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활용 코로나19 시험관 실험(In vitro) 결과. 출처=남양유업
불가리스 활용 코로나19 시험관 실험(In vitro) 결과. 출처=남양유업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박자연 기자] 남양유업(003920)이 최근 ‘불가리스’ 연구 결과 발표 전에 주가가 급등해 내부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업계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로 진행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 실험은 시험관 실험(in vitro)으로 인체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불가리스가 ‘Modified ASTM E1052-11’을 활용한 시험관 실험에서 코로나19를 77.78% 사멸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업계는 해당 실험 방법은 손소독제 등이 얼마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99.9% 이상 사멸시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가리스 항코로나19 효과 발표 전부터 급등했다. 미국계 뮤추얼펀드인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는 한달새 남양유업의 주식을 7054주 매수했다. 업계는 남양유업이 자본시장법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을 가능성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거짓‧과대 광고’ 의료기기법을 위반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불가리스, 항코로나 효과 인체 적용 확인 안 돼

제약바이오, 식품 업계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박종수 박사는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일반적으로 발효유, 유산균 등에 항바이러스 기능이 부분적으로 있다”면서 “불가리스 외에 다른 제품도 일정 부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박종수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많은 제품을 분석했지만 불가리스만 강조한 이유가 있다. 같은 발효유라도 유산균 종류, 제조공정, 프로바이오틱스 비율 등에 따라 항바이러스 기능은 달라진다”면서 “실제 실험 결과 불가리스가 유독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불가리스는 남양유업이 판매 중인 발효유다.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는 항바이러스 기능 식품 개발을 위해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범한 연구기관이다.

이날 발표된 발효유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가리스는 코로나19 대상 시험관 실험 결과 바이러스를 77.78% 감소시켰다. 실험방법은 Modified ASTM E1052-11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안전성이 담보되어 있는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COVID-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결과 중 연구 개요. 출처=남양유업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결과 중 연구 개요. 출처=남양유업

분석에 활용된 Modified ASTM E1052-11은 의료기기용 살균소독제 유효성을 평가하거나 코로나19 관련 액상 소독제, 항균 필름, UV LED 등의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관 실험이다. 액상 소독제 등에 적용하는 실험 가이드라인을 먹는 제품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 업계 관계자는 “ASTM E1052-11 실험은 플라스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숙주 세포를 배양한 후 효과 확인을 위한 액상 등을 도포해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개 손 소독제 등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실험방법을 활용한다”면서 “99.9% 이상 바이러스를 사멸하지 못하면 결국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소독제 등은 99.9% 이상 사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제품화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따르면 ASTM E1052-11 분석방법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으로 식약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방법으로 사용한다. 식약처 의료기기 관계 부서에서는 해당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규격”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발표에서 인용한 논문의 항코로나19 모식도(왼쪽)와 남양유업이 발표한 모식도. 출처=Future virology, 남양유업
남양유업이 발표에서 인용한 논문의 항코로나19 모식도(왼쪽)와 남양유업이 발표한 모식도. 출처=Future virology, 남양유업

불가리스 먹는 것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다고 예상하는 것은 아직 이른 판단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이 발표에 참고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및 면역 조절제로 락토페린, 오보트랜스페린, 리소자임의 잠재성(The potential of lactoferrin, ovotransferrin and lysozyme as antiviral and immune-modulating agents in COVID-19)’에 따르면 저자인 재클린 켈리만(Jaclyn Kelly Mann) 남아프리카공화국 콰 줄루 나탈 대학교 HIV 병원성 프로그램 교수 등은 락토페린, 오보트랜스페린, 리소자임 등은 코로나19 예방‧치료 옵션과 관련한 잠재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임상이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대개 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치료는 백신과 의약품 등으로 이뤄진다. 이는 사람에게 활용하는 것이므로 시판허가까지 시험관 실험, 독성 실험, 동물 실험, 임상 1상, 2상, 3상 등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친다. 불가리스 복용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등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추후 검증 절차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개발 전문가는 “시험관 실험에서 후보물질이 어떤 효과가 있다고 확인되면 독성과 관련한 여부를 실험한 후 동물,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면서 “대개 임상 2상에서는 투여 용량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 등을 확인하게 된다. 불가리스 관련 실험은 시험관 실험으로 인체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가리스를 얼마나 마시면 어떤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 등까지 데이터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향후 불가리스의 항코로나19 효능과 관련 동물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진행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발효유 자체가 장에서는 어느 정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면서 “폐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임상을 통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발효유 업계 관계자는 "불가리스가 항바이러스 효능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입증하려면 다른 제품과 똑같은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가 바탕돼야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불가리스가 유독 항바이러스 반응이 높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고, 예방적인 차원만 따지면 모든 발효유의 결과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주가 3거래일 연속 급등‧자본시장법 등 위반 가능성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불가리스 관련 소식이 발표된 후 급반등 해 전날보다 8.6%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거래에서는 상한가를 기록해 41만8,000원을 나타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 9일부터 3일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 기간 동안 27%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는 남양유업이 자본시장법과 의료기기법 등을 위반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발표에서 투자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임상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 부정거래로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의료기기법 위반 가능성은 거짓‧과대 광고에 해당 발표가 적용될 가능성이다.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효능‧효과를 기사‧사진‧도안 등으로 암시하는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날 발표가 심포지엄을 통한 단순 학술 발표인지, 효능‧효과 등과 관련해 광고 효과가 있는 발표인지 여부가 중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연구 발표는 어디까지나 항바이러스 기능성에 대한 학술적인 성과 발표로 효능·효과를 광고하는 발표가 아니다"면서 "행사 또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했고,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했을 뿐이지 주가조작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한달새 남양유업 주식 7000여주 늘어

장기‧가치투자 성향을 나타내는 외국계 뮤추얼펀드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Brandes Investment Partners, L.P)는 약 한달새 남양유업의 주식을 7000여주 매수했다. 이 투자사는 지난해 3월 11일부터 남양유업의 주식 비율을 5% 이상 넘게 확보하면서 보유 주식 등에 대해 공시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11일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는 37만6,500원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는 주식 매수와 관련 경영참가목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출처=DART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는 주식 매수와 관련 경영참가목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출처=DART
4월 1일 기준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엘피가 보유한 남양 주식 수. 출처=DART
4월 1일 기준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엘피가 보유한 남양 주식 수. 출처=DART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월 11일부터 남양유업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11일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29만3,500원이다. 이 투자사는 이후 16거래일 동안 장내매수를 통해 남양유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3월 1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매수한 남양유업 주식 수는 총 7054주다.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는 주식 매수와 관련해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향후 방향성과 관련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8년 2월 도시가스기업 삼천리의 3대 주주였을 당시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고 공시한 후 경영 참여를 전격 선언한 바 있다.

이달 1일을 기준으로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의결권 있는 남양유업 주식 수는 5만9,569주로, 총 주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27%다.