공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당장 비용 부담이 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후 폭발적인 여행 수요가 점쳐지면서 항공사들의 배출권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2016년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배출권을 구매·상쇄하도록 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를 채택한 바 있다. 파리협정 이후 가능한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항공 산업의 온실가스 또한 배출 관리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ICAO는 지난 2016년 기술개발 혹은 인프라 개선이 없다면 항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2050년 동안 연평균 5% 증가해 누적 560억tCO2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즉, 현재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 미만에 불과한 국제 항공운송 분야의 탄소배출량이 2050년 3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회원국의 최대 이륙중량 5,700㎏ 이상, 연평균 배출량 1만톤 이상 국제선 항공기가 대상이다. 올해부터 시범운영단계가 시작되는데 2021~2023년의 평균 연간 탄소배출량이 기준치인 2019년도 수준을 초과하면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오는 2027~2035년 제 2단계부터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우리나라를 포함한 88개국이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국내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 등 9개 항공사가 적용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국제선 하늘길이 모두 막힌 상황인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도 수준을 초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이 되면 전 세계 항공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 포함된다. 이들 업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약 200만KAU를 배출할 수 있다. 1KAU를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로 환산하면 1tCO2이다.

지난 2015~2017년 국내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은 할당량을 초과했지만 2018년부터는 할당량 이내에서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5년 배출량은 150만KAU에서 2016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이 포함되면서 188만KAU로 증가했다. 이후 2019년은 186만KAU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폭발적인 여행 수요가 전망돼 배출권거래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내 제도로 인한 비용 부담이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 제도의 적용까지 우려돼 항공업계의 탄소 제로를 위한 비용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의무 참여 기간에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 시기와 항공수요 회복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로 교체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가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커 국제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